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로로, 뿌까, 로보카폴리, 마시마로, 헬로키티, 라바, 앵그리버드 등 인기 캐릭터는 아이들이 갖고 싶어 하는 인형이다. 그런데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를 복제한 제품이 국내에서 버젓이 유통되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아이들에게 치명적인 인체 유해 성분까지 다량 함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신세영 기자 ssy@

▲ ‘뽀통령’이라 불릴 만큼 아이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캐릭터 뽀로로. 현재 뽀로로를 포함한 국산 캐릭터들은 2011년 4,250억 원 정도의 해외 수출 성과를 거뒀다.

‘마시뽀로’는 인기 캐릭터 ‘마시마로’와 ‘뽀로로’를 합쳐 만든 불법 복제 캐릭터로 어린이들 사이에서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이 캐릭터는 특허청에 디자인 등록이 허가돼 버젓이 유통되고 있다. ‘마시뽀로’ 같은 불법 복제 캐릭터 상품의 유통을 근절하기 위한 대책이 마련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특허청·관세청 등과 함께 상시 협의체를 구성해 불법 복제물에 대한 정기적이고 집중적인 단속에 나서기로 했다. 아울러 정품 캐릭터 사용에 대한 대국민 인식을 높이기 위해 적극적인 홍보에도 힘쓸 계획이다.

캐릭터 시장 규모 8조원 육박
업계에서는 올해 국내 캐릭터산업 시장규모가 약 8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캐릭터산업은 매년 5%이상 성장하고 있다. 2011년 7조원을 넘어서며 5년 만에 60%이상 성장한 캐릭터 산업은 이후,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시장에 뛰어들면서 산업규모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캐릭터 수출액 역시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0년과 2011년 각각 2억7600만달러(3055억원), 3억9200만달러(4339억원)였던 국내 캐릭터 업계의 수출액은 지난해 4억5800만달러(5070억원)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국민차’로 불리는 현대자동차 쏘나타(2004만원)를 2만5000대 이상 수출한 것과 맞먹는 수치다. 2000년대 만들어진 우리나라 대표 캐릭터 '뿌까'의 연간 매출액은 3000억원. 이중 90% 이상을 해외에서 벌어들이고 있으며, 현재 뿌까는 150여 개국에 수출돼 토종 캐릭터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올해 열 살이 된 ‘뽀로로’의 경제효과는 약 5조7000억 원으로 연간 6000억 원 이상의 매출 성과를 기록했다. 캐릭터 상품 매출액만 1조8000억 원, 4만3000명 이상의 취업유발효과가 있다. 인기를 모으고 있는 ‘라바’는 올해 매출액이 600억 원에 이를 예정으로 지난 6월 미국 국제라이선싱엑스포에서 해외 20개 국가와 애니메이션 방영 및 라이선싱 계약을 체결했다. ‘유후와 친구들’은 중국 등 8개 지역에 해외 매장이 운영되고 있으며 내년까지 약 100개로 확대될 예정이다. 국산 창작 캐릭터를 이용한 뮤지컬이나 공연 제작도 늘어나고 뽀로로 테마파크의 성공을 시작으로 캐릭터를 활용한 실내 테마파크도 인기를 모아 매출액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기대한다. 오픈마켓을 통한 해외 라이선싱 계약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명품만 짝퉁? 정품 위협하는 불법 캐릭터 시장

▲ ‘정품 캐릭터 사랑 명예 서포터즈’인 개그맨 정태호 등 ‘정 여사팀’이 18일 발대식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국내 캐릭터 시장은 ‘원소스 멀티유즈(One source multi use)’의 성공 사례가 이어지면서 전성기를 맞고 있다. 뽀로로, 코코몽 등 유명 캐릭터의 매출액 증가와 공연, 공익 캠페인, 전문매장, 키즈카페, 실내 테마파크 등 원소스멀티유즈 기회가 늘면서 캐릭터 산업은 지속적인 성장세다. 수출액도 크게 늘어 지난해 전년 대비 16.8% 증가한 4억5800만 달러에 이른다. 경쟁력 높은 국산 캐릭터들의 선전과 국산 게임 및 애니메이션의 해외 진출이 늘면서 해외 인지도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20~40대 키덜트(Kid+Adult의 합성어)를 겨냥한 탈유아용 캐릭터 수요가 증가하는 것도 업계의 이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12 캐릭터 산업백서’ 자료에 따르면 고부가가치 핵심산업으로 부각되고 있는 국산 캐릭터 산업은 2011년 매출액 기준 7조2천억 원에 이를 만큼 성장했다. 하지만 그중 30퍼센트에 육박하는 2조원 이상이 불법 복제품 시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불법 복제품들은 단순 저질(低質) 모조품부터 정품과 구분이 어려운 정교한 위조품까지 다양한 형태로 등장하며 국산 캐릭터 산업을 빠르게 침식하고 있는 것. 이 때문에 인기 캐릭터 업체들은 어린이들의 인기를 얻기 위한 치열한 경쟁과 동시에 짝퉁과의 싸움까지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다. 한국문화콘텐츠라이센싱협회는 “불법 복제 업자들의 주타깃은 최근 몇 년 새 인지도가 급상승한 국산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이다. 캐릭터 사업 안정화에 집중하면서 불법 복제에 대한 대응이 빠르지 않은 사정을 악용해 치고 빠지기식으로 복제품을 만들어 팔고 있다”고 밝혔다.

이름 or 디자인만 살짝 바꿔 판매
불법 복제품, 일명 짝퉁 제품들은 이름만 교묘하게 바꿔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 △헝그리버드, 앵글리버디, 앵글이버드(앵그리버드의 짝퉁) △부러우니, 브러우니(브라우니의 짝퉁) △러바, 라부(라바의 짝퉁) △마시뽀로(마시마로+뽀로로) △뽀로곰(뽀로로+곰) △애니뿡, 애니빵, 애니멀팡팡, 큐방(애니팡의 짝퉁) 등. ‘앵그리버드’ 캐릭터에다 원래는 없는 날개를 붙이거나, ‘헬로키티’ 인형 머리에 헤어밴드를 두르는 등 디자인에 살짝 변화를 준 교묘한 짝퉁도 있다. 불법 복제 캐릭터 상품은 일반 저작물과 다르게 결합 복제(2개 이상의 캐릭터 제품을 결합해 만든 제품), 변형 복제(정품 캐릭터 제품을 약간 변형해 만든 제품) 등으로 부정 출원 및 등록되는 경우가 다양해 피해가 막심하다. 특히, 이 같은 형태의 캐릭터 상품은 저작권 침해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고, 고소 등 사건 처리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어려움이 있었다. 또한, 불법 캐릭터 상품 대부분은 반제품을 중국 등 해외공장에서 만들어 국내에서 조립하기 때문에 불법 복제상품 확인과 수입 차단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캐릭터 ‘로디’의 한국 판권을 가지고 있는 Kvision의 김현경 대표는 “로디는 이탈리아에서 디자인부터 안전성까지 모두 테스트를 완료해서 만들기 때문에 10만 원 정도의 고가 완구”라며 “최근 2~3만원대 중국 짝퉁 제품들이 등장해 손해를 입고 있는데, 캐릭터의 경우 다른 무엇보다 더 저작권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짝퉁과 정품 인형 구별법

▲ 국산 캐릭터 산업 매출 및 수출액 규모

꼼꼼히 살펴보면 일반 소비자들도 얼마든지 짝퉁과 정품을 구별할 수 있다. 우선 정상적인 제조사가 만든 정품인지 알려면 상표를 잘 살펴봐야 한다. 품질 인증 마크는 제자리에 인쇄됐는지, 제품 안전 인증 번호는 맞는 번호인지, 홀로그램과 바코드 등은 규정을 제대로 지킨 것인지 확인해야 한다. 정품은 품질경영 및 공산품안전관리법에 따라 소비자의 생명, 신체상의 위해 등 우려가 없도록 신경 써서 만들지만 짝퉁 인형들은 눈과 헬멧 등을 박음질이 아닌 본드로 부착하는 등 조잡하다. 짝퉁 제품의 비닐이나 인조 가죽에서는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다량 검출됐다. 원단 자체도 손으로 만져보면 정품에 비해 거칠고 촉감이 좋지 않다. 예컨대, 모든 정품 헬로키티 캐릭터 상품에는 세계저작권조약에서 요구되는 적정한 저작권 표시(캐릭터 탄생연도, 제품 생산연도 등)와 산리오(Sanrio)의 로고가 기입돼 있으며, 국내에서 생산된 라이선스 제품은 진정상품임을 표시한 증지와 제조업체의 정보가 제공돼 있다. 헬로키티의 위조 캐릭터 상품은 저작권 표시가 부착돼 있지 않거나 부적정한 저작권 표시가 부착돼 있다. 또한 산리오의 로고가 기입돼 있지 않거나 타사의 로고가 기입돼 있으며, 적정한 증지나 제조업자에 관한 표시가 없다. 상품의 디자인이나 포장 상태도 정품과 차이를 보인다. 마시마로 인형의 경우 정품은 라벨태그에 정확한 제조업체,유통업체,마시마로도메인과 카피라이트가 표기돼있는 반면 비품에는 이 같은 사항이 없거나 희미하다. 여기에 홀로그램 스티커(증지)도 정품에만 부착되어 있다.

불법 캐릭터 유통, 정부 합동단속 실시·처벌 강화
정부는 시장 규모가 급격히 증가하는 국산 캐릭터 산업의 지속 성장을 위해 불법 캐릭터 제품에 대한 단속이 시급하다고 판단, 대책 마련에 나섰다. 먼저 불법 캐릭터 상품의 단속과 처벌을 강화한다. 저작권보호센터 내에 캐릭터 단속 전담팀을 구성해 2~3개월 단위로 상시 단속할 계획이다. 상시 단속과 함께 정기 단속도 이뤄진다. 상·하반기로 나눠 연간 2차례씩 정기적으로 캐릭터 불법 복제 및 짝퉁상품을 단속한다. 특히, 주요 캐릭터별 단속팀(뿌까팀, 뽀로로팀 등)을 구성해 집중적으로 단속할 수 있게 했다. 처벌도 강화한다. 그동안에는 불법 복제물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이란 의견이 많았다. 저작권 침해로 기소돼도 대부분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그쳤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캐릭터 저작권리자의 요청에 따라 불법 복제사범의 처벌이 기존보다 강화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불법 복제 캐릭터에 대한 효율적 대응을 위해 관계기관 상시협의체를 구성·운영한다. 문화체육관광부, 특허청, 관세청 등은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합동 단속하는 등 유기적으로 협력하기로 했다. 또한 정례 회의를 개최해 지속적으로 제도를 보완하고 대책을 마련하게 된다. 이 밖에 한국콘텐츠진흥원은 3만 여개에 달하는 국내 캐릭터상품 자료를 수집해 특허청에 제공하고, 특허청은 진흥원에서 제공하는 캐릭터 관련 상품DB 등을 디자인 심사자료로 활용함으로써 모방캐릭터 디자인 등록 방지에 노력하기로 했다.

대국민 홍보로 불법 캐릭터 상품 인식 바꾼다
불법 복제 캐릭터 소비자 대다수가 불법인 줄 알면서도 소비한다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대국민 홍보에도 힘쓴다. 이에 따라 정품 캐릭터 사용을 권장하는 캠페인을 전개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정품 캐릭터 사용을 장려하는 미디어 공익광고를 만들고 정품사용 홍보관을 운영할 계획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올해 7월 발족한 ‘정품 캐릭터 사랑 서포터즈’를 활용해 범국민 캠페인에 나선다. 국회의원 24명이 포함된 3,500명의 정품 캐릭터 사랑 서포터즈는 국민 인식제고를 위한 다양한 이벤트를 추진할 계획이다. 한편, 불법 복제 캐릭터에 대한 신고는 한국저작권위원회의 저작권 침해 신고사이트인 copy112나 특허청의 상표권 특별사법경찰신고센터에서 할 수 있다. 특허청은 ‘위조 상품 신고 포상금제도’를 통해 포상금도 지급할 예정이다. 내년 1월부터 불법 캐릭터 상품을 특허청 신고 사이트에 신고하는 사람에게 최대 2백만 원의 포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