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받는 작가 전은희는 도시 속에서 존재하는 벽과 벽면 그리고 사이공간이 근대화에서 현대화되어가는 과정에서 생기고 사라져가는 벽의 모습과 현상들을 눈으로 기록하고 표현하며 삶에서 경험하는 부재와 현전의 존재 방식을 화면에 선택된 장소만이 표출할 수 있는 감성을 드러내 보이고자 한다. 그러면서 그려지는 대상에서 다시 생각하고 고민하다 또다시 찾아서 그리고 사유하며 빠져든다. 

▲ 알 수 없는 시간에 대한 보고 61×73㎝. 한지에 채색. 2012.

작가 전은희를 통해 벽과 공간에서 인고의 세월과 자연의 현상에 의해 생겨난 흔적의 환영들이 미술의 오랜 역사를 지닌 ‘그림’이라는 프레임 속으로 이접(移接)된다. 개발되지 않은 장소의 여기저기를 다니며 낡고 거친 벽들을 중심으로 사진을 찍고, 순간 기억되는 의미들을 기록하며 사라져가는 벽의 사사로운 얘기들을 서정적 풍경으로 때로는 서사적 풍경으로 그려 나간다. 부재하는 풍경은 현전하는 자연과 함께 삶의 흔적을 만들고 그 속의 타자들의 삶으로 들어가 다른 존재의 풍경을 만든다. 그렇게 작가는 상징적 의미가 아닌 실존적 의미를 매개로 타자와의 만남과 소통을 원하며 타자의 삶과 겹쳐지기를 원한다. 그것이 작가가 작업을 하는 이유이며 작품을 통해 환기시키고자 하는 부분인 것이다.
그 벽들은 심지어 사진보다 더 사실적이며 그 벽의 질감은 직관적으로 일순간에 가능한 것은 아니며 몇 번이고 거듭되는 덧칠을 통해서 종이 밑바닥부터 배어나오는 질감인 것이며, 그 자체가 타자의 삶의 질감이 작가 자신의 질감이 될 때까지 경험하고 동화되는 과정을 거친다. 이렇게 작가는 벽을 통해 타자의 삶 속으로 스며들어 갈 수 있었고, 타자가 될 수 있었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지난해 12월 개최됐던 그의 개인전을 관람하러 온 이들 중에서는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훔치시는 사람들도 있었고 작가에게 “가슴이 따뜻해지는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전시를 볼 수 있게 해줘서 감사하다”는 말을 건네는 이들도 있었다.

▲ 부재한 공간- 소리 없이 흐르는 시간 설치 작품. 400×200㎝. 한지에 채색. 2011

작가 전은희 작업의 관점은 개인의 사고에 입각한 가시적으로 보이는 현실 풍경의 재현이 아니라 그 공간들이 뿜어내는 특정한 감성을 드러내고자 하는 것이다.  특히 올해는 전작에서 보여 졌던 부재한 공간에 대한 크기를 확장하고 공간에서 느껴지는 감성에 대한 이미지를 계획하고 짜 맞춘 것이 아닌 풍경 속에 녹아들 듯, 빨려 들어간 상태로 소외된 풍경들을 살아 있는 어떠한 것보다도 더 살아 있는 감성을 지닌 장면으로 표현하고자 한다.
성신여자대학교 동양화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한 작가 전은희는 현재 동양화과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지금까지 총 4회의 개인전을 가진 그는 각종 미술대전에서 여러 차례 수상한 화려한 수상경력을 가지고 있으며 한국전력, 성신여대 박물관, KNR시스템(주), KLES(주), 한국남동화력 여수 발전처에서 작품을 소장하고 있으며 국내 유수의 단체전에 참가하며 활동하고 있는 그는 현재 성신여대 동양화과에 출강 중이며 4월 광화문 국제 아트페스티벌, 5월 브릿지 갤러리 기획 초대전, 한중 미술작품 교류전 등의 전시 일정이 잡혀 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