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20대들이 좋아하는 가요와 팝음악이 판치고 있는 요즘, 우리 고유의 소리를 꾸준히 지키고 보존하려는 이가 있다. 지난해 경기도가 각 분야의 최고 명장을 선정한 10대 장인에 악기 제작 부문으로 선정된 바 있는 전통현악기연구원의 최태귀 대표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고향인 전주에서 고모부였던 무형문화재 제 42호 故 김광주 악기장으로부터 전통 현악기 제작 기법을 배운 최 대표는 정악 가야금, 산조 가야금, 25현 가야금, 거문고, 아쟁, 양금, 해금에 이르기까지 만드는 악기마다 우리 고유의 한과 기품이 서려있는 음색을 자랑하고 있다.

▲ 외길을 걸어온 35년이면 강산이 세 번 이상 변할 세월이지만 아직도 그는 마음을 울리는 전통현악기의 소리에 목마른 사람이다.

죽은 나무에 생명의 소리를 찾아주는 일에 매달린 지 올해로 35년째. 최태귀 대표는 이제 현악기 제작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실력의 소유자이다. 지난 2005년 11월 세계문화예술대상 수상, 2006년 3월 세계예술교류협회 중앙회 공예위원장 역임, 같은 해 11월 한국문화예술대상 수상, 12월 민족문화예술대전 악기장 부문 대상 수상, 2008년 10월 대한민국 전승공예대전에서 문화재청장상 수상 등의 화려한 수상 경력을 자랑하는 최 대표는 지난 2006년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KBS 드라마 <황진이>의 가야금과 거문고, SBS 화제작  <바람의 화원>의 가야금 등을 협찬하기도 했다. 그의 작품은 적게는 몇 십만 원대에서부터 수천만 원을 호가할 정도로 그야말로 유명세를 날리고 있다.

나무를 고를 때에도 쏟아 넣는 장인정신
지난 1984년 최 대표에게 전통현악기 제작기법을 전수해 주었던 고모부 故 김광주 선생이 타계하면서 본격적으로 현악기 제작에 뛰어든 최 대표는 지난 2001년 최적의 자연 환경을 갖춘 경기도 여주로 작업장을 옮겼고 도전 2리 마을회관에는 전시관까지 꾸며 국악기를 알리고 보급하는 데 힘쓰고 있다. 외길을 걸어온 35년이면 강산이 세 번 이상 변할 세월이지만 아직도 그는 마음을 울리는 전통현악기의 소리에 목마른 사람이다. 나무의 원목을 켜는 최초의 과정을 제외하고 모든 제작 과정에 그의 수작업이 들어가고 있고 그 과정 하나하나에는 소리의 숨결이 담기기 때문에 어느 과정 하나 자신이 관여하지 않을 수 없다고. 특히 가야금 하나를 만드는 데만 300여 회의 제작 공정을 거친다. 무엇을 어떻게 하길래 300여 회의 제작 과정이 필요할까? 그만큼 가야금 하나 제작하는데도 어렵고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한다. 전통 현악기에 쓰이는 오동나무와 밤나무를 비롯, 배나무, 벚나무, 호두나무 등 부가적으로 쓰이는 나무는 모두 우리나라에서 자란 것이며 적어도 5년 이상 눈비를 맞히며 잘 삭혀야 한다. 나무를 고르고 삭히는 과정에도 최 대표의 마음은 고스란히 담겨져야 한다. 그래야만 깊이 있는 소리, 영혼을 울리는 소리가 만들어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같은 종류의 나무라도 천차만별이다. 저마다 다른 나무의 결과 성질을 파악해 가면서 작업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빠져든다”고 말하는 최태귀 대표는 나무와 자신이 찰떡궁합이라며 웃는다.

후진양성을 위해 지원 뒷받침돼야
지난 2007년 (사)민족예술인총연합회에서 여주지부 이사에 위촉되기도 한 최태귀 대표는 “여주에서 국악관현악단을 창립하는 것이 꿈”이라고 말한다. “여주에서의 크고 작은 행사에 외지에서 많은 돈을 들여 악단 등을 끌어올 것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해결하면 경비도 절약되고 명실공히 문화 예술의 도시로 발전할 수 있는 기틀도 마련될 것이다.” 최 대표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의 전통현악기연구원에서는 악기장 제작기법을 전수받으려는 문하생이 2명이라는 점이다. “문하생을 늘리고 후진을 양성하고 싶어도 끈기와 근성을 갖고 매진해야 하는 이 예술인의 길이라는 것이 워낙 힘들고 배고픈 직업이어서 중도에 그만두는 문하생이 많다”며 안타까워한다. 전수자로서, 또 스승으로서 그들에게 경제적인 뒷받침을 넉넉하게 해주지 못하는 점도 아쉽지만, 우리 국악의 우수성을 사람들이 제대로 알지 못해 이 방면에 대해 지원이 거의 없다는 점 역시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최 대표는 “역사와 문화의 고장인 여주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군내 각계 및 군민들의 적극적인 동참과 지원이 필요하다”며 지역 발전을 위해 아낌없는 봉사 활동으로 여주군민들과 더불어 함께 살고 싶다는 소박한 소망도 함께 전하고 있다.

“울림통의 미세한 두께 차이로도 음색이 크게 달라진다”고 말하는 최태귀 대표는 사소한 톱질 하나, 대패질 하나에도 정성에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한 그의 장인정신이 우리 전통현악기가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보존될 수 있는 원동력일 것이다. “제 악기를 가지고 아름다운 소리를 연주하는 국악인들을 볼 때면 전율이 느껴진다”고 말하는 최태귀 대표의 거문고 복원작업이 오는 6월에서 12월까지 광릉국립수목원에서 전시된다. 우리 전통의 소리를 꾸준히 보존하기 위해서라도 그를 따르는 후진들이 더욱 많아지길 간절히 바래 본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