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나라든 예술에 있어 일반 서민들이 우러러 볼 수밖에 없게 권위를 나타내면서도 화려하고 품위를 갖춘 예술이 있기 마련이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조선의 예술에서도 위엄과 품위를 나타내고 있는데, 궁중, 양반가의 예술로서 도화서에서 정규수업을 받은 화가나 그에 버금가는 화가에 의해 제작되었다. 이와는 반대로 민중의 생활문화로서, 사대부가의 예술에서 벗어나 독자적 자기양식을 창조한 그림이 바로 민화다.

▲ 임태원 화가

조선시대가 낳은 놀라운 미술의 걸작, 즉 민화는 꾸밈없이 살아온 서민의 그림이다. 민화는 우리 생활에 없는 곳이 없을 정도로 사용되어 우리 마음을 표현한 생활미술로 자리매김했다. 민화를 만들어낸 이름 없는 장인들은 가장 서민적인 민초들로써 새로운 창조를 위한 기교를 연마하기 보다는 똑같은 소재를 반복해 그려내는 과정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내용을 적당히 조합해 배치함으로써 새로운 민화를 창출하기도 했으며 , 그 소박하나 넉넉한 솜씨로 사랑이 넘치는 그림을 탄생시켰다. 때로는 사회를 풍자하는 내용을, 또 이를 교묘히 숨기는 해학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처럼 민화는 자연스럽게 어린이 같은 꾸밈없고 순수한 마음의 그림이 되어 우리를 포근히 감싸주고 생활의 희로애락을 정화시켜준, 민중에 의해 탄생되고 민중들이 즐긴 그림이 되었다.

전통적인 기법 넘어선 개성적인 기법으로 민화 작업
우리 민화는 우리 선조들이 이 당의 자연환경에 어울려 살면서 자연스럽게 이뤄낸 ‘행복추구’의 간절한 소망이 담긴 예술이다. 시대에 다라 행복의 조건은 조금씩 다르게 나타날 수 있지만 대체적으로 겨레의 신화에서, 또는 토속종교에서다양하게 우리들 소망에서 하나같이 바람이 있었다면 그것은 종족을 보존하기 위한 무병장수와 다산의 번영, 부귀영화, 그리고 이를 성취하는데 방해하는 악귀를 물리치는 방법이었을 것이다. 이를 갈구하기 위해 우리는 그 소원성취를 보다 구체적으로 또는 직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을 민화라고 본다. 때문에 민화는 우리 겨레의 가장 본질적인 전통의식과 생활양식이 담겨진 정통회화로 간주되면서도 한국미술사에서 적극적으로 연구되지 않고 미뤄온 미술 분야다.
작가 임태원은 20여 년이 넘는 시간동안 베끼는 민화작업을 해왔다. 민화작업 초기에 베끼는 일에 거부감을 갖고 민화에 등장하는 사물을 현대 회화적으로 표현하기도 했고, 그 구성이나 화면의 배치를 남다르게 하려고 무던히도 애쓰기도 했다. 그러나 민화 수강생들에게 민화를 가르치면서부터 보다 전통적인 방법으로 숙련을 쌓았으며 이제는 전통적인 기법을 넘어 자신만이 표현할 수 있는 개성적인 기법과 표현력으로 현대의 시대적인 미의식까지를 담고 있다. 그 좋은 예의 하나가 화면에 꽃이나 나비가 그려져야 할 위치에 실제의 나비박제나 조화의 꽃송이를 붙이는 작업이다. 서양의 현대회화에서도 화폭에 돌멩이를 직접 붙이거나 기성상품을 자신의 작품명으로 옮겨 화제를 모으며 하나의 미술사조로 등장시킨 예가 있다. 작가 임태원의 이 같은 민화작업도 충분히 민화의 새로운 기법으로 주목받을 수 있을 것이다.

현대인들에 어필할 수 있는 생활 속 민화 창출
민화는 옛사람들에게는 옛스러움의 소망과 기원이 있으며 현대인들에게는 그 나름대로의 주제와 현대적인 표현기법이 있다. 지난 2009년 민화로 첫 개인전을 가졌던 작가 임태원. 제25회 전승공예대전 입선, 제26회 현대미술대전 우수상, 제27회 전승공예대전 입선, 제6회 난고 김삿갓 문화큰잔치 전국민화공모전 장려상 수상 등 화려한 수상 경력을 가진 작가는  민화 입문 초기에 끊임없이 민화를 베끼며 그동안 축적한 미의식을 작품을 통해 마음껏 선보이고 있다.
한국민화 4인전, 일본 송강시 제20회 묵화연구기념 한·일 교류전, 한·중 현대미술의 만남전, 한국민화작가회전, 우리민화협회 창립기념 초대전, 한국민화작가회전, 한국민화의 오늘전, 일본 아시아시립비술관 초대 한·일 현대미술의 단면전, 문자민화전, 한·독 교류전등 등 굵직한 전시회에 참여했던 작가는 오는 7월에는 중국 정주시 초청 한중 국제아트페어, 8월에는 광주 국립박물관 기획 초대전을 갖는다. 현대 회화의 모든 기법과 작업을 통해 현대 감성에 부응하는 새로운, 즉 현대 생활인들에 어필할 수 있는 생활 속 민화를 창출하고 있는 작가 임태원. 그의 작품을 통해 한국 민화의 아름다움이 널리 알려지게 될 그날을 기대해 본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