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분쟁으로 시작된 수단 다르푸르의 내전
이곳에는 진정 평화는 없는가?

세계 곳곳, 그 중에서도 도움의 손길이 절실한 곳에서 인종분쟁, 종교분쟁 등으로 유혈사태가 끊이지 않고 있다. 2006년 중반 UN의 중재로 평화협정이 맺어지기 전까지 아프리카의 수단의 다르푸르 지역에서는 매월 1만 명이 유혈분쟁과 굶주림, 질병으로 숨졌다는 UN의 보고가 있을 정도이지만 이는 표면적인 집계일 뿐 아직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됐는지는 정확히 집계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며 최근 또 다시 이곳은 분쟁의 메카로 떠오르며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고 있다. 학살과 약탈이 빈번하게 진행되고 있는 이곳 다르푸르는 그야말로 ‘아프리카판 킬링필드’라 불릴 정도로 그 잔혹함과 비참함이 감돌고 있지만 서구 사회의 이해관계로 인해 그 심각성은 잘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다. 첨단 과학의 시대인 21세기가 된 지도 9년 가까이 흘렀지만 아직까지도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내전들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이러한 내전들은 주로 아프리카에서 벌어지고 있어 가뜩이나 물 부족과 기아로 허덕이는 이곳에 또 다른 형태의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르완다, 소말리아, 에티오피아, 에리트리아, 앙골라, 콩고 그리고 최근의 이슈화된 수단까지 대부분 아프리카의 나라들은 내전으로 몸살을 한 번씩 앓았을 정도. 본지에서는 그간 있었던 여러 나라들의 내전의 특징을 살펴보고 최근 이슈화되고 있는 수단의 상황을 집중 분석해보고자 한다.

▲ 오랜 내전으로 인해 수단에서는 약 150만 명의 난민이 발생했으며 이들은 굶주림과 질병 그리고 빈번하게 자행되는 학살로 많은 이들이 희생되고 있다.

수단 내전 이전에도 아프리카에서는 끊임없이 내전이 지속돼 왔다. 중앙아프리카의 작은 나라 르완다에서는 수십 년간에 걸친 투치족과 후투족의 싸움으로 많은 사람들이 희생됐다. 20세기 초까지 독일과 벨기에에 의해 식민지 통치를 받았던 르완다는 소수파인 투치족을 우대하는 정책이 계속돼 오다가 1950년대에 이르러 독립의 기운을 감지한 벨기에가 후투족을 지원하는 정책으로 전환하게 된다. 이에 1959년부터 투치족에 대한 후투족의 보복이 시작됐고 투치족에 대한 대대적인 학살이 자행됐다. 1962년 르완다는 벨기에로부터 완전히 독립하게 되었고 그간 국외로 탈출했던 투치족이 우간다의 반란군과 손을 잡고 르완다 애국전선(RPF)을 결성해 후투족과의 기나긴 싸움을 시작했다. 1994년 르완다 애국전선이 수도 키갈리를 제압했고 투치족은 신정권을 발족했지만 후투족은 이를 간과하지 않고 한동안 뜸했던 투치족 학살을 다시 시작했다. 더 이상 르완다 사태를 두고 볼 수 없었던 UN 안전보장이사회는 UN 르완다 국제형사재판소를 설치해 이 사태를 진정시키고자 했지만 오히려 이 사태는 1998년 콩고 민주공화국(구 자이르)의 내전으로 확대됐으며 르완다와 우간다가 반정부 세력을, 짐바브웨와 앙골라, 나미비아가 정부군을 지원하는 아프리카 내 전쟁으로 확산되기에 이른다. 이 사태로 인해 전투와 식량 부족 등으로 약 2백만 명 가량이 사망했고 더 이상의 출혈을 원하지 않았던 각 나라들은 2002년 7월, 콩고의 카빌라 대통령과 르완다의 카가메 대통령이 콩고 분쟁의 종결을 위한 평화협정에 조인하게 되면서 끝을 맺게 되었다. 이후 르완다는 나라 재건에 온 힘을 쏟고 있지만 내전의 후유증을 이겨내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1970년대부터 시작된 소말리아 내전은 UN 평화유지군의 적극적인 개입에도 불구하고 실패로 끝나는 상황이 발생했고 결국 1995년 UN은 소말리아에서 완전히 철수했으며 현재까지 이곳에서는 각 부족간 분쟁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UN 아동기금의 소말리아인 직원이 납치되고 임시정부의 관광장관이 무장 세력들에게 납치되는 등 납치와 살인 사건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으며 한국의 원양어선 동원호를 포함, 반란군의 해적질도 계속되고 있지만 워낙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세계 각국은 아직까지도 제대로 된 해결책은 내놓지 못한 채 넋 놓고 바라만 보고 있는 상황이다.

분쟁으로 얼룩진 수단의 역사
최근 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나라 수단 역시 오랜 내전으로 나라 상황이 극도로 나빠진 상황이다. 수단이 독립 이후 걸어온 길을 잠시 살펴보자. 아프리카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가진 수단은 국토의 25%는 사람이 살지 않는 사막이고 30%는 유목민(총인구의 약 14%)이 사는 건조지대이며 나머지 부분에는 농경민 등 정착인구가 분산해 있다. 북부지방에는 아랍어를 사용하는 이슬람계의 함족과 셈족이 살고 있으며 남부에는 흑인계열의 기독교와 전통신앙, 독특한 언어를 가진 다양한 인종과 부족이 살고 있어 남북 간에 뚜렷한 경제, 사회, 문화적 차이가 있다. 수단의 역사는 이집트 및 에티오피아와 밀접하게 결부되어 있다. BC 8세기 전반에는 누비아를 중심으로 강력한 노예국가가 형성돼 1∼3세기 사이에 전성기를 맞이했으나 3세기에 에티오피아 유목민들의 침략으로 멸망했고 BC 3,000년경 이집트의 파라오는 수단의 북부지역인 누비아를 침략하기도 했다. 6세기에는 그리스도교가 유입되었으나 7세기 중반 아랍인들의 이민이 시작된 후 이슬람교와 아랍어가 중심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1870년대 이후 수단은 이집트의 지배하에 속하게 되었고 이집트가 영국의 통치하에 놓이게 되자 1899년 양국의 공동통치가 수립되어 앵글로 이집트 수단이 되었다. 이집트 혁명 후인 1953년에 이집트는 수단인의 자결권을 인정하고 이집트ㆍ영국 협정으로 1955년 수단공화국으로 독립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수단은 독립 당시부터 국내 이슬람 종파 간에 세력 다툼으로 정치적 혼란이 가중되었고 여러 번의 쿠데타를 겪기도 했다. 남부지역의 비아랍인들(수단 인구의 25%)은 과거 지속돼 왔던 남부지방에 대한 차별과 소외 때문에 분리 독립을 주장하면서 분쟁이 시작됐고 1972년에는 에티오피아 중재로 휴전에 합의했으나 휴전조건을 놓고 반군과 이슬람세력 자체에 내분이 발생했고 결국 휴전은 무산됐다. 1969년 자팔 누메이리(Nimeiri)의 쿠데타이후 국명을 수단공화국에서 수단 민주공화국으로 바꾸고 사회주의정책을 실시했고 1983년 누메이리 정권이 이슬람법을 실시하려 하자 남부지역의 분리 독립운동세력은 에티오피아 및 리비아 지원 하에 수단인민해방군(Sudan People's Liberation Army: SPLA)을 조직해 분쟁이 격화됐다. 1985년 누메이리 대통령의 외유 중 다하브 국방장관이 군사 쿠데타를 일으켜 과도군사위원회 의장에 취임했으며 1989년에는 오마르 하산 알 바시르(Omer Hassan Ahmed El Bashir) 준장이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하면서 독재정치의 강화와 독립운동에 대한 탄압의 강도를 높이자, 1990년부터 분쟁은 심각한 상황에 이르게 된다. 이에 미국과 자이르(현재 콩고민주공화국) 등이 양측에게 휴전할 것을 요구했고 열세에 몰린 인민해방군 측은 1992년 5월 나이지리아의 아푸자에서 휴전협상에 임하여 바시르 정권과 평화협정을 체결했다. 하지만 그 뒤로 무력 충돌은 계속돼 남부의 중심지 주바에서 수단인민해방군의 공격이 빈번하게 발생했고, 1992년 9월에는 난민구제를 위해 파견된 UN 요원 4명이 무력 충돌 과정에서 희생되기도 했다. 바시르정권과 수단인민해방군간의 협상은 결렬되고 분리 독립운동세력들의 내분 역시 평화협상을 어렵게 만들었다. 그러한 가운데 1993년 수단인민해방군 내부의 통일파와 가란파가 케냐에서 협상을 벌여 남부지역에 잠정적 통치기구를 설치할 것과 독립을 묻는 주민투표를 실시한다는 것에 합의하고 1996년 말부터 움마당(Umma Party), 통일민주당(Democratic Unionist Party: DUP) 무장조직 등 7개 세력이 민족민주동맹(National Democratic Allience: NDA)을 결성, 대대적인 공세를 감행했다. 그러자 바시르정권은 1997년 에티오피아군 지원 하에 반군이 국경선을 침범하였다는 이유로 국가총동원령을 선포했고 1999년 바시르정권은 국가긴급사태를 선포, 의회를 해산시키고 정권을 바시르대통령에게 집중시켜 독립운동세력에 대한 공격을 강화했다. 무력충돌이 빈번히 지속되는 가운데 2002년에는 스위스와 미국의 중재가 시작됐고 2006년 극적으로 수단 정부와 독립운동세력간의 휴전이 합의되었다. 스위스에서 진행된 이 협상에 따라 휴전합의이행을 감독하기 위한 국제 감시단 구성, 수단인민해방군이 점령하고 있는 누바 산악지역 내 민간인의 자유로운 이동과 인도지원 구호품의 공수, 그리고 2개 무장지역에 경작민의 접근을 허용하는 것 등이 포함되었다. 하지만 협상이 이루어진 것도 잠시 또 다시 수단에서는 이른바 인종청소가 다시 자행되고 있다.

남편이 보는 앞에서 여성을 성폭행하기도
1983년부터 시작된 아프리카계 기독교도 반군과 이슬람교를 믿는 아랍계 정부군이 충돌한 이후 21년 동안 약 2백만 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고 이후 반군과 정부가 내전 종식을 위한 선언문에 합의하면서 극적으로 끝나는 듯했지만 다르푸르 지역의 반군은 이에 동참하지 않았다. 다르푸르는 아랍계 유목민과 아프리카 흑인 종족들이 섞여 사는 곳으로 두 민족이 물과 토지를 둘러싸고 오랫동안 분쟁을 벌여온 곳이다. 특히 ‘수단해방군(SLA)’과 ‘정의·평등운동(JEM)’ 등 반군단체는 수단 정부의 친아랍계 정책에 반발하며 다르푸르 지역에서 정부를 공격했고, 아랍계 무장조직인 잔자위드가 반격에 나서면서 상황은 급속도로 나빠지기 시작했다. 수단 정부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추정되는 잔자위드는 아프리카계 주민들을 무차별 학살, 마치 킬링필드를 방불케 했다. 국제사면위원회 보고에 따르면 잔자위드는 다르푸르의 흑인 마을 수백 곳을 불태우고 주민을 몰아냈다. 또한 8살짜리 여자 아이를 비롯한 부녀자들을 조직적으로 성폭행했는데 이는 단순한 성폭행이 아닌 잔자위드 조직원들에 의한 인종청소의 한 방편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다르푸르 흑인 여성을 강제로 임신시켜 피부색이 다소 밝은 아이를 낳도록 한다는 것. 이 지역 문화가 부계 혈통을 따른다는 점에 착안한 교묘한 수법이었다. 또한 잔자위드 조직원들이 아프리카계 주민을 사슬로 묶고 산 채로 불태웠다는 보고도 있었다. 잔자위드의 만행으로 무려 150만 명이 난민으로 전락했으며 이 가운데 20만 명은 인근 국가 차드로 도피했으나 나머지는 600km에 이르는 수단ㆍ차드 국경지대에 흩어져 겨우 목숨을 부지하는 상황이었다. 이들은 언제 공격당할지 모르는 위험에 노출돼 있었고 하루하루가 그야말로 가시방석이었을 터. 하지만 수단 정부는 이 사태에 대해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었다. 손을 놓고 있다기보다는 오히려 잔자위드에 헬기와 무기를 제공해 인종청소를 돕고 있다는 보고와 증언이 계속됐다. 차드로 대피한 다르푸르 난민들은 잔자위드와 정부군이 함께 마을을 공격했다고 증언했으며 이 외에도 잔자위드 편에 서 있는 정부의 증거는 속속들이 보고되었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난민들의 지옥보다 못한 생활이었다. 150만 명이나 되는 난민들은 매달 평균 굶주림과 질병 그리고 빈번하게 자행되는 학살로 이 기간 동안 매달 평균 1만 명이 사망했으며 무장세력의 공격으로 인해 구호품도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맞게 되었다. 이들이 피신했던 지역은 척박한 사막지대로 건기에는 기온이 섭씨 40도를 훌쩍 넘는 곳이다. 식수마저 구하기 어려워 설사와 고열, 폐렴을 앓는 사람들 역시 급증했지만 이들은 이러한 굶주림과 질병보다도 잔자위드의 공격이 더 두렵다고 말했다. 잔자위드는 이들을 삶의 터전에서 강제로 내몬 것도 모자라 이들이 모여 있는 난민촌을 공격했으며 특히 여성을 주요 표적으로 삼았다. 앞에서도 언급했듯 인종청소의 한 방편으로 여성들을 강제로 강간한 이들은 단순한 강간이 아닌 이들에게 모욕을 주기 위해 남편이나 친척이 보는 앞에서 강간을 서슴지 않았다. 차드로 대피한 난민 가운데에는 성폭행을 당한 여성들이 적지 않았다. 한 여성 난민은 자신이 보는 앞에서 딸이 강간당했다고 증언했으며 저항하다가 다리에 총을 맞은 여성도 있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다르푸르 난민의 사망률은 한 때 정상치의 6배에 달했다고 UN은 밝힌 바 있으며 구호물품 전달도 쉽지 않아 난민들 대부분은 영양실조에 걸려 있었다. 죄 없는 여성과 아이들이 희생되는 것을 더 두고 볼 수 없었던 UN의 중재로 2006년 5월 평화를 선언했지만 올 들어서만 또 다시 1천여 명 이상이 사망하는 등 수단의 정세는 여전히 지뢰밭이다. 이 모든 일이 21세기에 접어든 이 시점, 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국토를 가지고 있는 나라 수단에서 벌어진 일이다.

깊어진 아프리카와 서방세계의 골
2005년 1월, 수십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 내전을 종식시키고자 그간 UN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노력은 계속돼 왔지만 오히려 수단과 아프리카 연합은 수단의 내정에 관여하지 말라며 수단 내에 있는 각종 단체들에게 수단을 떠날 것을 명령했다. 또한 지난 3월 국제형사재판소(ICC)는 수단 바시르 대통령에게 전쟁범죄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했지만 수단 정부는 이에 협조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으며 체포영장이 발부된 직후 바시르 대통령은 반군과의 내전이 벌어진 다르푸르에 버젓이 등장했다. 그 곳에서 자신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한 국제형사재판소와 서방 국가들에 대한 규탄대회를 진행한 그는 “수단의 법을 어기는 자는 누구든 추방할 것이다”라고 강조했으며 덧붙여 “미국은 건국 당시 아메리칸 원주민들을 학살했고 히로시마 원자폭탄 투하, 베트남전, 이라크전 등 수많은 전쟁을 일으켰음에도 불구하고 왜 그들은 재판에 회부되지 않는가”라고 말해 서방 국가에 대한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서방 세계에 대한 바시르 대통령의 강한 불만은 비단 수단에서의 경우만은 아니다. 현재 아프리카의 국경은 서구 제국주의 시대의 신민지 모국들이 분할 점령했던 경계선을 근거로 한 것이다. 따라서 아프리카 원주민들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그어진 선에서 다양한 형태로 존재했던 소수민족들의 이해 또한 다양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식민통치는 이러한 이해관계와는 상관없이 식민지 모국을 위한 불균형한 산업발전과 이 과정에서 소수민족에 대한 차별과 억압은 계속됐고 수단의 분쟁 역시 인종과 민족의 차이에 의한 지역차별 때문에 발생했던 것. 역사적으로 수단의 남부지방은 보건과 교육체계, 전반적인 사회기반시설의 저발전에도 불구하고 석유, 광산, 목축업과 목재 등의 산업이 북부 지배층에 의해 개발되었다. 남부지방의 소외의식은 아프리카 전반에 퍼져 있는 빈곤의 문제와 함께 폭발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수단을 비롯한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들은 이러한 문제들로 현재까지 큰 몸살을 앓고 있으며 오랜 분쟁으로 인해 각 나라들의 인권 상황은 그야말로 바닥을 치고 있는 상황이다. 수단 자체가 분쟁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수단의 난민들은 현재 인접국가인 차드, 에티오피아, 에리트리아 등으로 유입되고 있지만 이 나라들 역시 자신들의 분쟁으로 골치를 썩고 있는 상황이기에 이 지역 난민들의 인권은 더욱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때문에 자신들의 나라가 이렇게 된 원인을 과거 식민지 모국들의 이해관계라고 생각하고 있기에 아프리카와 서방 세계와의 골은 유난히 깊을 수밖에 없다. 국제형사재판소의 체포영장 발부에도 불구하고 눈 하나 깜짝도 하지 않는 바시르 대통령은 물론, 수단을 비롯한 아프리카 국가들의 내정에 간섭하지 말라는 아프리카 연합의 모습만 봐도 잘 알 수 있을 터. 최근 UN은 이 사태를 끝내지 않으면 석유 수출금지 등 경제제재를 내리겠다고 수단 정부에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수단 정부는 마지못해 수천 명의 추가 병력을 다르푸르에 파견했지만 그 효과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한 나라의 일부분이라 해도 한반도 면적의 2배가 넘는 다르푸르 지역을 고작 몇 천 명으로 제압해 보겠다는 수단 정부의 속셈부터가 발등에 불부터 끄고 보자는 얄팍한 속셈이기 때문이다.

수단의 분쟁은 인종간 문제 외에도 그 깊은 원인은 놀랍게도 물 때문이다. 아프리카 대부분의 국가들이 심각한 물 부족으로 고통받고 있기에 이 분쟁은 쉽사리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물을 둘러싼 부족 간 충돌은 가축 사육에 필요한 목초지와 수원지를 서로 차지하려는 다툼에서 시작됐지만 이런 다툼은 다시 복수와 앙갚음을 낳는 방식의 악순환을 가져와 현재는 상대방 부족원을 말살하려는 극한 상황까지 치닫게 된 것이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은 아프리카 역시 피해가지 않은 가운데 사막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경작지 역시 점점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싸움은 수단 외에 다른 나라에서도 벌어질 가능성은 크다. 때문에 미국을 비롯한 지구 온난화에 일조를 한 나라들은 아프리카의 이러한 상황을 가만히 묵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하지만 아프리카는 아프리카대로 이들 서방 세계의 간섭을 원하지 않고 있고 그로 말미암아 아무 죄없는 이들이 난민으로 전락해 이곳저곳을 떠도는 일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 악순환을 끊을 수 있는 획기적인 해결책은 과연 언제쯤 등장하게 될까?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