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받는 작가 정재철의 작업은 우선 사물과 ‘조우’ 그리고 ‘발견’에서 시작된다. 이는 그의 작업이 작품에 대한 구상이 앞선 후 그것을 재료를 통해 실현하는 통상의 ‘만듦’의 방식과는 다름을 알려준다.

▲ “폐현수막들이 문화적 중첩이 이루어진 사물로 거듭나면서 재활용의 의미를 더욱 넓게 확장하여, 일상적 일들이 창조적 활동으로 승화되게 하려는 의도였다. 그리고 창작과 감상의 소통구조가 혼합이 일어나도록 의도하는 형식 실험을 해보려고 했다”고 실크프로젝트를 설명했다.

작가 정재철은 작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발견하며, 그것을 ‘提示’한다. 그는 자신이 발견한 사물(나무)을 일단 이러한 의미에서 제시한다. 하지만 그의 작품들이 사물을 발견하고 제시하는데 그치지 않는다는 것은 즉시 확인된다. 구체적으로 그는 제시된 재료의 표면을 제거하고 불필요한 부분을 쳐내며, 재료의 일부를 없애버린다. 작가의 작업들의 다양한 변주와 변형은 자세히 살펴보면 철저하게 재료가 되는 나무의 원 형태를 유지하며 또 그것으로부터 유래한다.

87년부터 ‘나무’작업으로부터 새로운 형식실험을 지속해온 작가 정재철은 2000년 이후 본격적인 여행을 통해 전통조각에 대한 형식적 틀을 깨기 시작했다. 전통적 조각이 갖는 인위성과 자연성간의 간극에 고민하던 작가는 2004년부터 실천적 방법으로 지난 7년간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 그는 2004년 3월 한국의 폐현수막 2천장을 들고 중국 시안에서 출발해 인도, 네팔을 거쳐 파키스탄 라호르로 여행을 떠났다. 그곳 사람들에게 현수막을 나눠주고 자유롭게 쓰게 한 뒤 6개월 후 다시 찾아 현수막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를 사진과 영상, 드로잉, 지도, 작업노트 등으로 기록했다.

한국에서 용도 폐기된 현수막은 그곳에서 사원이나 시장 좌판의 햇빛 가리개가 되었고, 커튼과 모자, 옷이 되었다. 작가는 “폐현수막들이 문화적 중첩이 이루어진 사물로 거듭나면서 재활용의 의미를 더욱 넓게 확장하여, 일상적 일들이 창조적 활동으로 승화되게 하려는 의도였다. 그리고 창작과 감상의 소통구조가 혼합이 일어나도록 의도하는 형식 실험을 해보려고 했다”고 실크프로젝트를 설명했다. 실크프로젝트를 통해 과정이 빚어낸 흔적, '길위의 예술'이라는 물꼬를 튼 작가 정재철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1987)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였다. 1992년 문예진흥원 미술회관에서 개인전을 가진 후, 로고스파토스전과 뉴욕 아트오마이 조각공원의 여름조각전등 150여 회의 그룹전 및 국제전과 18회의 개인전을 가진 바 있다.

▲ 3차실크로드프로젝트_아테네_그리스_2010

또한 중앙미술 대전에서 장려상과 대상을 그리고 김세중 청년 조각상을 수상하였으며, 미국 버몬트 스튜디오센터가 주는 아시아 작가상을 수상하였다. 정재철은 초기 가변적 구조에 관한 작업을 통해 조각이 갖는 외형적 한계에 대한 실험을 하였고, 그 후 이미지 감추기와 드러내기를 나무라는 재료(사물)를 통해 작업 하였다. 2000년 이후 개인전에서는 일상에 관한 관심을 ‘여행’을 통해 작업하였고, 이스탄불과 런던에 이르는 육로 여행으로 3차에 걸친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진행해서 수행적 과정중심미술을 실행하고 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