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 영양군 영양읍 현리 백련산 무량사는 신라 말기와 고려 초로 추정되는 유서깊은 절이다. 하늘에서 봉황이 내려와 알을 품고 있는 천개포란형의 명당터로 알려진 이 절은 기도하면 꼭 소원이 성취된다는 영험있는 천상관음기도도량이다. 비록 작은 규모의 사찰이지만 천왕문과 대웅전인 무량수전, 삼성각, 인법당인 지장전, 미륵 입상, 구층석탑 등이 골고루 갖추어져 있는 천혜의 자연이 준 사찰이다. 현재 이곳은 좌탈 입적한 화계주지스님의 뒤를 이어 지운 비구니스님이 사찰의 주지 소임을 맡고 있으며 지운 스님 전에는 불교계 역사에 큰 획을 긋고 입적한 화계 스님이 주지를 맡아 무량사를 이끌어 왔었다. 최근 화계 스님 입적 2주년을 맞아 무량사에서는 부처님 진신사리 봉안 및 추모법회가 진행됐다.

무량사에는 한 일화가 전해진다. 절터를 구하던 화송스님이 법당 주춧돌과 무너진 3층 석탑만 남아 있던 이 곳 절터를 발견하고는 그 당시 지주였던 권영성 처사를 만나 땅을 보시할 것을 요구했으나 거절을 당했다고 한다. 그 이튿날 새벽 헐레벌떡 화송스님을 찾아온 권영성 처사는 어찌된 영문인지 선뜻 땅을 보시하겠다고 말했다. 사연인즉 그날 밤 잠을 자는데 관음보살이 몽중 화현해 “그 도량은 내가 주석하는 도량이다”고 호통을 치는 바람에 놀라 달려왔다는 것. 또한 옛날 영양군수가 부임하려고 말을 타고 산을 넘어 돌아오면 말이 지금의 무량사 쪽을 바라보고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고 한다. 이상하게 생각한 군수가 말에서 내려 무량사 도량 터를 향해 합장을 하면 비로소 말이 움직였다는 전설이 전해올 정도로 무량사의 도량은 정말 예사롭지 않은 도량임에 틀림없는 듯하다.

화계 스님의 간절했던 중생 구제의 발원
입적 전까지 이곳의 주지스님이었던 화계스님은 그야말로 전국의 불자들에게 등불과도 같은 존재였다. 늘 말보다 실천을 강조했으며 불법이 언설에 있지 않고 행에 있음을 몸소 실천했던 화계스님은 늘 “선(禪)이란 추상적이거나 비세간적이 아니라 우주와 자연, 생명의 이치를 보는 지름길”이라고 말씀했고 선이란 무명을 걷어내 본래의 성품을 찾는 것이며 선 자체가 세상사는 이치를 꿰뚫어보는 지혜임을 강조했다. 또한 생전 “조문도(朝聞道)면 석사가야(夕死可也)라”, 즉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만족하다며 앉은 방석에 곰팡이가 날 정도로 좌선삼매에 들었고 두 무릎이 패일 정도로 용맹기도를 하다 깨달음을 얻었으며 보살도를 실천하다가 정해년 2월24일(관음재일)에 천왕문 기둥에 기대어 홀연히 좌탈 입적하신 근래 보기 드문 큰스님이었다. 10여 년 전 화계 스님은 미얀마의 수도 양곤에 있는 마하보디 수도원에서 부처님 진신사리 3과와 목련존자 사리 30과, 패엽경 5질을 이운 받았다. 지난 화계 스님 입적 2주기 추모 법회와 함께 20여 년 전 화계 스님이 조성한 현 무량사 9층 석탑에 봉안되었다. 화계 스님이 9층 석탑을 조성할 당시 은사이신 화송 스님이 생전에 혈서로 쓴 미타경과 일자 일배를 하며 순금으로 사경한 법화경을 탑에 봉안해 중생구제를 간절히 발원하셨다. 화계스님의 간절한 중생 구제의 발원이 보살도 실천으로 이어지고 지운 스님의 기도 정진의 염원으로 화계 스님 입적 2주년을 기념해 비로소 봉안을 하게 된 것이다. 사리란 팔리어인 사리라(Sarira)를 한자어로 표기한 것으로서 부처님께서 사라 쌍수 아래서 열반 후 다비를 했는데 8곡 4두의 오색찬란한 진신사리가 쏟아져 나와 사생육취에 자광을 투사했다고 한다. 사리신앙은 이러한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주변 여러 나라에서 나누어 가지고 가 탑을 세우고 봉안하면서부터 싹트게 되었다.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사찰의 기운은 일반적인 절과는 달리 부처님이 도달한 해탈의 정묘한 에너지가 끊임없이 은은히 방출돼 고통 바다에 윤회하는 중생들의 업장을 흡수, 소멸해 준다고 한다. 무량사 부처님 진신사리도 하얀 사리 2과에서 증식해 5과가 되는 불가사의한 기적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같이 부처님의 인격의 결정체로서 불사리는 인간 사유의 범주를 초탈한 불가사의한 신비로움을 나타내고 있는 것. 이러한 이적을 보인 무량사 부처님 진신사리 봉안은 부처님의 대자대비행을 실천함으로써 자신의 업장을 소멸시키는 것은 물론 부처님을 가까이 모시고자 하는 불제자들의 크나큰 축복이 아닐 수 없다. 무량사의 지운 스님은 “스님께서는 열반에 드실 것을 정해년 2월 초하루 법회 때 예언을 하셨지만 항시 스님께서 오고 감이 없는 생사의 도리를 말씀하셨기 때문에 그냥 예사로 듣는 이들도 있었지만 매우 슬펐다”며 “스님께서 생사거래가 없음을 보여 주기 위한 무언설법인 줄은 알고 있으나 스님을 다시 뵐 수 없다는 것이 무척 아쉽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스님의 법문은 추상적이거나 비세간적이 아니라 알아듣기 쉽고 매우 현실적이며 실질적인 것에 바탕을 두고 있었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고통의 삶을 넘어 영원한 생명과 무한한 행복을 나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가에 대한 스스로의 질문에 끊임없는 수련과 고뇌를 통해 해답을 얻고 불자들에게 전파했던 화계 스님의 이러한 가르침을 이제 무량사 지운 주지스님이 이어가고 있다.

요즘처럼 혼탁하고 어둡고 어지러운 세상에 맑고 밝은 대자유의 참사람의 참된 모습과 생활을 무량사를 인연으로 깨닫게 된다면 부처님의 은혜에 보답하는 것이라는 지운스님의 얘기를 들으니 무량사가 앞으로도 무량한 깨달음의 도량이자 천상관음기도도량으로 불자들의 복전이 되어 생사해탈의 도량으로서 확고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무량사는 부처님의 진신사리의 크나큰 기운, 화계 큰스님의 업적과 함께 지운스님으로 이어져 불교계의 메카로 떠오를 듯하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