올해에도 어김없이 부산에서 영화 축제가 펼쳐진다. 오는 10월 8일부터 16일까지 부산에서 열리는 제14회 부산국제영화제는 70개국 355편의 영화가 초청돼 9일간의 여정에 돌입한다. 경기가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올해에는 예산이 지난해 32억 원에서 올해에는 56억 4천만 원으로 크게 늘었다.
개막작은 장 동건, 이순재, 고두심이 주연을 맡고 장진이 감독한 <굿모닝 프레지던트>이다. 영화제 측에서 한국영화를 개막작으로 선택한 것은 지난 2006년 <가을로> 이후 3년 만이다. 폐막작은 첸 쿠오푸, 가오췬수가 공동 감독한 전쟁 심리스릴러 <바람의 소리>가 선정됐다. 특히 올해에는 유난히도 스타들의 방문이 많다. <유주얼 서스펙트>, <엑스맨>의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미드나잇 패션 부문 <트릭 오어 트릭>의 프로듀서로 참여하며 이변헌, 기무라 타쿠야와 함꼐 <나는 비와 함께 간다>에 출연했던 조쉬 하트넷이 이번 영화제를 통해 처음 한국을 방문한다. 올해 심사위원장인 <베티블루>의 장 자크 베넥스 감독, 이탈리아의 호러 거장 다리오 아르젠토도 부산을 찾으며 <쉘 위 댄스>로 한국에 잘 알려진 일본배우 야쿠쇼 코지는 <두꺼비 기름>이라는 영화의 감독 자격으로 부산을 찾는다. 세계 유수 영화제가 사랑하는, 우리나라에서는 ‘두기봉’으로 더 잘 알려진 조니 토가 그의 특별전 ‘도시무협, 조니 토의 작품세계’를 위해 부산을 방문한다. 국내 배우로는 장동건, 이병헌, 고두심을 비롯, 태국 단편영화 <푸켓>에 출연한 임수정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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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국제영화제 월드 시네마 부문에 초청된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 <레바논>의 한 장면 |
올해 부산영화제는 개막작을 비롯해 미개봉 한국영화들을 대거 소개한다. '한국영화의 오늘 - 파노라마' 부문에서 상영될 한국영화 13편 중 7편이 미개봉작이며 데뷔작 이후 두세 번째 작품을 내놓는 신예 감독들의 작품이 많다. 영화산업의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한국영화에 힘을 싣고 독립 장편 영화의 지원군이 되고자 하는 조직위원회의 의도라 할 수 있다. 박찬옥 의 <파주>가 뉴 커런츠 부문에서 상영되며 <아내의 애인을 만나다>로 큰 호평을 받았던 김태식 감독의 신작도 만날 수 있다. 또한 박찬욱 감독의 <박쥐>도 10분 가량 늘어난 확장판으로 선보일 예정이어서 영화제만의 버전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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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비와 함께 간다>의 주인공 이병헌 |
올해 부산영화제에서어 눈여겨 봐야 할 부분은 비아시아권 영화 부문인 ‘플래시 포워드’부문에 경쟁제도를 도입한 점이다. 제3세계의 영화들을 발굴하고 발견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영화제 내용을 한층 더 심화시키겠다는 의도에서 경쟁부문으로 바꾼 것. 타지키스탄과 카메룬 등 낯선 나라들의 수작들도 처음 이곳에서 소개될 예정이다. 또한 상영 작품의 외연이 확대된 만큼 볼거리도 더욱 다양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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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한국을 방문하게 된 <나는 비와 함께 간다>의 조쉬 하트넷 |
부산영화제 프로그래머들이 놓치지 말아야 할 추천작을 부문별로 엄선했다. 한국영화 가운데서는 안성기와 이하나가 26세 차이의 연인으로 호흡을 맞춘 <페어 러브>(감독 신연식), 우악스러운 연애담 <나는 곤경에 처했다>(소상민), <도쿄택시>(김태식) <바람>(이성한) 등이 추천됐다. ‘아시아 영화의 창’ 부문에서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대만 작품 <눈물의 왕자>(욘 판), 불안감으로 인해 자멸해가는 인간의 심리를 그린 이란 영화 <14 캐럿>(파르비즈 사흐바지), 신장을 기증하기로 한 사형수를 통해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판결>(리우지에) 등이 꼽혔다. 또한 올해 카를로비바리 영화제 대상 수상작으로 모로코의 이국적인 풍경을 배경으로 아버지에 대한 아들의 사랑이 감성적으로 펼쳐진 <바닷가 천사>(프레데릭 뒤몽)와 올해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에 빛나는 이스라엘 영화 <레바논>(사무엘 마오즈),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삶을 다룬 <팔레스타인>(엘리아 술레이만)도 주목할 만하다. 또 영화제 최고의 게스트 중 하나인 그리스 출신 거장 코스타 가브라스의 이름을 알린 고전 명작 <Z>도 놓쳐선 안 될 걸작. 와이드앵글 다큐멘터리 경쟁 부문에서는 기후 변화로 인해 위기에 처한 세 개의 아름다운 섬을 촬영한 <아름다운 섬>과 송두율 교수의 이야기를 다룬 <경계도시 2>가 추천받았다.
이번 영화제에서 특별히 눈여겨봐야 할 수작들 여섯 편을 소개한다. 월드 및 인터내셔널 프리미어가 눈에 띄게 늘어난 것도 이번 영화의 특징이지만 세계 유수 영화제를 통해 소개된 거장들의 신작들과 수상작들도 대거 소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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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하엘 하네케 감독의 신작 <하얀 리본>의 한 장면 |
<하얀 리본> 감독 : 미하엘 하네케 / 145분 / 월드시네마 마하엘 하네케 감독은 영화마다 뜨거운 논쟁을 불러 일으키는 문제적 거장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칸이 유난히 사랑하는 감독으로서 전작 <피아니스트>는 심사위원대상, 남녀주연상을 모두 휩쓸었으며 <히든>은 감독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하얀 리본>은 올해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으며 그가 줄곧 탐구해 온 인간의 본성과 그 이면, 죄의식을 문제를 심도 있게 건들고 있다. 여화의 배경은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직전인 1913년. 독일의 한 시골 학교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통해 미하엘 하네케 감독은 나치즘과 파시즘, 인간의 본성을 숨막힐 만큼 깊숙이 파헤친다. 올해 부산에서 놓쳐서는 안될 걸작 중 하나.
<나는 비와 함께 간다> 감독 : 트란 얀 홍 / 110분 / 갈라 프리젠테이션 <그린 파파야 향기>, <씨클로>를 통해 국내에도 이름을 알린 트란 얀 홍 감독이 8년 만에 신작을 내놓았다. <지.아이.조>로 해외팬들에게 확실히 눈도장을 찍은 이병헌 과 <진주만>의 조쉬 하트넷 그리고 일본을 대표하는 대부 기무라 타쿠야 이렇게 3개국 대표 매력남들이 출연해 화제가 된 <나는 비와 함께 간다>는 이번 영화제에서 ‘갈라 프리젠테이션’ 섹션에서 소개되며 영화제 후 곧바로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트란 얀 홍 감독을 비롯, 조쉬 하트넷이 이번 영화제를 통해 처음 한국을 방문하게 되는 것도 큰 이슈거리. 의문에 싸인 채 질종된 한 남자, 그를 찾는 형사와 마피아 보스 간의 숨막히는 추적이 볼거리로 다가오고 있다.
<얼굴> 감독 : 차이밍량 / 141분 / 아시아 영화의 창 부산국제영화제의 단골 베스트 게스트인 차이밍량이 올해도 신작을 들고 부산을 찾아온다. 지난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돼 큰 호평을 받았던 다국적 합작 프로젝트 <얼굴>은 영화감독의 영화 만들기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살로메 신화를 바탕으로 영화를 만들려던 감독이 이승을 떠나기 싫어하는 엄마의 혼령이 깃든 아파트에서 깊은 잠에 빠진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여배우 화니 아르당과 차이밍량의 페르소나인 이강생이 출연한다.
<레바논> 감독 : 새뮤얼 마오즈 / 92분 / 월드 시네마 지난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데뷔작으로 황금사자상을 거머쥔 새뮤얼 마오즈 감독의 이스라엘 영화 <레바논>은 레바논 전쟁을 배경으로 탱크 속에 들어박힌 채 전쟁을 치르는 인문들을 보여주는 방식이 가히 혁신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거의 모든 장면이 탱크 속이나 그 속에서 바라본 외부의 상황으로 구성된 이 영화는 그 독특한 형식이 돋보일 뿐만 아니라 그와 같은 형식으로 인해 전쟁에 대한 고발이라는 주제를 부각시키는 효과가 매우 출중하다.
<송곳니> 감독 : 요르고스 란티모스 / 108분 / 월드 시네마 아빠와 엄마, 딸 둘, 아들 하나로 이루어진 기이한 가족이 있다. 우리가 콩가루 가족’이라 불렀던 <아메리칸 뷰티>나 <로얄 테넨바움>의 가족은 오히려 얌전한 편. 그들은 바깥 세상과 완전히 단절된, 그들만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독재자 아버지의 법이 곧 가족의 법이고 모든 가족들은 그 법에 따라야 하지만, 이 가족, 앞에서도 언급했듯 기이한 가족이기에 그 법이 제대로 지켜질 리 만무하다. 여러 가지 일련의 사건들을 거치면서 그 법은 서서히 균열이 발생하고 결국 가족은 예상치 못한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이번 영화제가 의외로 얌전하다고 느끼는 관객들이 있다면 이 영화를 절대적으로 추천한다. 그리스에서 날아온 이 독특한 영화는 영화제 특유의 강렬한 자극, 흥분, 카타르시스를 안겨 주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겨라 승리호> 감독 : 미이케 다카시 / 111분 / 오픈 시네마 일본의 인기 애니메이션 <얏타맨>의 실사 버전이 이번 영화제에서 선보인다. 2008년 30년만에 리메이크되어 화제를 모은 데 이어 올해는 실사버전으로 <얏타맨> 팬들을 열광시키고 있는 것. 특히 일본의 청춘스타 사쿠라이 쇼가 주연을 맡아 국내에서도 일찌감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작품이다. <이치 더 킬러> 등의 영화로 국내에도 고정팬을 확보하고 있는 미이케 다카시 감독의 손을 거쳐 새롭게 태어날 얏타맨의 활약이 어떨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미이케 감독은 <이겨라 승리호> 외에도 <크로우즈 제로 2>로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 두 작품이 동시에 초청되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다.
신종플루가 10우러 이후로 크게 창궐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영화제 역시 축소 및 취소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기도 했다. 하지만 부산시와 전문치료기관인 백병원과 함께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한 부산국제영화제측은 신종플루 예방을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 손 세척액 8만 개를 확보해 상영관 입장 때마다 손을 닦게 하고, 야외상영장과 극장을 매번 소독하며, 그랜드 호텔을 메인 본부로 의사가 상주해 모든 예방과 처치를 하기로 한 것. 14회까지 오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모두 성공적으로 개최함과 동시에 아시아 최고의 영화제로 우뚝 선 부산국제영화제. 신종플루라는 변수가 있지만 뜨거운 열정과 영화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영화제에 참여하는 관객들을 이기지는 못할 듯하다. 올해도 역시 개막작과 폐막작 그리고 인기작들을 위주로 빠른 속도로 매진을 기록한 가운데, 올해도 또 한 번 영화의 바다에 풍덩 빠져 보는 것은 어떨까.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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