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국가경쟁력의 성장은 지식과 창의적 사고, 기술을 겸비한 융·복합형 인재를 얼마만큼 안정적으로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축구에는 잘 뛰는 선수 한두 명도 필요하지만 이를 뒷받침해 줄 선수도 있어야 팀이 경기에서 승리하는 것처럼 융·복합형 이공계 인재가 이런 밑바탕이 되는 인재다.

▲ 김병동 서울대학교 식물생산과학부 명예교수

지식경제, 창의·융합의 시대에 부합하는 성장패러다임 전환이 중요하며, 국가경쟁력 확보와 직결되는 ‘이공계 과학기술인력’ 양성에 힘써야 할 때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병동 서울대학교 식물생산과학부 명예교수의 행보가 화제다. 분자유전학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김병동 교수는 우리나라의 미래를 이끌어 갈 과학영재 양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심층적이고 체계적으로 과학영재 육성
김병동 교수는 “과학 기술이 제일의 생산력이라는 말은 세계 경제 발전에 의해 끊임없이 증명된 진리로, 현재 기업의 경쟁, 산업의 경쟁, 종합 국력의 경쟁은 과학기술 혁신 능력의 경쟁으로 집약되며 과학 기술 혁신은 이미 현대 경제, 사회 발전을 촉진시키는 주요 동력이 되었다”며 “지식집약화와 기술의 급속한 변화에 따라 최근 과학기술 전문 인력의 수요가 다양한 형태로 표출되고 있는 만큼 이러한 인력의 창출, 확산, 활용의 유기적 체제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이에 김 교수는 최근 과학자를 꿈꾸는 청소년들을 직접 만나 강연과 멘토링을 통해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있다. 특히 지난해 5월에는 분당 중앙고에 노벨상 수상자인 그럽스 교수의 특별 강연을 유치하기도 했다. 노벨상 수상자의 국내 고교에서의 강연은 이번이 처음으로, 이는 김 교수가 그럽스 교수와의 오랜 친분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현재 김 교수는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의 감사로 활동 중이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우리나라 자연과학계의 거목들이 함께 하고 있는 곳으로, 교과부가 지정한 국가연구기관으로서 국가의 과학기술 및 정책자문 등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곳에는 현재 각 분야에서 과학적 업적을 인정받은 전·현직 교수들로 구성된 400여 명의 과학자들이 정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김병동 교수는 “과학영재 양성사업은 한림원의 주요 프로젝트 중 하나”라며 “분야별 교수들과 학생들이 멘토와 멘티를 맺어 심층적이고 체계적으로 과학영재를 육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 2011년부터 시작된 석학과의 대화 프로그램을 통해 지난해까지 30여 명의 국내 석학들이 학생들과 만남을 가졌고, 과학중점고인 분당 중앙고와는 최근 제2차 3년간 협약을 체결, 한림원 소속 교수들이 릴레이로 방문 강연을 진행해왔다. 김 교수는 “다양한 과학기술 분야의 세계적 수준의 교수들이 평생의 경험과 지혜를 직접 전해 듣는 학생들이 이를 계기로 크게 자극받아 우수 학교 대학 진학 실적이 껑충 뛰었다고 들었다”며 “특별히 관심을 보이는 학생들과는 편지를 주고받거나 과학논문 프로젝트 자문 등을 통해 개별적으로 멘토 역할을 해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노벨상에 근접한 우리나라의 세계적 석학
분자유전학의 발전을 견인하고 있는 김병동 교수는 고추연구의 캡사이신 합성유전자를 세계 최초로 밝혀낸 주인공으로 노벨상에 근접해 있는 세계적 석학이다. 지금까지 총 101편의 연구논문 출판, 다학제간의 협동연구 활성화, 국제경쟁력 고양은 물론 고급연구인력을 양성하는데 큰 공헌을 한 김병동 교수는 서울대 농과대학 농학과를 졸업 후 미국 로드아일랜드 주립대학에서 교수생활 중 DNA구조에 관한 새로운 가설을 발전시켰다. 1987년 귀국 후 김 교수는 지난 15여년 동안 고추를 집중 연구하며 고추의 매운 맛을 내는 ‘캡사이신’을 생성하는 유전자를 세계 최초로 확인하는데 성공했다. 이를 바탕으로 한 고추 분자유전 연구를 종자육종에 접목, 국제 경쟁력을 갖추는 그는 지난 1999년 과학기술부와 과학재단이 지정하는 우수연구센터로 선정된 식물분자유전육종센터를 개소했으며, 식물 분자유전육종기술의 발전과 신종자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며 우리나라가 고추관련 분야의 연구를 선도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담당했다. 또한 식물분자유전육종연구센터에서 연구에 매진할 당시 센터는 900개 이상의 분자표지를 가지는 유전자지도를 제작, 고추의 우량형질을 조절하는 유전자를 분리하는 작업을 진행하면서 고추의 매운맛과 관련된 캡사이신 함량 관련 형질, 세균성점무늬병 저항성 형질과 관련된 분자표지 선발 등의 성과를 거뒀다. 또 세계 최초로 고추 열매 안에서 매운 맛의 원인물질인 캡사이신을 최종 합성하는 ‘캡사이신 신세테이즈’ 효소의 유전자를 분리해냈으며, 고추 오렌지색 결정 유전자 발견, 고추 세포질웅성붙임 결정 유전자 분리, 세계 최초로 고추유전자은행인 ‘백라이브러리’ 제작 등을 연이어 성공하며 국내 분자유전자학의 위상을 제고했다. 또한 그의 저서인 <아직도 풀리지 않는 이중나선 구조의 비밀>에서 아무도 밝혀내지 못했던 ‘꺽쇠호나선 진핵산(FBI DNA)’이라는 그가 새로이 발견한 구조를 설명했다. 이는 우리가 알고 있는 진핵산(DNA)에 숨겨진 새로운 구조가 있다는 사실로, 그동안 미궁에 빠져 있던 복사, 전사, 재조합, 전이 등 구조와 기능의 분자수준 작동원리가 통일적으로 해결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새로운 연구성과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김 교수는 국민훈장 석류장, 상록인 명예의 전당 등재, 상록연구대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김 교수는 “농업의 반도체산업이라 불리는 종자산업은 수많은 유전정보와 각종 노하우가 집적된 종합과학기술이기 때문에 매우 작지만 중요한 고부가가치산업일 뿐만 아니라 노벨상에 접근하는 기초과학의 핵심을 다루는 학문과 직결된다”며 “세계적으로 종자산업의 각축전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우리나라도 종자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해 조금이라도 빨리 국가적인 투자가 활발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