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가 그렇게 울어대듯, 아름다운 도자 작품을 만들기 위해 수십, 수백개의 예비 작품이 무참히 깨진다. 찬란한 도자기를 빚어내는 장인의 손길 뒤에는 고단한 시간과 혼이 숨어 있으나 우리는 영롱한 빛깔에만 관심을 가지게 된다. 

황인상 기자 his@

한 명의 장인이 탄생하기까지 수십 년 아니 평생 때로는 대를 이어 기나긴 인고의 세월을 보내야 한다. 요사이 휴대전화 하나면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과 얼굴을 맞대며 이야기하는데 고리타분하게 장인정신을 말하는 것 자체가 진부한 생각일 수 있으나 새로운 과학과 문명의 발달도 그런 장인들의 손끝에서 탄생되고 있음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된다. 

생동감 넘치는 작품으로 한국의 미를 고스란히 담아내
지난 9월, 단아 박광천 명장은 고용노동부와 산업인력공단이 선정하는 대한민국 명장의 반열에 올랐다. 대한민국 명장은 1986년부터 지금까지 총 708명의 명장이 배출되었으며, 산업현장에서 최고 수준의 숙련 기술을 보유하고 고용노동부 장관이 고시한 직종에서 공고일 현재 15년 이상 종사하고 있는 기술자로서 숙련의 보유 정도가 높은 자, 신청 직종에서 최고의 숙련 기술을 보유하였다고 인정되는 자, 숙련 기술의 발전이나 숙련 기술자의 지위 향상에 크게 기여하였다고 인정되는 자 중에서 선정되게 된다.

▲ 박광천 명장

지난 1975년부터 50여 년간 도예 외길을 걸어온 박광천 명장은 앞서 지난 2008년 여주시 도예명장 3호에 선정된 바 있다. 초벌 후 그림을 그리고 유약을 바른 후 굽는 기존의 도예방식을 벗어나 유약을 바르고 그 위에 그림을 그리는 방식을 사용해 색을 살리면서 자연의 생동감을 살리는 도자기로 주목받고 있는 박 명장의 작품은 조선백자 천지호(달항아리), 진사토성호, 유상모란문호, 유상포도문호, 미소도깨비, 상감철화화장토 투계, 백자유상금강송문입호, 유상나비도자기, 설문대할망 등 생동감 넘치는 그림들로 한국의 미를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에 대해 단아 박광천 명장은 “저는 동양의 것이 아닌 우리 고유의 소재와 기법에서 풍기는 혼과 열정을 담아왔다”며 “그것이 저의 화가로서, 또한 도예인으로서 내 나라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천 년 역사의 전통을 지닌 도자의 고장 여주에서 투철한 장인정신으로 우리 조상들의 살아 숨 쉬는 한국 전통 도자기의 명맥을 이어온 박 명장은 한국예술대제전 금상, 신미술대전 대상, 대한민국문화예술상 등을 비롯해 인도네시아 문화부 장관 표창, 자랑스런 국민대상 도예명장대상, 여주시 문화상, 우수숙련기술인(도자공예 부문) 등에 선정되며 독보적인 예술성을 인정받았다.

특히 지난 50년간 도자기에 혼신의 힘을 모아 많은 기법을 개발한 박 명장은 도자기에 꽃 그림을 그릴 때 꽃잎을 입체감 있게 표현하기 위하여 라디오 안테나선으로 도구를 만들어 입체감 있는 매화꽃을 그리기도 하며(특허), 스타킹을 사용, 포도송이를 생동감 있게 표현할 수 있는 기법을 개발(특허)하기도 했다. 또한, 페라이트 슬러지를 포함하는 도자기용 안료 및 이의 제조 방법, 도자기 표면에 원형 그림, 양각 문양 등을 도시하는 방법 등의 총 7개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장인정신 바탕으로 조상의 숨결이 살아 숨 쉬는 예술품을 빚다
10대 시절 도자기공장에서 화공으로 일하며 도자의 매력에 빠진 박광천 명장은 문화재 화공 164호 이인호 선생에게 사사하며 본격적인 도예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후 확고한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조상의 숨결이 살아 숨 쉬는 예술품을 빚어내고 있는 박광천 명장. 100개의 작품에서 단 한 점의 작품을 건지기 위해서라면 가차 없이 99개의 작품을 망치로 깨버리는 것도 망설이지 않는 신념이 밑바탕 된 예술혼은 그를 기어코는 대한민국 명장의 반열에 오르게 했다. 이제 박 명장의 목표는 자신의 인생을 도자기에 담고 여주의 역사를 후세들에게 전설이 아닌 지금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삶을 사는 것이다. 박광천 명장은 “21세기 최고의 명작을 빚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작품을 남기고 천년 후 우리 후세에게 평가를 받겠다”고 피력했다.

한편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 서예문화 최고위 과정, 명지대학교 산업대학원 도자기기술학과, 서초포럼 SCA최고위 CEO과정을 수료한 박광천 명장은 (사)한국희망연맹중앙회 수석부회장을 맡아 불우이웃돕기 인력봉사 및 사랑의 집 고쳐주기 등의 사회의 어두운 곳에 등불이 되어 왔다. 또한 로타리클럽 회원으로 장학사업, 소아마비 지원사업 등 30여 년간의 지속적인 참봉사 활동을 펼쳐온 공로를 인정받아 국제로타리클럽 3600지구로부터 ‘개참패’를 수상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