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자라서 꽃을 피우고 번성하는 ‘야생화’를 두고 사람들은 ‘명약초’라고도 칭한다. 눈으로 그 아름다움을 보고, 코로 그 내음을 느끼며, 입으로 우리의 몸을 치유하는 야생화의 매력을 아는 이들은 자연이 주는 어느 것 하나 쉬이 여기지 않는다. 현재 지구에는 약25만 종, 우리나라에는 약3,500종의 꽃피는 식물이 있는데, 이 중 거의 대부분이 ‘야생화’다. 우리가 정원에 심는 여러가지 꽃들은 이 야생화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무분별한 개발과 환경훼손으로 야생상태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오늘날, 야생화 지킴이로서 소명을 다하는 포항시야생화연구회 김상락 회장을 만나 삭막한 일상속의 아름다운 정취를 느껴보자.

이경아 기자 ka6161@

‘제8회 야생화 작품전시회’ 자연과 소통의 장

▲ 김상락 회장

지난 5월 5일부터 3일간, 포항문화예술회관에서 꽃내음 물씬나는 향기로운 자리가 마련됐다. 야생화 홍보와 저변확대를 위해 포항시야생화연구회에서 주관한 야생화 작품전시회가 올해로 8회째 이어오며 시민들에게 도심 속 작은 정원으로서 큰 호응을 얻었다. 매발톱, 복수초, 깽깽이풀, 꿩의비름, 바람꽃, 짚신나물, 섬 노루귀 등 은근하고 친근하지만 사라져 가는 야생화들을 지키고 복원하는 포항시야생화연구회 5개 조직체 43명 회원들이 오랜시간 야생화의 매력과 멋을 알리고자 뜻을 모아온 것이다. 우리나라 산과 들판에 자생하고 있는 야생화를 정성을 다해 아기 키우듯 보듬고 어루만지며 복원한 작품 300여점을 선보인 이번 전시회는 시민들이 맘껏 야생화를 관람하고 즐길 수 있는 소통의 장으로서 그 역할을 톡톡히 했다.

특히, 전시회를 찾은 방문자들에게 야생화를 직접 관리하며 가꿔볼 수 있게 야생화 묘목 20여종 1,500점을 나누어 주며, 야생화 저변확대에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야생화가 약초이고, 약초가 곧 야생화다’라고 강조하는 김 회장은 “산의 들꽃을 그냥 지나치면 잡풀이지만,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보면 우리나라꽃의 자부심과 무궁무진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꽃을 직접 보고 만지고 향을 맡으며 야생화를 알아가고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고자 했어요. 많은 분들이 그 속에서 일상의 짐과 무게를 덜어내고 몸과 마음이 한결 치유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특히 전시회를 매년 이어오면서 해를 거듭할수록 더욱 많은 시민들이 호응해주시고, 야생화의 매력을 알아가시는 모습을 보고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우리나라 꽃의 아름다움과 가치 지켜나가
자연을 벚 삼은 듯 아름다운 조경 속에 한옥의 멋스러움이 공존하고 있는 김 회장의 자택에 들어서면 도심 속 정원이라는 말의 참뜻을 느끼게 된다. 특히 자연의 보고와도 같은 그의 온실에는 수백종의 야생화가 아름다운 자태로 자리해있다. 그 아름다움에 귀신도 홀린다하여 귀신나무라고도 불리는 초령목을 비롯해, 곤달비, 명이, 곰치, 다양한 고사리 등 각종 나물부터 깽깽이풀, 칠회목, 물푸레나무, 백선꽃, 회목나무 등 작은 수목원을 옮겨온 듯 친근하면서도 생소한 다양한 종류의 야생화들이 우리 민족의 정과 자부심을 보여주고 있다. 꽃 하나하나 그 유래를 이야기하는 김 회장의 애정어린 눈빛을 보고 있노라면 산과 들을 다니며 야생화를 접하고 자연이 준 생명의 소중함과 가치를 일깨워간 그의 열정어린 삶을 보고 듣지 않아도 자연스레 공감하게 된다.

“물푸레나무는 물을 푸르게 하는 나무라 해서 그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껍질을 우려내어 눈을 씻으면 정기를 보호하고, 눈을 밝게해 백내장에도 효능이 좋을 만큼 오래전 선조들의 안약과도 같은 약초예요. 이처럼 야생화는 명약초로서의 가치와 그 속에 선조들의 지혜가 깃든 자연의 보고와도 같습니다. 우리 선조들이 야생화의 쓰임이나 효능을 쉽게 알아챌 수 있도록 하나하나 지어준 이름만으로도 의미가 담겨있는 것이죠. 오늘날 마데카솔을 비롯해 우리가 쉽게 접하는 약이나, 기능성 화장품의 원료로 각광받고 있는 야생화들의 쓰임새를 보면 자연의 고마움과 소중함을 절로 느낄 수 있어요.”우리나라 꽃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소중히 지켜나가 후세들에게 조상들의 혼과 얼을 전하고 싶다는 김 회장의 바람이 결실을 맺길 기대해본다.

양심을 철칙으로 더불어 사는 삶
포항 청하면에서 20여년 가까이 ‘시장식육식당’을 운영해온 김 회장은 어려운 이웃을 위해 쌀을 기탁하는 등 더불어 사는 삶을 실천해왔다. 가난하고 어려웠던 어린시절은 그를 더욱 단단하고 내면이 아름다운 사람으로 성장시킨 원동력이기도 하다. 그저 지나칠 수 있는 들꽃에 생명과 의미를 불어넣는 사람이 된 것도 힘든 지난시절이 있었기에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는 ‘하루를 잘살려거든 이발과 목욕을 하고, 일주일을 잘살려거든 결혼을 하고, 한달을 잘살려거든 차를사고, 삼년을 잘살려거든 집을짓고, 평생을 잘살려거든 양심을 지키고 살라’는 초등학교 은사님의 말을 가슴에 새기고 식당운영에 있어서도 늘 양심을 지켜왔다.

한편, ‘보면 볼수록 아름답고, 그 모습에 빠져들고, 향기에 취하고, 효능에 감동하며 그렇게 야생화 복원과 저변확대에 힘쓰고 싶다’는 김 회장은 향후 요양원 등을 다니며 야생화로 노인들을 위한 원예치료의 기회를 가지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의 한 구절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를 떠올리며,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나마 허리를 숙이고 꽃내음과 그 정취에 마음의 짐을 내려놓는 오늘이 되길 기원한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