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실한 기독교 신자라 해도 성서에서 언급되는 물건들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얘기만 들었을 뿐 아직 한 번도 보지 못한 물건들이 대부분이기에 목사님의 설교를 듣는다고 해도 머리 속으로 그려 보기도 쉽지 않겠지만 실제로 그러한 물건들을 볼 수 있다면 성경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에 충북 제천에 세계 최초의 성서사물 박물관인 ‘세계기독교박물관’이 오는 2010년 12월 개관을 목표로 현재 설립 준비가 한창 진행 중이다. 이 박물관의 김종식 관장은 그간 사비를 들여 수집한 1만 3천여 점의 성서 관련 물건과 자료들을 이곳에 모두 전시할 계획이다.

▲ 김종식 관장

“열악한 기독교 교육 환경에 엔진을 달아 주고 싶다”는 말로 박물관 건립 취지를 밝히고 있는 김종식 관장은 “한국교회의 미래 주역인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좀 더 성경을 쉽고 재미있게 알려주려 한다”고 이야기한다. 모태신앙인 김 관장은 중학생 무렵 병상에 누워 있으면서 성경에 나오는 물건들에 관심을 갖게 됐다. 여름만 되면 알 수 없는 병으로 인해 시름시름 앓아누웠던 그는 그 기간 동안 성경을 탐독했고 성경을 읽으면서 거기에 나오는 물건들에 대해 궁금증이 커지기 시작했다고. ‘아기 예수를 감싸 안은 강보는 어떤 것일까?’, ‘다윗은 어떤 도구로 골리앗을 죽였을까?’는 궁금증은 날로 커졌고 그는 하나님께 “제 병을 고쳐주신다면 성서 사물을 모아 박물관을 만들고 복음을 전하겠다”는 기도를 올렸다. 그의 간절한 소망은 현실이 되었고 그는 하나님의 은혜에 보답하고자 어렸을 적 다짐했던 하나님과의 약속을 지금 지키고 있다.

월급과 퇴직금까지 모두 털어 넣은 열정
지난 1978년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입사하기까지 그는 까마득하게 소망한 것을 잊고 살았다. 그러다 1983년 이집트로 발령을 받은 뒤 성지를 둘러보면서 문득 어린 시절 하나님께 드린 기도가 생각났고 그 때부터 성경 사물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2000년에는 이스라엘로 자원한 뒤 더욱 많은 사물을 모았고 지금까지 수집한 사물만 무려 1만 3천여 점. 2000년 된 옥합, 아브라함 시대의 도자기, 가이사 동전 등 정말 직접 그 곳에 가보지 않으면 볼 수 없는 희귀한 물건들도 다수 포함돼 있다. 이를 위해 김 관장은 월급은 물론 퇴직금까지 모두 털어 넣었고 그것으로 모자라 물려받은 토지와 서울에 있는 집까지 처분해 박물관 건립을 위한 부지까지 마련했으니 그의 열정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가고도 남을 터. 이렇게 성서사물 수집가인 김 관장과 함께 하다 보니 아내인 정정숙 전도사 역시 성서 유물에 관심을 갖게 됐고 특히 그녀는 성서 식물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금은 성서 식물 전문가로 책까지 출간한 정 전도사는 남편과 함께 박물관 건립에 전념하고 있다. 얼핏 들으면 김 관장이 ‘목사님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KOTRA에서 얼마전 퇴직한 김 관장은 세계기독교박물관 건립에 전념할 생각이다. 부지 109,280㎡, 연건평 3,644㎡ 규모의 대형 현대식 건물로 건축될 박물관에는 성경관련 사물 7천여 점, 성경관련 자료 6천여 점 등 총 1만 3천여 점이 전시될 예정이며 완공 후 매년 22만 명 이상의 기독교인이 찾는 성지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세계 최초의 성서사물 박물관인 ‘세계기독교박물관’이 오는 2010년 12월 개관을 목표로 현재 설립 준비가 한창 진행 중이다. 이 박물관의 김종식 관장은 그간 사비를 들여 수집한 1만 3천여 점의 성서 관련 물건과 자료들을 이곳에 모두 전시할 계획이다.

중국, 이스라엘 등에 박물관 분점을 내는 것이 꿈
성경을 읽다 보면 ‘어떤 여자가 옥합을 깨뜨려 예수의 머리와 발에 나드향유를 붓고 씻겨주었다’라는 대목이 나온다. 여기서 옥합은 어떻게 생겼고 나드향유는 어떤 향기를 풍기는지 성경을 읽는 이는 대단히 궁금할 것이다. 김 관장은 “옥합은 돌로 만들어진 병이고 그 안에 들어있는 나드향유는 히말라야 산맥에서 생산되는 천연 향유이다”고 설명한다. 이것을 팔레스타인 땅으로 운반하기 위해 사람들은 낙타에 싣고 사막을 건너오는 대장정을 펼쳐야 했고 이 과정에서 향유의 증발을 막기 위해 튼튼한 돌병인 옥합에 향유를 넣고 그 입구를 밀랍으로 봉했다. 밀랍이 마르면 병과 한 덩어리가 되는데 내용물을 꺼내기 위해서는 밀랍을 떼어내는 과정이 마치 병을 깨뜨리는 모습과 유사하다고. 하지만 이는 병을 깨뜨리는 것이 아닌 뚜껑을 여는 과정이라고 이해하면 되며 이 물건들은 모두 세계기독교박물관에서 볼 수 있다고 김 관장은 덧붙인다. 이를 실제로 보고 느낌으로써 성경에 등장하는 물건들에 대해 정확히 이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는 곧 성경에 대한 올바른 이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김 관장의 설명이다. 김 관장은 “국내에는 물론 이스라엘, 미국을 비롯한 세계 어디에도 이처럼 방대한 양의 성서사물을 전문적으로 전시한 박물관은 없다”면서 앞으로 한국의 세계기독교박물관을 세계적인 성지로 만든 후 중국, 이스라엘 등지에 박물관 분점을 낼 뜻도 아울러 밝히고 있다. 특히 박물관이 위치하게 될 충북 제천은 동서울 톨게이트에서 1시간 30분가량 소요되며 기차를 이용해도 청량리역에서 제천역까지 두 시간 정도 걸리는 곳이기에 수도권 기독교인들이 부담 없이 다녀갈 수 있으며 딱딱한 박물관이 아닌 주변의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어우러진 친환경 박물관으로 꾸밀 계획이다.

박물관 착공에 앞서 지난 6월 17일과 7월 2일 서울에서 성서사물 세미나를 개최한 김 관장은 다양한 형태의 성서사물 특강을 계획하고 있다. 목회자들과 일반 교인들이 특히 보고 싶어하는 물건 50여 점을 골라 김 관장이 직접 들고 나와 설명을 하기에 성서사물을 통해 성경을 깊이 있게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듯하다. 김종식 관장을 직접 초청하여 설명을 들을 수 있는 특강을 신청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문의 02-415-2259)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