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주일 새 한국야구계의 두 전설이 운명을 달리하였다. 6,70년대 태어난 영화를 좋아하는 어떤 이는 ‘이소룡 세대’라 말하겠지만, 이 때 태어난 모든 이들이 보고 자란 야구선수가 바로 장효조와 최동원이다. 고교, 대학, 프로에서까지 타자와 투수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이들이 공교롭게도 일주일 간격으로 우리 곁을 떠나 야구계는 물론, 야구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하였다. ‘병은 알려라’라고 했건만, 이 두 전설은 암과의 힘든 싸움에도 남에게 알리지 않고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해 우리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 

▲ 무쇠팔' 최동원. 그는 상대를 피하지 않고 오기와 배짱으로 타자를 상대했다

한국프로야구는 올해 600만 관중을 돌파하며 그 어느 때보다 열기가 뜨거워졌지만 그들의 죽음 앞에 고개를 숙여야했다. 지금 프로야구의 열기는 그들의 힘으로 여기까지 온 것이 분명하다. 뉴스메이커에서는 그들의 활약을 되짚어 보며 고인의 넋을 위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타격의 달인’ 장효조
최근 개그맨 김병만이 모 프로에서 ‘달인’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기억 속의 원조 달인은 바로 장효조가 아닐까 생각든다. 병뚜껑으로 타격연습을 하고 방망이를 거꾸로 들고 쳐도 3할은 친다는 이가 바로 장효조이다.
82년 세계야구선수권 참가 문제로 국가대표급 선수들의 프로 데뷔가 83년으로 늦춰지면서 호적상 나이가 56년생이고 실제나이가 이보다 2살 더 많은 장효조는 실제로 29살이 되어서야 프로야구에 입문한다. 절정기의 기량이 지나서야 프로에 데뷔하게 된 것이다. 당시 30살만 되면 은퇴할 나이로 생각한 것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늦은 프로 데뷔인 셈이다. 그런 그는 83년 신인 시절 0.369의 고타율로 타격왕을 차지한다. 신인왕이 당연시 보였지만 어떻게 그가 신인이냐는 다소 황당한 이유로 신인왕 타이틀획득에는 실패한다. 그만큼 그는 프로가 되기 전 이미 한국을 대표하는 대표 타자였던 것이다. 신인왕 획득에는 실패 했지만 이후 그가 30대의 나이로 획득한 수많은 트로피 숫자들을 고려한다면 신인왕에 뽑히지 못한 것은 그의 진열장을 다소 깔끔하게 해주기 위한 당시 기자들의 센스라고 생각 해주어도 될 정도로 그의 프로 이력은 화려하다.

▲ 장효조는 방망이를 거꾸로 잡아도 3할을 친다는 '타격의 달인'이었다

타격1위 4회(83,85~87년), 출루율1위 6회(83~87,91년), 최다안타1위 1회(83년), 장타율1위 1회(83년), MVP수상 1회(87년), 골든글러브 5회연속수상(83~87년), 올스타 베스트 10 8회 1983~1989,1991년 (올스타 최다득표 1회 1987년)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다. 흔히 장효조를 똑딱이 타자라고 알고 있지만 83년 홈런 18개와 장타율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장타에도 소질이 있었다. 또한, 그가 87년에 기록한 0.387의 타율은 원년의 백인천과 94년 이종범이 기록한 0.393에 이은 역대 3위의 기록이다. 역대 시즌타율 10걸 중 그의 기록이 3위, 4위(85년 0.373), 8위(83년 0.369)에 랭크되어 있는 것만 봐도 그가 얼마나 꾸준히 최고의 실력을 보였는지 알 수 있다. 
프로에서의 성적만으로 놓고 보면 그는 어쩌면 팀 후배였던 양준혁이나 이승엽의 기록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그가 프로에 데뷔한 시점은 그의 전성기가 지난 29살이었고, 그의 0.331의 통산최고타율과 3년 연속 타격왕은 당분간 누구도 넘지 못할 그의 아성인 것이다.
삼성라이온즈의 대표적인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그의 행보가 항상 밝았던 것은 아니었다. 그는 선수협문제로 1988년 시즌을 마치고 롯데 김용철과 트레이드되는 비운을 맞본다. 하지만 그는 롯데에서의 마지막 4년에서도 2번의 3할을 치며 건재를 과시한다.
이런 그가 이승엽처럼, 아니 하다 못해 군복무를 마치고 25살에 프로에 데뷔한 양준혁처럼 ‘20대 중반의 나이에 프로에 등장했더라면’이라는 상상을 해본다면 어떨까? 타격천재, 타격의 달인 정도의 칭호로 단순히 교타자 장효조가 아닌 ‘가장 완벽한 타자 장효조’로 기억되지 않았을까?
그의 프로 생활에는 한 점 아쉬움이 있을 수 없다. 그 만큼 완벽했으며, 야구란 스포츠에서 경외감이란 단순한 재미 이상의 감동이 있다는 것을 알려준 선수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이상이 가능했다는 가정을 남기게 하는 선수가 장효조이기에 그는 매우 특별한 존재임이 틀림없다.

‘무쇠팔’ 최동원

▲ 84년 프로야구 MVP 최동원

최동원을 논할 때 ‘역대 최고 투수가 최동원이냐? 선동렬이냐?’부터 시작하여 ‘최동원과 선동렬의 세 번의 대결’을 빼놓지 않는다. 프로야구 최고의 투수가 최동원인지 선동렬인지는 몰라도 그 둘이 라이벌이라는 건 확실한가보다.
최동원은 아마시절부터 크게 두각을 내기 시작한다. 고교시절 당시 최강이던 경북고와 선린상고를 상대로 17이닝 노히트노런을 기록하는가하면 군산상고와의 경기에서는 한경기 최다인 20개의 탈삼진을 기록하기도 한다. 이후 연세대에 진학하고 이때부터 메이저리그의 토론토의 러브콜을 받고 개막 40인 로스터에도 포함되었던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실업야구시절이던 1981년에는 실업롯데를 코리안시리즈 우승을 올려놓는다. ‘무쇠팔’이라는 닉네임답게 1,2차전을 완투패하고 무승부를 기록한 3차전을 쉬더니 4, 5, 6차전내리 세 경기를 출전해 승리하며(5전3선승제) 무적이라는 칭호와 함께 MVP가 된다. 그 해 그의 기록은 17승 1패. 최우수선수는 물론 신인왕, 최다승투수 등은 모두 그의 몫이었다.
그는 장효조와 마찬가지로 1982년 프로야구 원년에는 세계야구선수권대회에 참가 문제로 프로야구에는 1년 늦은 1983년에 입단하게 된다. 입단한 해 그는 9승 16패를 기록한다. 승보다 패가 많은 기록이지만 200이닝 이상을 던져 2점대 방어율에 기록한 것이다. 터지지 않았던 롯데 타선이 아쉬울 수밖에 없었던 해였던 것이다. 그리고 맞은 1984년 시즌 27승 13패로 다승왕을 차지하고 한국시리즈(7전4선승제)에서 두 번 다시 나올 수 없는 기록을 만들게 된다.
‘한국시리즈 4승'한국프로야구 30년 사상 유일하게 최동원만이 만들어낸 기록이며, 역사가 긴 메이저리그와 일본프로야구에서조차 찾을 수 없는 기록이다. 그해 최동원은 정규시즌 MVP를 차지하며 자신의 존재를 다시 한 번 세상에 알린다.

최동원에게 사용되는 수식어는 많다. 그 중에 대표적인 수식어가 역시 ‘무쇠팔’이다. 하지만 이 무쇠팔 하나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것이 최동원에게는 많이 있다. 그는 타고난 선수이기보다 만들어진 선수라고 한다. 학창시절부터 학교에서 훈련한 만큼 집에서도 훈련을 하며, 남들보다 두 배 많은 훈련량을 소화해냈다. 그의 강철어깨는 이 시절부터 만들어졌다. 하지만 어깨는 연필심 같아서 쓰면 쓸수록 닳는다고 한다. 불펜피칭을 100여개 하고나서 마운드에 올라 실전피칭을 그만큼 했던 그에게 어쩌면 ‘무쇠팔’이라는 별명은 그의 어깨를 더욱 일찍 고장내는 원인이 되기도 했을 것이다.

▲ 최동원과 선동렬 두 라이벌의 맞대결은 한국 야구역사상 가장 드라마틱한 경기였다

 
최동원이 무엇보다 돋보이는 것은 피하지 않고 승부를 즐길 줄 아는 진정한 승부사였던데 있다. 그는 안타를 맞고, 홈런을 맞더라도 다시 들어선 타자에게 똑같은 코스에 더 강한 공을 던지며 오기와 배짱으로 타자를 잡아내곤 했다. 또한, 그는 우리나라 최초로 구속 150km/h를 찍으며 강속구투수로서의 면모를 보이기도 하였다.
안경 너머로 빛나는 눈빛을 이글거리며 타자와 강속구를 가지고 승부하는 그의 모습은 아직도 눈에 선하다.
최동원의 이야기 중 선동렬과의 맞대결을 빼놓을 수 없다. 그들은 세 번 맞붙었는데 1승1무1패라는 사이좋게 경기를 나눠가졌다. 한국 야구역사상 가장 위대한 맞대결을 그들이 펼친 것이다. 최동원과 선동렬은 1승1패를 주고받은 세 번째 경기에서 연장 15회까지 완투를 펼치며 최동원 209개, 선동렬 232개의 투구수를 기록했는데, 이 투구수는 현재까지, 아니 앞으로 두 번 다시 나올 수 없는 대기록이다. 그 만큼 최동원과 선동렬의 라이벌 대결은 자존심 대결이기도 했다. 이는 현재 조승우와 양동근의 주연으로 영화로도 제작중이라고 한다.
1988년 최동원은 선수협의회 결성을 주도하다 구단에 미운털이 박혀 삼성의 김시진과 트레이드 된다. 하지만 연필심처럼 닳았던 어깨를 가지고 롯데의 하늘색 유니폼이 아닌 파란색 삼성유니폼을 입은 그에게서 더 이상 전성기 시절의 투구는 보지 못했다.
그는 은퇴 후 정치와 방송계를 서성이며 야인생활을 하다 롯데감독을 꿈꾸며 야구계에 다시 복귀하였으나 목표를 이루지 못한 채, 영원히 잠들게 되었다.
한편, 언제나 롯데감독이 꿈이었던 최동원에게 롯데자이언츠구단에서는 ‘최동원 데이’와 최동원의 11번을 영구결번으로 정하여 영원한 에이스인 그를 추모한다고 한다. 

장효조와 최동원
한국프로야구사의 큰 별이 일주일 사이를 두고 우리 곁을 떠나갔다. 프로야구 일각에서는 장효조 타격상과 최동원 투수상을 신설해 고인의 위대한 업적을 기리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한국 프로야구의 산증인이자, 투타의 양대 기둥이었던 장효조와 최동원이 떠난 2011 년은 새로운 투타의 거인을 기다리는 또 다른 희망으로 슬픔을 이겨내야 할 듯하다.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