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홍채인이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작가 홍채인의 작품은 온통 아이세상이다. 마치 무중력에서 유영(遊泳)하듯, 자유로운 아이들의 모습에서 더없이 큰 평화로움을 느끼게 된다.

작가 홍채인의 작품은 그 옛날 ‘포도넝쿨’에 매달려 놀이에 푹 빠져 있는 천진한 동자(童子)들이 등장하는 고려청자 상감포도동자문(靑磁象嵌葡萄童子紋)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유려한 선과 해학적 상감(象嵌)의 조화가 어우러진 고려청자 속의 동자상이나 작가 홍채인이 그려낸 ‘아이가 주인공인 세상’은 서로 다르지 않다. 그러고 보면 아이의 웃음소리와 미소를 바라보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다. 

▲ 작가 홍채인의 작품은 그 옛날 ‘포도넝쿨’에 매달려 놀이에 푹 빠져 있는 천진한 동자(童子)들이 등장하는 고려청자 상감포도동자문(靑磁象嵌葡萄童子紋)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어머니의 뱃속이자 숨결로 삶의 장막 풀어내다
인간에 있어 예술 활동은 내면 깊숙이 들어있는 무의식의 기억 이미지라 볼 수 있다. 사람들은 성장하면서 많은 경험들을 하고 그 중에 여러 종류의 상처를 받기도 한다. 그 상처가 트라우마(trauma)가 되어 오랜 시간 무의식 속에 갇혀 있다가 꿈이나 예술 활동 또는 잘못된 행동으로 반복되어 나타난다. 작가 홍채인은 “트라우마는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 잘못된 행동으로 나타나는데 우리는 그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실수 아닌 실수를 한다”면서 “저의 작품은 프로이트의 이론을 바탕으로 하며 내면 깊숙이 남아있는 무의식속의 불안을 끄집어내어 재구성하였다”고 설명했다. 작가 홍채인이 작품 속 이미지로 선택한 아기와 실타래는 트라우마의 기억을 보상 받고자 하는 욕망을 대신한 것이고, 작품의 배경을 보면 시간과 경계가 없는 무한공간이며, 이상화된 초현실적 공간이 펼쳐진다.

이것은 데페이즈망(depaysement)을 통해서 표현된 것이다. 작가는 “이렇게 확장된 상상적 자연풍경은 서정적이며 편안하면서도 불편한 느낌을 동시에 준다”면서 “프로이트의 무의식 이론을 바탕으로 한 본 작업은 어둡고 소외된 기억을 승화시켜 아름답고 밝은 예술작품으로 재해석하고자 했던 것이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작가 홍채인의 작품에서는 아이 곁에 늘 실타래가 함께 등장한다. 얼핏 보면 일반적인 털실을 감아놓은 뭉치 같지만, 자세히 보면 한 올씩 풀려 아이와 연결되어 있다. 정확히는 아이의 배꼽과 맞닿아 있다. 한 가닥의 실을 배꼽에 달고 헤엄치듯 유유히 공중에 떠다니며 놓고 있는 아이들. 이는 다름 아닌 자궁 속에서 노닐고 있는 태아(胎兒)를 묘사한 것이다. 결국 작가의 그림은 자신의 집인 어머니의 뱃속에서 평화로움을 만끽하고 있는 태아의 일상을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작가가 그린 태아의 표정은 이채롭기만 하다. 지긋하게 눈을 감고 흥얼거린다거나, 말똥말똥 생기 넘치는 눈으로 이리저리 뭔가를 찾고 있고, 환한 미소로 서로를 마주보는가 하면, 다른 쪽에선 기대앉아 뭔가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다. 과거부터 반복되어 온 ‘나는 누구이고 어디에서 왔는가?’라는 정체성을 묻는 질문에 대해 홍채인은 꼬인 삶의 장막을 풀어낼 열쇠를 바로 인간이 세상으로 나오는 관문인 태아의 세계에서 찾은 것이다. 그것은 바로 모든 생명의 영원한 고향인 어머니의 뱃속이며, 어머니의 숨결인 셈이다.

태아의 세계 통해 트라우마의 치유 시도
“남들보다 조금 늦었을 뿐, 지금 시작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다른 사람들 보다 천천히 가려고 한다.” 어려서부터 작가 홍채인의 꿈은 특별한 사람이 되는 것이었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 했고 그림 그리면서 노는 것을 좋아 했기에 자연스럽게 친구들과 노는 것보다 혼자 그리며 놀았다. 그럴 때면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관심을 보여 주었고 그를 좋아해 주었다. 그렇게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다는 갈증은 나이가 들면서 더해져만 갔고 30대 중반을 넘어서야 지금이라도 자신의 꿈을 이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의 작품들은 독특한 과정을 거쳐 완성이 된다. 먼저 작품의 이야기를 구상하고 간단한 드로잉을 하고 난 후. 색과 방법을 구상하며 밑칠을 하고 실타래를 그릴 곳에 물감을 칠한다. 이후 물감 칠한 곳을 잘 휘어지고 힘없는 막대로 글어서 실타래를 그리는데, 스크래치한 실타래 그림이 마르면 그 위에 실타래 색을 묽게 해서 입힌다. 그 다음 입힌 색을 일차 닦아 내고 실을 따라 면봉 등을 이용하여 실 모양을 닦아 내며 그리며 나머지는 페인팅한다.

▲ 작가 홍채인이 작품 속 이미지로 선택한 아기와 실타래는 트라우마의 기억을 보상 받고자 하는 욕망을 대신한 것이고, 작품의 배경을 보면 시간과 경계가 없는 무한공간이며, 이상화된 초현실적 공간이 펼쳐진다.

순진무구 천진난만한 태아의 세계를 통해 트라우마의 치유를 시도하고 있는 작가 홍채인. 아무리 얽혀있는 실타래일지언정 반드시 시작점과 끝점은 있듯, 작가 홍채인이 보여주는 ‘실타래 탯줄’은 혼돈 속에 살아가는 우리 삶도 자신의 정체성을 통해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의 빛을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작가 홍채인은 “실타래와 아이가 함께 있는 작품에서 이제 따로 때어서 이야기를 만들어 볼까 한다”면서 “요즘 사람들은 어렵고 힘든 것을 싫어한다. 보기에 쉽고 편안한 작업을 하려 연구할 것”이라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