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혜숙 한국공연예술원 이사장의 행보가 재조명되고 있다. 지난 10월25일, 양혜숙 이사장은 대한민국 문화·예술 발전에 공을 세워 국민 문화 향상과 국가 발전에 기여한 공적이 뚜렷한 자에게 수훈하는 대한민국 은관문화훈장을 수훈했다.

황태일 기자 hti@

1996년 ‘한극’이라는 용어를 처음 제시한 양혜숙 이사장은 연기, 소리, 무용의 융합을 모색한 한국공연예술원을 설립해 현재까지 30년간 오직 이 분야에 헌신한 예술계의 거목이다. 1960년 서울대 문리과대학 독어독문학과와 독일 튀빙겐 대학 철학부를 졸업한 뒤 이화여대 독문과 교수로 30년간 재직했다. 연극학자로 더 유명한 양 이사장은 우리 고유의 정신과 몸짓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면서 예악사상의 왕실문화와 흥과 신명이 깃든 기층문화의 융합연구를 통해 한국 고유의 독창적인 공연예술문화를 만들었다는 업적을 높이 평가 받고 있다.

한극(韓劇)의 세계화 위한 다각도의 노력 기울여
공연 문화를 통해 우리 민족의 뿌리를 찾기 위해 노력해온 양혜숙 이사장은 우리나라의 독창적 공연예술인 ‘한극(韓劇)’을 계승, 발전함과 아울러 국제적 교류를 통해 세계 속에 한국 예술의 위상을 제고하는데 총력을 기울여 왔다. 양혜숙 이사장이 정의하는 한극은 ‘은근한 품위와 넘치지 않는 격조를 중시하는 선비문화와 활력과 박진감이 넘치고 흥, 풍자와 해학의 멋을 즐기는 서민의 민속연희를 통합·관통하는 한국 고유의 독창적 공연예술’이다. 서양 연극 중심의 무대가 주를 이루었던 1960-70년대 한국 공연예술의 뿌리를 찾는 것은 ‘뿌리 없는 초목’을 심는 작업이라는 현실을 깨달았던 양 이사장은 1991년부터 한국공연예술학회를 시작으로 1996년에는 사단법인 한국공연예술원을 창립하며 본격적인 한국공연예술 분야의 지도자 역할에 앞장서 왔다. 2008년부터는 한국공연예술원 이사장을 역임하며 한극의 세계화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 양혜숙 이사장

특히 1997년부터 최근까지 샤마니카 페스티벌, 샤마니카 심포지움, 샤마니카 프로젝트 등 연구와 실천을 통해 ‘한극(韓劇)의 정립과 우리 문화 뿌리 찾기’에 매진해왔다. 한국공연예술의 뿌리 찾기 작업의 일환으로 얻어진 값진 소산물인 열화당에서 출판한 <샤만문화>, <불교의례>, <궁중의례>는 [한극의  원형을 찾아서] 시리즈로도 출판됐다. 그가 예술감독 또는 연출자로서 참여한 공연 작품으로 〈업·까르마(외디푸스)〉(2002), 〈코카서스 백묵원, 브레히트〉(2003), 〈짓거리 사이에서 놀다〉(2010), 〈우주목(宇宙木) I-바리〉(2012), 〈우주목(宇宙木) II-피우다〉(2013) 등 다수가 있다. 한극 자체가 거둔 성과도 주목할 만하다. 대표적으로 오이디푸스의 동양적 해석과 윤회사상을 다룬 <업, 까르마>는 베트남 주최 제1회 국제실험연극제에서 대상 없는 특상을 수상했다. 또한 <제9회 ANTIQUE GREEK DRAMA FESTIVAL>에 초청받아 아세아권으로서는 최초로 참여해 유럽외권 작품으로 유네스코 지정 기록문화유산 유적지에서 공연하기도 했다. <레이디 원앙>으로는 창작연희페스티발에서 인기상을 받는 쾌거를 거두며 한류의 새로운 콘텐츠로서의 ‘한극’의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양혜숙 이사장은 “그동안 우리의 한극은 오랜 연구와 인고의 시간을 거쳐 왔는데 이제 그 결실을 맺고 있다. 현재까지의 한극을 넘어 새로운 형태의 한극으로 발전할 필요가 있다”면서 “한국공연예술에 녹아있는 한극의 가치에 있어 우리다움을 잃지 않으면서도 세계화 속에서 더 나아갈 수 있는 방향에 대해 항상 고민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오는 11월15일, ‘제1회 양혜숙 한극상’ 시상식 개최
대한민국의 가(歌)·무(舞)·악(樂) 등 전통문화를 현대화한 공연예술을 총칭하는 한극(韓劇)을 발굴하고 시상하는 ‘제1회 양혜숙 한극상’이 오는 11월 15일 열린다. 양혜숙 이사장의 이름을 딴 시상식은 한국 고유의 정신과 문화를 담은 공연예술의 가치를 발굴하고 이를 세계와 공유하는 행사로, 한극 대상·작가상·공로상·예술인상·후원인상 등 5개 부문에서 시상을 진행한다. 양혜숙 이사장은 한극상 제정과 관련해 “요즘 K-컬처가 세계 각국에서 극찬을 받는 것처럼 전통예술에 뿌리를 둔 한극도 세계무대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토대를 만들고 싶다”며 “이번에 마련된 한극상이 전통문화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으로 도전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우리를 잃지 않으면서도 세계에서도 인정받는 ‘한극의 세계화’를 목표로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 온 양혜숙 이사장은 <한극 학교>, <한극 양혜숙 AWARD>, <한극의 전당>을 만들어 우리나라처럼 전통을 잃은 많은 나라들의 전통을 찾아주는 한편, 자긍심과 풍요로운 자신의 뿌리에서 비롯되면서도 세계인의 정서에 부응하는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세계 공연예술의 큰 마당을 마련해왔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국무총리 표창, 예술평론 실천상, 문화예술대상, 문화대상 등을 수상한 바 있는 양혜숙 이사장은 서구 명작들을 번역해 국내 대중들에 소개하며 한극 다양성의 토대를 마련했으며, ‘한트케 언어연극’이라는 장르를 한국에 처음 소개했는데, 지난 2019년 페터 한트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며 그 예술적 안목이 재조명된 바 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