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받는 작가 이용덕의 형상(形象)조각에는 뚜렷한 형이상학(形而上學)적 긴장이 있다. 긍정과 부정, 빛과 그림자, 물질과 비물질과 같은 상반되는 것들 간의 긴장이라고 할 수 있다. 도교(道敎)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 상반되는 것들은 실제로 동일한 현상의 총체적 부분이고, 동일한 기(氣)의 발현이다.

▲ 작가 이용덕이 20여년에 걸쳐 왕성하게 내놓은 작품들을 살펴보면 여기에 구현되어 있는 동서철학의 융합, 과학, 수학, 통찰, 각성, 감수성에 놀라게 된다.

사람의 얼굴 중에서 가장 튀어나와 있는 코 부분은 가장 깊이 파여 있다. 우리의 상식이 통쾌하게 전복된다.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는 조각은 대부분 볼록 튀어나온 양각이다. 그런데 이 양각의 반대편 부분, 즉 음각이 그의 완성된 작품이다. 관객이 보는 것은 자전거를 타는 소녀가 아니라 소녀가 있었던 빈 공간이다. 상식적인 조각의 창작 방법을 역으로 뒤집어 만들어 냈다는 의미에서 그의 조각은 ‘역상 조각(Inverted Sculpture)’이라는 새로운 이름이 붙었다. 조각 작품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던 이유도 튀어나온 양각 조각을 보는 데 익숙해진 눈이 움푹 파인 음각 조각을 처음 보면서 생긴 일종의 착시 현상이었다.
미술계 한류 열풍의 중심에 있는, 역상 조각으로 ‘미술계의 블루칩’이라 불리는, 중국에서 주목하고 있는 작가 이용덕이 20여년에 걸쳐 왕성하게 내놓은 작품들을 살펴보면 여기에 구현되어 있는 동서철학의 융합, 과학, 수학, 통찰, 각성, 감수성에 놀라게 된다.
그의 작품에서 평면은 모든 조각의 출발점으로서 ‘0’에 해당 한다. 거기에서부터 안으로 파고 들어가는 것은 ‘-’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렇게 오목 들어가게 새겨진 인물의 모습이 우리의 눈에 볼록 나온 ‘+’로 보이는 것이다. 작품에 새겨진 생동감 있는 인물들은 평면으로부터 오목 들어가 있는 것일 뿐인데 말이다. 작품 앞에 선 관객은 볼록 나온 듯 있는 인물-(存在)을 좀 더 자세히 보려고 다가가면 갑자기 그 인물은 사라지고 오목 들어간 웅덩이만 보인다. 알고 보면 그 자리는 그 인물이 빠져나가고 없는 빈 공간-(不在)이라는 것을 인지하게 된다.  

▲ Synchronicity,420x235x30cm,2009

 
이것은 존재(存在)와 부재(不在)의 융합이다. 이용덕 작품의 핵심 철학이다. 또한 그의 역상으로 새겨진 부조(浮彫)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그의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보통 사람들이다. 그들이 그 순간의 모습 그대로 기억되고 저장되어 시간의 흐름에서 독립해 영원히 존재하게 된다. 이런 것을 성립시키는 주요 개념은 ‘옮겨가기(Transfer)'인 것이다. 현실의 인물이 매체를 바꿔서 재현되는 과정에서 정체성과 시간의 ‘이동’이 성립되는 것이다. 
이용덕의 작품들은 대부분 파이버글래스와 기타 재료를 섞은 혼합물을 사용해서 제작한 패널에 만들어진다. 그리고 작품의 성격에 따라 테라코타, 석고, 나무 등으로 작품을 만들기도 한다.
서울대학교 조소과 및 동대학원, 베를린 예술종합대학 조소전공, 베를린 예술종합대학 마이스터쉴러를 졸업한 작가 이용덕은 지금까지 총 17회의 개인전을 가졌다. 전 세계를 누비며 국내외 유수의 대형기획전에 참가하며 역량을 발휘하고 있는 그는 제5회 대한민국 미술대전 우수상, 제6회 대한민국 미술대전 대상, 김세중 조각상 수상 등 화려한 수상경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교수로 재임 중이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