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한민국을 떠나겠다는 사람들 중 열에 아홉은 자식 때문이라고 한다. 살만한 나라가 되고, G20의 의장국이 되기까지 한 마당에 이민을 부추기는 최대 쟁점이 바로 학교이다. 돌이켜보면 내가 겪어온 시험지옥에서 내 아이를 구출하고 싶은 절박한 심정이 ‘나 하나 희생하겠다.’는 절체절명 상태로까지 부모들을 내몬다. 강남 집값을 하루 수천만 원씩 들었다 놨다 하는 것도 바로 학교 때문이었다. 이러한 한국 교육의 현실을 인정하고 개혁해 나가겠다고 지난해 강남교육지원청의 교육장 자리를 공모를 통해 지원한 이가 있다. 바로 박순만 교육장이다. 취임한 지 한 학기를 보낸 박순만 교육장으로부터 강남교육의 미래를 들어본다.

▲ 강남교육지원청 박순만 교육장

Q. 취임하시고 한 학기가 지났습니다. 교육장 공모를 통해 지원하시게 되었는데 지원한 동기와 한 학기 동안 교육장으로서의 소감은?
A. 지역교육청의 역할은 서울시교육청의 각종 정책이 학교 현장에 안착될 수 있도록 지역의 특성을 반영하여 학교현장을 지원하고, 지역사회와 협조적인 관계를 구축하여 학교의 교육력을 극대화시키는 것입니다. 그중 강남교육지원청은 높은 교육열과 교육수준을 지닌 강남, 서초구를 관할하는데, 이곳은 이런 장점이 지나쳐 왜곡된 교육현상을 보이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제 교육에 대한 경험, 소신, 열정으로 공교육에 대한 불신을 씻고, 서울시교육청의 교육목표를 가장 명확하게 드러낼 수 있는 지역청이라 생각했으며, 이곳에서 학생 개개인 뿐 아니라 교육공동체로서의 발전을 이끌어내고 왜곡된 현상을 바로잡고 싶은 욕심이 있었습니다.
 제가 한 학기동안 관내 50개 초등학교를 모두 방문하고 현장의 소리를 들으며, 학교 개혁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러면서 학교에 무엇을 어떻게 지원 할 것인지, 갈 길이 멀다는 생각과 함께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준비된 교육장이라고 감히 자부했지만 보다 많은 노력이 필요함을 절감합니다. 저는 모든 학생들이 행복하게 꿈을 키워나갈 수 있고 학부모들이 학교를 신뢰할 수 있는 교육을 실현하고 싶었습니다. 제 목표한 바를 이루고자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Q. 서초강남은 '대한민국 교육 1번지' 라고 합니다. 박순만 교육장께서  생각하는 서초강남 교육의 현주소는?
A. 한국의 교육풍향계라고 할 수 있는 서초강남교육은 ‘교육 1번지’인 동시에 ‘사교육 1번지’라는 오명도 같이 가지고 있는 곳입니다. 여러 우수한 교육환경 때문에 교원들이 근무를 희망하는 곳이기도 하지만, 사교육 의존도가 높아 학교교육에 대한 신뢰도와 만족도가 높지 않고, 교육격차가 큰 단점이 있으며, 사교육비 부담, 조기유학, 기러기아빠 양산 등 사회적 문제를 유발시켰고, 한편으로는 과잉보호로 타인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부족한 학생들이 많습니다. 어찌 보면 딱히 서초강남만의 문제라고 하기는 어렵겠지만 유난히 두드러지는 것도 사실이며, 향후 교육공동체가 고심하여 풀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Q. 취임사에서 서초강남을 '학부모로부터 신뢰받고 학생들의 꿈을 키워가는 학교현장으로 만들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구체적인 방안이나 계획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A. 학부모뿐 아니라 지역주민들까지도 신뢰할 수 있는 학교교육을 위해 실질적인 소통의 장을 만들고 의견을 수렴하고자 합니다. 서로 간 충분히 설명하고 의논되도록 이미 예산설명회 등 주민설명회를 시작하였습니다. 신뢰를 바탕으로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고, 학생들은 학교교육으로 소질과 적성을 계발하도록 하며, 능력과 소질에 따라 진로를 개척하고 자신의 꿈을 소중히 가꾸어 나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겠습니다. 뛰어난 학생은 더욱 발전시키고, 어려운 사정이 있다면 학교와 지역사회에서 지원할 것이며, 포기 없는 교육을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강남교육청에서는 자신감회복 프로그램인「강남학생 나키우리 리더십 프로그램」을 추진합니다. 많은 학생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예산확보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정신적 방황이 많은 때인 점을 감안하여 관내 청소년상담센터 6개소를 활용하고 '강남을지병원'과 MOU체결을 맺어 진단과 치료가 필요한 학생들이 초기에 관리되도록 하는 등 많은 사업을 준비하고 만반의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Q. 최근 서울시의회에서 '친환경 무상급식 조례안'이 통과되었지만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시각차로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서초강남권의 친환경 무상급식 현황 및 계획과 예산안 확보 방안은?
A. 강남교육지원청 공립학교 학생수는 (2010년 기준) 49,770명으로 친환경 무상급식을 위해 필요한 예산은 213억7천만원입니다. 친환경 무상급식을 위해 필요예산의 50%는 서울시교육청에서, 30%는 서울시에서, 20%는 자치구에서 분담하여 실시하고자 하였으나, 현재 서울시의 반대로 친환경 무상급식을 위한 예산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은 알고 계실 것입니다. 우선 서울시교육청에서 확보한 50% 예산으로 1~3학년은 지원 가능하고, 추가 예산확보를 위해 학부모, 지자체와의 협의체인 ‘초·중학교 친환경 무상급식 추진 자문단’을 구성, 운영하여 지속적인 소통기회를 갖고 지원을 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와 별도로 지원이 필요한 학생들에게는 여러 재원을 활용하여 이미 급식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Q. 신연희 강남구청장은 무상급식보다 보육정책을 우선 시행한다고 합니다. 그에 대한 견해는?
A. 보육정책도 중요하다는 의미로 해설될 대목입니다. 인구감소가 국가문제로 대두된 현실에서 보육정책 또한 무시할 수 없으며, 여성을 경제인구화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맞벌이부부의 육아에 대한 어려움은 격지 않은 분도 아마 아실 것입니다. 자치구는 자치구대로 해결할 문제가 있기 때문에 당연히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리라 봅니다.

Q. 입학사정관제의 도입에 대한 논란이 많은 것 같습니다. 교육장님의 견해는?
A. 학교교육을 정상화시키기 위한 입학사정관제의 취지는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다만, 이 제도가 소수를 위한 제도가 되지 않게, 올바르게 정착되는 데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올해, 대입에서 입학사정관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9.9%인 37,628명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고급 컨설팅업체 등장, 학업외 스펙 쌓기 등 부정적인 측면을 논하기보다는 이런 문제의 해결점을 찾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예를 들어, 서초구청에서 설립을 검토 중에 있는 '서초 입학사정관 지원 센터'와 같은 지역공동체가 같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는 것입니다. 분명한 것은 입학사정관제의 성공이 고등학교 교육의 정상화를 끌어 낼 수 있다는 점입니다.

Q. 서초강남의 교육환경개선에 관한 노력과 교육격차 해소 방안이 있다면?
A. 서초, 강남의 학교들 중 노후화된 건물과 낙후된 시설을 가지고 있는 학교는 많습니다. 서초, 강남이라는 이유로 역차별에 의한 교육지원이 뒤지기 때문입니다. 선진 친환경 교육환경을 위해 서초, 강남구청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습니다. 환경개선 우선순위 결정, 집행의 투명성을 위해 ‘교육환경개선심의위원회’ 운영, 조달청을 이용한 계약체결, 사업내용 공개 등의 순서로 추진하고 있음을 아울러 말씀드립니다. 
 또한, 교육격차 해소를 위해 2011년도 강남교육지원청의 주요 추진 과제로 '보편적 교육복지 확대와 교육격차 해소'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1)학교 간, 계층 간 격차 해소를 위한 복지사업 강화 2)학습준비물 지원, 학교운영지원비 지원, 학교의 돌봄 기능 강화 3)사교육비 경감 방안 실시 4)학습부진학생 책임 지도, 위기학생 지원 시스템 구축 5)유아교육, 특수교육, 평생교육 지원 등입니다. 이런 사업들은 특히, 우리 지역의 풍부한 인적 자원과 행정구청의 재정 지원으로 추진합니다.

Q. 교육평가와 관련 주민참여제에 대한 교육장님의 생각은?
A. 주민참여제는 지역주민이 지역 내의 행정사무를 자신들의 책임과 의사에 따라 집행하고 실현하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이것은 민주의 작은 시작이며 소통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제도입니다. 서로간의 상호작용체계 구축으로 행정 중심의 한계를 극복하고 교육현장이 공감하는 행정을 운용한다는 의미와 투명성을 확보하는 효과가 있다 하겠습니다. 홈페이지, 설문지, 각종 설명회 등을 거쳐 적극 의견을 수렴, 반영하고 필요하다면 전문가의 도움도 받겠습니다. 발전하는 서초강남교육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Q. 서초, 강남의 불법고액과외를 근절할 수 있는 방안은 있는지 말씀부탁드립니다.
A. 상대적으로 법령규제가 완화되어 있고, 단속이 어려운 개인과외교습의  경우 '미신고' 또는 '신고액 초과 고액 교습료 징수' 등 불법·편법 행위가 성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이 있었습니다. 현재 교육과학기술부, 국세청, 경찰서 등 유관기관과 공조협의체를 구성, 단속을 실시하고 있으며, 제보를 받거나, 홍보 전단지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국민신문고, 교과부 학원부조리신고센터 제보내용까지도 조사대상입니다. 2006년 ~ 2009년도에 적발건수가 6건 이었던 점에 비하면, 2010년도에만 17건을 적발, 고발조치하였으니 효과가 있다 하겠습니다. 고액 개인과외의 확산을 방지하고 사교육비 경감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Q. 임기 내 특별히 추진하는 사업이 있습니까?
A. 한 사람의 교육자로서 평소 지나친 선행학습은 바로 잡아야 한다고 생각해왔습니다. 제 임기 중에 반드시 학부모 의식을 전환할 수 있는 한 획을 긋고자 합니다. 사교육기관에 맹목적으로 매달리려는 의식을 바꾸고, 지역사회의 리더가 되는 멋진 모습을 위해 지속적인 학부모연수를 실시하고,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통합형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해 학생에게는 자기주도학습 프로그램을 체질화 시킬 것입니다. 또한 배려하고 존중하는 학교 풍토를 위해 소외계층과 학습부진학생에게 복지 혜택과 자기주도 학습 능력을 심어주고, 모든 학생에게는 자아존중감을, 교사에게는 마음 놓고 교육할 수 있는 환경을 살려주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학생 권리 책임 규정」과 「교권 보호 매뉴얼」을 제작, 배포할 예정입니다. 사회적, 시대적 변화에 대처하여 사람이 변하고 제도가 변하고 학교현장이 발전적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Q. 혁신학교 모델을 개발하신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것 인가요? 또 구체적인 계획은?
A. 혁신학교는 창의성과 인성교육 및 적성에 따라 진로교육을 전면화하는 학교입니다. 창의성을 키울 수 있는 다양한 수업과 인권 존중을 바탕으로 하는 생활지도, 지역사회와 연계한 학생 맞춤형 적성·진로교육이 이뤄지는 곳이 바로 혁신학교입니다. 이것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의 자발적 의지가 가장 중요하며, 지역사회와의 긴밀한 협력 체계를 바탕으로 학생들과 교사들이 하나 되어 노력해야 합니다. 관내의 소규모 학교를 우선 혁신학교로 운영할 계획입니다.

Q. 끝으로 서초·강남 교육의 비전을 제시해 주십시오.
A. 배려와 존중으로 미래를 여는 강남교육을 실현하고자 합니다. 교육은 지역의 특수성, 시대적 변화와 요구를 반영하면서도 본질에 충실해야 합니다. 서초·강남교육은 '대한민국 교육 1번지'로써 수준 높은 인적, 물적 교육인프라를 갖추고 있고 기대 수준도 그 어느 지역보다 높습니다. 이런 교육환경을 바탕으로 모두의 기대에 부응하는 교육을 실현하겠습니다. 학교에서 학생 개인의 특성과 수준에 맞는 교육기회를 제공하여 '꿈의 배움터'가 되도록, 최고의 「서초·강남교육」을 만들어 가겠습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