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연구진이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망막혈관 질환에 대한 치료 실마리를 찾아냈다. KAIST 의과학대학원 연구진은 혈관이 부족하여 혈액공급이 잘 되지 않는 망막 부위에 새로 건강한 망막혈관이 생성되도록 하여 망막신경을 보호하는 혈관생성 단백질을 찾아낸 것이다.

▲ KAIST 의과학대학원 이준엽 연구원

향후 당뇨망막병증과 미숙아망막병증의 치료방법 개선을 위한 연구의 단초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이번 연구결과는 기초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안과전문의 연구원이 이룬 성과여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망막허혈 개선하고 망막신경 보호하는 단백질 발견
영남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안과전문의를 취득한 이준엽 연구원은 안과전문의로서는 처음으로 KAIST 의과학대학원에 입학하였으며, 이번 학기에 박사학위를 취득할 예정이다. 학위과정동안 이준엽 연구원은 유욱준, 고규영 교수의 지도하에 당뇨망막병증 등 망막혈관 질환의 병인과 치료에 대한 기초연구를 수행해왔다. 이준엽 연구원이 수행한 이번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으로 수행되었고, 연구결과는 사이언스 중개의학(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 표지논문으로 소개되었다. 국내 연구진의 연구결과가 사이언즈 중개의학의 표지논문으로 선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학술지는 임상의학과 기초과학을 연계하는 중개의학 분야 귄위지로 사이언스지 자매지다. 당뇨망막병증과 미숙아망막병증은 각각 성인 및 소아 연령층에서 실명의 가장 흔한 원인이 되는 질환이다. 두 질환은 공통적으로 망막 조직으로의 불충분한 혈액 공급에 의한 비정상적인 망막 혈관의 증식을 특징으로 한다. 이준엽 연구원은 “정상적인 망막 혈관은 망막조직으로 충분한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여 망막 신경세포의 기능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반면, 당뇨망막병증이나 미숙아망막병증에서와 같이 저산소증과 염증 등의 원인으로 새롭게 생성된 비정상적인 병리적인 혈관은 불안정한 혈관의 구조로 인해 망막 및 유리체 조직으로 출혈과 혈액누출, 망막박리를 유발하고 결국 실명에 이르게 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당뇨망막병증의 치료에는 이미 손상된 망막조직을 파괴하는 레이저광응고술이나 혈관증식과 혈액누출을 억제하는 항체치료제가 적용되고 있다. 항체치료제는 망막신경을 파괴하지 않는 장점이 있지만 한시적으로 혈관증식이나 혈액 누출을 억제할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어서 반복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준엽 연구원은 개체의 발달과정에서 혈관의 생성과 안정화에 필수적이라고 알려진 안지오포이에틴-1 (Angiopoietin-1) 단백질이 망막혈관의 생성과정에도 중요한 역할을 함을 동물실험을 통해 규명해냈다. 망막출혈에 의한 시력상실의 근본원인이 되는 망막허혈을 개선하고 망막신경을 보호하는 단백질을 찾아낸 것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망막조직으로 충분한 혈액을 공급해 망막신경의 기능을 보존하는 방식의 근본적인 치료방법 개발의 실마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안지오포이에틴-1을 망막병증 생쥐모델의 안구에 투약한 결과 건강한 망막혈관의 생성이 촉진되어, 망막허혈에 따르는 비정상적인 혈관증식이나 망막출혈로 인한 시력상실이 예방되었다. 이준엽 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안지오포이에틴-1이 망막혈관의 생성과 안정화에 중요한 인자라는 사실을 새롭게 규명함으로써, 단순히 증상을 억제하는 현재의 치료법에서 벗어나 건강한 혈관을 생성하고 혈관의 기능을 강화하는 방식의 치료법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될 것을 기대한다”고 연구 의의를 밝혔다.

기초연구에 대한 임상의사의 관심 증가

▲ Sciece Translational Medicine 표지논문으로 선정

이준엽 연구원은 KAIST 의과학대학원을 졸업하고 다시 병원으로 돌아가더라도 지금 수행중인 연구를 이어가길 희망한다. 그와 같이 기초연구를 하고자 하는 임상의사들이 증가하고 있다. 아직 그 수가 많지는 않지만, 대학병원 임상 각과에 소속되어 기초연구를 수행하는 실험실이 생겨나고 있으며, 환자 진료와 기초연구를 병행하는 임상의사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또한, 의사를 대상으로 기초과학과 의공학을 교육하여 ‘세계적인 의과학자의 양성’을 목표로 하는 KAIST 의과학대학원에 지원하는 젊은 임상의사의 수만 한해 20-30명에 달하고, 점차 증가하는 추세이다. 좋은 연구 인프라와 세계적인 수준의 교수진을 갖춘 KAIST 의과학대학원에서는 현재까지 100여 명의 학생들이 교육을 받았거나 재학 중이며, 훌륭한 연구 결과물들을 잇달아 내놓아 주목을 받고 있다. 이준엽 연구원 역시 그 중 한 명이다. 종합병원 진료실에서 세극등 현미경을 사이에 두고 수많은 환자들과 대면하고, 하루가 멀다 하고 수술실을 드나들었던 그는 현재 연구실에서 피펫을 손에 쥐고 하루 종일 실험에 몰두하고 있다. “생명현상에 대해 새롭게 설명하고 그 기전을 찾아낸다는 것만으로도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고 말하는 그는 ‘의과대학에 기초의학교실이 있는데 굳이 임상의사들이 기초연구를 할 필요가 있는가?’하는 질문에 “Yes”라고 답한다. 현실적으로 제한된 수의 기초의학교실에서 임상 각과의 연구를 모두 포괄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연구의 주제나 방향이 서로 부합하지 않는다면 공동 연구를 하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것. 신약 개발이나 의료기기 개발 등 환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연구를 위해서는 환자 진료를 통해 아이디어를 얻고, 연구를 통해 얻은 결과물을 신속하게 임상에 적용하고 다시 피드백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임상의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준엽 연구원은 “이것이 바로 최근에 각광받고 있는 중개의학(Translational Medicine)의 효율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또 기초의학과와 임상의학이라는 의학계 내의 그리고 의학계와 기초과학계 사이의 활발한 교류를 유도할 수 있는 소통과 융합의 매개체로서의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