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15일 오후 3시, 한국 프레스센터에서 한국공연예술원이 주최하고 양혜숙 한극위원회가 주관한 ‘제1회 양혜숙 한극상’ 시상식이 열렸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한국의 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이를 널리 알리고 있는 젊은 예술가들이 수상자로 선정됐다.

황태일 기자 hti@

양혜숙 한국공연예술원 이사장은 이번 시상식에서 인사말을 통해  “한극은 한국의 가(歌)·무(舞)·악(樂)을 현대화한 공연예술로 우리의 정신과 문화의 정수를 담고 있는 소중한 예술 장르”라며 “앞으로 한극을 전 세계에 알리고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극 대상·작가상·공로상 등 5개 부문서 시상 진행
양혜숙 이사장의 이름을 딴 ‘양혜숙 한극상’ 시상식은 한국 고유의 정신과 문화를 담은 공연예술의 가치를 발굴하고 이를 세계와 공유하는 행사로, 한극 대상·작가상·예술인상·공로상(국내·외)·특별상·후원인상 등의 부문에서 시상을 진행했다. 시상은 상패와 함께 한극 대상(1천만 원) 한극 작가상(5백만 원), 한극 예술인상(5백만 원), 한극 공로상(5백만 원), 한극 재외공로상(5백만 원) 등의 상금이 각각 수여됐다. 아름다운 후원인상은 양혜숙 이사장의 친구면서 제1회 양혜숙 한극상의 성공적 개최에 큰 도움을 준 노순주 씨가 수상자로 선정됐다. 한극 재외 공로상은 카자흐스탄 국립 아카데미 고려극장의 예술감독 ‘니 류보피 아브구스토브나’ 씨가, 한국 공로상은 판소리와 연극을 융합하며 한국 연극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배우 겸 국악인 강선숙 씨가 수상했다. 한극 예술인상은 국가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민요 이수자이자 경기민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전통예술의 세계화에 힘쓰는 아티스트 이희문 씨가, 한극 작가상은 전통 한국춤을 현대화하고 세계에 알리는데 주력하는 안무가로서 여러 국내외 무대에서 한국 춤의 독창성을 전파해가고 있는 본댄스컴퍼니 대표 겸 예술감독 최원선 씨가 수상했다.

▲ 양혜숙 이사장

최근 드라마 ‘정년이’를 통해 국극을 대중에게 널리 알린 배우 김태리는 특별상을 수상했다. 한극 대상의 영예는 ‘극단 집현’에게 돌아갔다. 극단 집현은 1980년에 창단돼 한국 전통연극의 현대화와 세계화를 목표로 활동하고 있는 극단이다. 창단 초기에는 셰익스피어 비극을 주요 레퍼토리로 삼아 한국적 정체성을 기반으로 한 무대를 만들었으며, 이후 ‘제의와 놀이’라는 전통적 원형 정신을 바탕으로 독창적인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2006년에는 이탈리아 세계민속페스티벌에서 1위를 차지하며 국제적으로 주목받아 미국‧체코‧스페인 등 25개국에서 순회공연을 통해 한국 연극을 알리고 있다. 인간의 존엄성과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창작 작업을 통해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이루는 예술적 성찰을 지속하고 있다.

올해 처음 열린 이번 행사에는 수상자들과 더불어 한명희 전 국립국악원장, 목요상 전 대한민국헌정회장, 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 송형종 서울시 문화수석과 심사위원단인 이은영 서울문화투데이 발행인, 성기숙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이정열 세계나눔축제연합 이사장, 이형호 전 문화체육관광부 정책국장 등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특히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도 축사를 보냈다. 유 장관은 “양혜숙 한극상이 앞으로도 오래 지속되어 한국 고유문화에서 비롯된 공연예술의 진정한 가치를 빛내 주길 바란다”라는 바람을 전했으며, 오 시장은 “우리 전통예술의 현대화와 세계화에 기여한 공연 예술인들이 걸어온 길을 돌아보며 서로 응원하고, 청년 예술인들을 격려하는 소중한 자리가 되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한극의 세계화 목표로 ‘양혜숙 한극상’ 제정
1996년 ‘한극’이라는 용어를 창시한 양혜숙 이사장은 연기와 소리, 무용의 융합을 모색한 한국공연예술원을 설립해 현재까지 30년간 이 분야에 헌신해온 한국 예술계의 거목이다. 특히 한극(韓劇)의 뿌리를 찾는 행보는 지금도 진행형. 전통의 현대화를 평생 추구하며 한극(韓劇)의 틀을 잡아 한국 공연예술의 더 큰 물줄기를 트기 위하여 ‘양혜숙 한극상(韓劇賞)’을 제정한 양 이사장은 이번 시상식에 대해 “우리의 전통예술을 현대화하고 세계화하는데 앞장선 작품과 예술인들을 선정해 응원하고 널리 알리기 위한 자리”라며 “‘한극의 물결을 일으키자’는 슬로건 아래 K-컬처의 성공처럼 전통예술에 뿌리를 둔 한극도 세계무대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토대를 만들고자 한다”고 수상 취지를 설명했다.

한편 우리를 잃지 않으면서도 세계에서도 인정받는 ‘한극의 세계화’를 목표로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 온 양 이사장은 국무총리 표창, 예술평론 실천상, 문화예술대상, 문화대상에 이어 최근 은관문화훈장을 수훈했다. 서구 명작들을 번역해 국내 대중들에 소개하며 한극 다양성의 토대 마련에도 힘쓴 양 이사장은 ‘한트케 언어연극’이라는 장르를 한국에 처음 소개했다. 지난 2019년 페터 한트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며 그 예술적 안목이 재조명된 바 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