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중공업이 발전 플랜트 시장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본격적인 수주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여기에는 최근 증기로 도는 발전용 터빈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체코의 스코다 파워를 인수, 발전기(두산중공업 자체보유)를 비롯해 두산밥콕의 증기를 만드는 보일러 기술 등 발전소 건설의 3대 기술을 모두 확보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두산중공업은 조만간 유럽 및 미주시장의 발전 사업을 총괄할 ‘두산파워시스템’을 신설, 스코다 파워와 두산밥콕을 편입시켜 해외 시장 진출 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어 향후 움직임에 많은 관심이 모이고 있다.

▲ 박지원 두산중공업 사장이 지난 9월 14일(현지시각) 체코 프라하에서 스코다 홀딩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스코다 파워 인수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발전설비와 담수화플랜트에 주력하고 있는 두산중공업은 1990년 후반 복합화력 발전소에 들어가는 발전설비의 하나인 배열회수보일러(HRSG) 사업에 본격적으로 참여한 이후 세계 37개국에 약 370여기를 공급한 바 있다. 이 결과 2003년 처음으로 이 부문 세계 시장 점유율 1위에 오른데 이어 2007년과 2008년 2년 연속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을 뿐 아니라 중동 및 유럽 베트남 지역의 대형 HRSG 시장에서는 독보적인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다 두산중공업은 최근 설계에서부터 기자재 제작, 설치, 시운전에 이르는 전 과정을 일괄 수행하는 발전 EPC(Engineering Procurement&Construction) 사업에서도 두드러진 성과를 보이는 등 발전 플랜트 세계 시장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지난 40여년간 국내외에서 발전설비를 공급하며 축적된 노하우와 대규모 생산공장을 기반으로 한 제작능력, 그리고 각종 플랜트의 토목과 건축 능력에 이르기까지 EPC 역량을 모두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두산중공업의 이같은 능력은 발전 플랜트 시장에서의 가장 큰 경쟁력으로 꼽히고 있으며 이는 곧 그만큼 세계적으로도 EPC 역량을 모두 갖춘 발전회사가 드물다는 것을 반증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2004년부터 EPC 사업역량 강화
두산중공업은 지난 2004년부터 ‘사업 portfolio 고도화’라는 전략적 목표 아래 국내 시장을 중심으로 단품을 제작·공급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설계/엔지니어링을 기반으로 한 EPC 플레이어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EPC 사업역량의 강화를 위해 국내외 유명 엔지니어들을 영입함과 동시에 CTO(Chief Technology Officer) 제도를 신설하는 등 기술 개발에 집중적인 투자를 해오고 있다. 이 결과 지난 2007년 인도에서 12억2000만 달러에 수주한 세계 최대 규모의 석탄화력발전소인 4000MW(800MW×5)급 문드라 프로젝트를 비롯해 같은해 중동의 두바이에서 수주한 제벨알리 M 복합화력발전소 등 1조 원 안팎의 초대형 프로젝트를 잇따라 수주하기도 했다. 뿐 만 아니라 지난 9월 초에 사우디아라비아 마라픽 화력발전소 5호와 6호기에  들어갈 3000억 원 규모의 보일러, 증기터빈 등 주요 기자재를 수주한데 이어 같은달 17일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전력청으로부터 1조 2700억 원(10억 4000만 달러) 규모의 꾸라야(Qurayyah) 복합화력발전소(1330MW) 공사에 대한 수주통보서를 접수하고 10월 중으로 정식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이에따라 두산중공업의 올 수주 누계실적은 4조 5000억 원을 넘어서게 됐으며 이를 계기로 하반기에는 중동 인도 등을 중심으로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013년 2월 꾸라야 복합화력발전소가 완공될 경우 기존 건설중인 발전소와 합쳐 총 발전용량 3190MW로 단일 복합화력발전 단지로서는 사우디아라비아 최대 규모다.

▲ 엔지니어들이 가스 터빈을 살펴보고 있다.

터빈 원천 기술 확보
서동수 부사장(발전BG장)은 “국제경쟁입찰에서 일궈낸 꾸라야 프로젝트는 최근 중동 인도 등 해외 발전소 건설 공사에서 보여준 기술력과 사업수행능력을 인정받은 결과”라며“심각한 전력난을 겪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오일자금을 앞세운 신규 발전소 건설이 활발하게 진행될 경우 추가 수주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두산중공업이 EPC 시장에 대한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게 된 것은 체코의 스코다 파워를 인수한데서 찾을 수 있다. 두산중공업은 발전설비 3대 핵심 기술 가운데 보일러, 발전기의 원천기술은 보유하고 있으나 터빈의 경우 GE 등 해외 기업에 의존해 왔다. 특히 전 세계 시장에서 80%(유럽 인도 동남아 중동 CIS 등)를 차지하고 있는 50Hz 타입의 스팀 터빈 기술을 갖고 있지 않아 해외 발전 EPC 사업 확대에 제약을 받아 왔다. 이 때문에 글로벌 발전 선도업체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터빈 원천기술 확보가 필수적인 과제로 남아있었으나 체코의 스코다 파워를 인수하면서 풀지 못한 과제를 한번에 해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스코다 파워 인수계약 체결로 터빈의 설계/엔지니어링, 제작 원천기술을 비롯해 다양한 실적 및 모델을 확보할 수 있게 됐으며 지속적인 기술경쟁력 강화를 위한 자체 R&D역량과 인프라,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됐다. 특히 보일러 터빈 발전기로 이어지는 발전 주기기의 원천 기술을 모두 보유하게 돼 지금까지 해외 선도업체(GE 지멘스 알스톰 등)들만 접근할 수 있었던 BTG 패키지 시장의 진입이 가능해져 향후 수익성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여기에는 유럽의 경우 현재 발전설비 총 발주물량의 40% 미만인 주기기 패키지 발주가 향후 80%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2015년 매출 17조 원 달성
또 스코다 파워의 터빈 성능개선 기술을 활용해 인도 등 해외에서 노후 발전소의 성능개선 시장 진출이 활발해 질 것으로 기대되며 산업체 복합발전소 지역 난방시설 등 중소형 터빈이 들어가는 다양한 사업 기회의 발굴도 가능하게 됐다. 두산중공업은 이번 스코다 파워 인수 계약을 통해 발전 주기기 분야에서 글로벌 선도업체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해 발전 선도업체로 성장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유럽 및 미주 시장의 발전 사업을 총괄할 ‘두산파워시스템’을 조만간 신설하고 그 밑에 스코다 파워와 두산밥콕을 편입시켜 본격적인 유럽 및 미주 시장 진출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스코다 파워 인수를 발판으로 터빈 분야에서 향후 2020년에는 매출 2조 6000억 원, 세계 터빈시장 점유율 10% 이상의 글로벌 탑 티어(Top-tier) 업체로 성장한단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이와함께 발전 Water 분야의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높이는 한편, 그린에너지 및 수처리 사업 등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해 2015년 매출 17조 원을 달성함으로써 포춘지 선정 글로벌 500위권 내에 진입, 향후 발전과 담수 등 플랜트 분야에서 GE 지멘스 알스톰 등과 경쟁할 수 있는 글로벌 리딩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계획이다. 두산중공업은 해외 수주물량의 급증에 따른 글로벌 생산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총 3억 달러를 투자해 베트남 중동부 해안에 위치한 쭝뀃(Dung Quat) 공단에 110ha(33만 평)의 대규모 생산 공장을 지난 5월 준공하고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