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각종 사고로 인한 외상환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물론, 중증 외상환자의 경우 높은 사망률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선진국의 경우와 비교하면 우리나라 중증 외상환자의 사망률은 매우 높은데, 예방 가능한 사망률의 경우 미국의 선도적 센터는 1%를 목표로 운영 중에 있지만 한국은 33%가 넘는 수준이다.

황인상 기자 his@

▲ 대한외상학회 이종복 회장

우리나라  중증 외상환자의 사망률이 높은 이유는 외상환자를 전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시설과 인력이 부족하고, 병원 전 단계에서 중증 외상환자에 대한 적절한 처치 후 병원으로 빠르게 이송할 수 있는 응급 의료체계가 미흡하기 때문이다. 최근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대한외상학회의 행보가 화제다. 이종복 대한외상학회 회장을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었다.

선진외상체계 구축 위해 美 애리조나주와 MOU 체결
대한외상학회는 2013년 4월 보건복지부, 국립중앙의료원, 부산대병원 외상센터 및 5개 국내 권역외상센터의 관계자들과 함께 미국 애리조나주 5개 외상센터 및 로스엔젤레스 외상센터를 방문해 선진외상체계 구축에 대한 설명을 듣고 현장견학을 실시했다. 이종복 대한외상학회 회장은 “애리조나주는 비교적 다른 주에 비해 늦게 외상체계 수립이 시작됐음에도 불구하고 주정부 및 민간 외상지원재단의 전폭적 후원에 힘입어 빠르게 외상체계를 구축한 모범적인 주”라며 “국내 외상체계가 걸음마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에서 따라가야 할 롤 모델로 최적”이라고 하였다. 특히 애리조나주의 경우 테러나 전쟁, 자연재해 등에 의한 대량 살상이나 대규모 재난이 발생하는 상황을 가상한 군과 민간의료진 사이에 환자 이송체계 및 치료에 대한 협조체계가 잘 이루어져 있다. 이는 외상 관련 민·군 의료진에 대한 합동 교육 프로그램이 지속적으로 시행되어 왔다는 사실로, 항상 전쟁의 위험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빠른 시일 내에 반드시 도입해야 할 제도이기도 하다. 한편 한국방문단은 애리조나주 외상 관계자들과 제1차 ‘한국-애리조나 외상정상회의(Korea-Arizona Trauma Summit)를 개최하여, 외상환자의 사망률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방식에 대한 강의와 열띤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아울러 이번 방문을 통해 한국 대표단은 애리조나주 보건 당국과 외상체계의 발전을 위한 양해각서도 체결, 양국의 외상체계 구축 및 발전을 위한 지속적인 협력을 하기로 합의했다. 이종복 회장은 “이제 막 제도를 도입하여 시행하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단기간에 성공적인 한국형 외상센터 및 시스템의 구축을 위해 미국 외상센터에 대한 벤치마킹을 통한 한국형 모델의 정립이 반드시 필요하며, 그런 면에서 이번 미국 외상센터 방문은 매우 뜻깊은 일이었다”면서 “앞으로 학회 차원에서 정부 및 각종 외상 관련단체, 외상센터 등과 협조해 현재 35%에 머무르고 있는 예방 가능한 사망률을 5년 내에 선진국 수준인 10% 이내로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 대한외상학회와 국군의무사령부는 외상분야의 포괄적 협력에 관한 MOU를 체결하고, 실무위원회를 구성, 합동 심포지움 및 양측 외상팀에 대한 교육훈련을 매년 정기적으로 시행하기로 합의했다.

민·군 합동으로 효율적인 외상 환자의 치료체계 구축
최근 대한외상학회는 국군의무사령부(사령관 박동언소장)와 함께 ‘민-군 합동 외상치료체계 구축’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이종복 회장은 “현재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권역외상센터 외상팀에 대한 수련, 교육과 평가를 주관하고 있는 대한외상학회와 군 외상센터 건립을 추진 중인 국군의무사간의 합동 프로젝트”라며 “전쟁이나 대형 테러 등 유사시 외상환자가 동시에 대량 발생하게 되는 상황에서 민·군 합동으로 효율적인 외상 환자의 치료체계 구축을 목적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프로젝트의 목표는 ▲외상 환자의 효율적인 이송 ▲외상 환자의 분류 및 치료 우선순위의 결정 ▲외상 환자 표준진료 지침의 민·군 합동 계발 및 공유 ▲외상팀에 대한 합동 교육 등이다. 이를 위해 대한외상학회와 국군의무사령부는 외상분야의 포괄적 협력에 관한 MOU를 체결하고, 양측 3-4명 규모의 실무위원회를 구성, 합동 심포지움 및 양측 외상팀에 대한 교육훈련을 매년 정기적으로 시행하기로 합의하였으며, 첫 번째 합동 심포지움을 2013년 11월에 서울대 어린이병원에서 성황리에 개최한 바 있다.
 이종복 회장은 “외상 환자를 한 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서는 외상 팀내 뿐 아니라, 관련 기관의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국가 위기시에 외상으로부터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민·군이 한마음, 한 뜻이 되어야 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이어 “우리나라는 비록 그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하여도 언제든지 전쟁과 대형 테러에 의해 외상환자가 동시에 대량 발생할 수 있는 여건에 놓여 있으며, 또 현대전의 특성상 이는 민·군 구별 없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국가 유사시에 대비한 ‘민·군합동의 외상치료체계 구축’은 반드시 필요하며, 이를 위해 국군의무사령부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하겠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정부와 국군의무사, 대한외상학회가 한 마음, 한 뜻으로 외상으로부터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든든한 파수꾼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한 포부를 밝혔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