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톨의 깨알 같은 씨앗에서 싹이 트며 꽃을 피우는 모습을 보면, 경이로움 그 자체다. 그동안 굳어 있던 마음의 근육이 풀어지며 삶에 대한 의욕을 충전 받는다. 가장 자연적인 인간의 행위인 예술 활동 역시 마찬가지다. 예술 활동을 하거나, 예술 작품을 감상하면서 우리는 강렬한 전율감과 기쁨을 느끼며 새로운 삶을 발견한다.

장정미 기자 haiyap@

예술은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힘이 있다. 또한 내 모습을 발견하고 발전시키며 표출시켜준다. 예술가(藝術家)의 뜻은 재주를 기술을 써서 만드는 사람이다. 재주와 기술은 내 스스로의 의식과 무의식을 시각적, 청각적, 신체적으로 변화시켜 자신의 모습을 발전, 발견시킨다. 이것은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중요한 행위다.

인간의 근원적 염원을 화폭에 담아내는 국내 화단의 畵隨
“우선 자신을 되돌아보고 지난날을 되새김하면서 참나를 찾아 신선하고 참신한 예술로 승화시켜야 한다. 그래서 진실한 그림을 그리면 영혼이 깃든 작품이 나올 것이다.” 청계 양태석 화백의 행보가 재조명되고 있다. 양태석 화백은 한국미술의 근대화에 앞장서며 60여 년 화폭과 대한민국 미술계의 발전을 견인해 온 국내 화단의 ‘화수(畵隨)’이자 거목이다. 풍곡 성재휴 선생(故) 문하에서 사사(師事)한 양 화백은 ‘부귀’, ‘장수’, ‘행복’, ‘사랑’, ‘평화’‘희망’와 같은 인간의 근원적인 염원을 화폭에 담아내고 있다. 1970년대에 한 달간 그린 그림으로 국전에서 특선에 입상한데 이어, 1년여 천신만고 끝에 출품한 그림으로 또다시 국전에서 특선으로 입상하며 그 예술성을 인정받은 양태석 화백은 “국전 특선과 도전 특선으로 내 화가의 길이 시작 됐다. 예술을 만들어내는 고통을 느꼈지만, 그 고통마저도 행복했다”면서 “예술이란 자기가 만든 양식도 버리고 새로운 미지의 세계를 개척해야 하는 것이며 그런 의미에서 진정한 예술은 창작이다”라고 강조했다.

▲ 양태석 화백

산수(傘壽)를 넘은 나이에도 깊은 내면의 예술세계를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하며 대중과 교감하고 있는 그는 전통화의 현대화를 추구하며 전통회화의 창조적 모색으로 다양하고 풍부한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공간과 자기만의 차별화된 작업스타일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온 양 화백의 작품은 필묵의 운용과 이를 통해 발현되는 여백의 대비를 통해 화면을 구축하고, 정적인 함축미와 절제미가 두드러진다. 원색의 오방색을 주색으로 사용함에도 자유분방하고 파격적인 현대 한국화의 실험적 형태와는 또 다른 고전적 심미관의 발현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특히 투박하고 간략한 선과 압축적인 구도로 소박함과 걸출한 멋을 자아내기에 관객들은 편안함과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근작에서는 새로운 조형세계를 모색, 전통에 기반을 둔 수묵화와 더불어 순수 추상세계를 넘나드는 변화도 엿보인다.

양 화백이 최근 선보인 수묵화의 경우 산수화의 표현양식을 따르면서도 기법과 형식면에서 개별적인 조형성에 대한 욕구를 확인할 수 있는데, 기존의 수묵산수화와 달리 실상이 아닌 관념의 세계라는 점에서 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양 화백은 “나는 긴 세월 동안 어디론가 진행되는 인생행로에서 그리기와 지우기를 반복하며 살아왔다. 그림에서 주제나 소재를 택하고 오직 나만의 독특한 화성(畵城)을 구축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정력을 쏟아 왔다”면서 “예술이란 자기가 만든 양식도 버리고 새로운 미지의 세계를 개척해야 하는 것이며 그런 의미에서 진정한 예술은 창작이다”고 피력했다.

작가들의 위상 강화와 한국 미술의 활성화에 총력
현재 양태석 화백은 인사동에 소재한 상록갤러리를 직접 운영하며 원로화가 및 신진작가들과 활발히 교류하며 예술계에서 쌓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고미술과 근현대미술을 감정 평가해 전시 활성화도 도모하고 있다. 예술에 대한 일반인들의 이해를 돕고 작품의 회화성과 장래성을 고려해 구매 판매를 하고 고미술과 근현대 미술품을 전시, 판매함으로써 미술작품을 찾는 이들이 안심하고 소장할 수 있도록 돕고 있는 것. 지난 10월9일에는 인사동 한국미술관 3층에서 제자들과 함께 하는 상록아트전을 개최하고 청계미술상을 수여식을 가졌다.

아울러 대중들에게 기부문화의 의미와 가치를 되새기기 위해 두 차례에 걸쳐 하동군에 작품을 기증했던 양 화백은 고향인 하동군에 동양화를 비롯한 자신의 작품 151점, 그가 소장하고 있던 다른 화가의 동양화 58점, 서양화 22점, 서예 20점, 판화 8점 등 총 259점의 기증해 귀감이 되기도 했다. 자신의 독자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하는 한편, 작가들의 위상 강화와 한국 미술의 활성화에도 힘써온 양태석 화백은 “예술은 신이 인간에게 내린 가장 아름다운 선물이며 특히 회화예술은 웰빙에 필요하며 아트테라피의 효과가 대단하며 감상자의 감흥을 일으키는 중요한 요소”라며 “앞으로 후학 양성에도 매진해 한국미술계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한편 화가인 동시에 문인으로도 널리 알려진 양태석 화백은 대한민국 미술대전의 심사위원장을 역임하고 (사)한국미술협회 고문과 (사)한국수필협회 명예이사장, (사)국전작가협회 이사장, 문학신문 총재를 겸하고 있으며, 한국문인협회 재정위원, 국제PEN클럽 한국본부회원 예술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경아세아 현대미술 초대작가상, 제1회 소운문학상, 경향아트페어 대상, 대한민국그랜드파워 대상, 2015 국제예술상 시부문 신인상, 제 12회 대한민국미술인의 날 원로작가상 수상, 제 32회 예총예술문화상 대상을 수상한 양 화백은 수필집 <자기 감옥에서 벗어나기>, 화가들에 대한 짧은 평전 <신의 손으로 그린 그림>, <한국 산수화 이론과 실제>, <달마 그리기와 연화 그리기>, <미술품 보는 법, 사는 법>을 출간한 바 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