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80년 11월9일 첫 방송을 시작한 <전국 노래 자랑>은 전국 곳곳을 누비며 전문 가수 못지않은 노래 실력을 가진, 그리고 노래와는 상관없지만 개그맨 뺨치는 화려한 입담으로 일요일 낮 TV 앞에 앉은 시청자들을 들었다놨다하는 일반인 참가자들의 모습으로 가득 채워지고 있다. 

배진규 기자 jkbae@

<전국노래자랑>에서 재능 있고 재치 있는 일반인들의 능력을 십분 발휘하게 만드는 데에는 MC 송해의 역할이 크게 한 몫을 하고 있다. 일반인 참가자들과 만담을 하는 듯이 쉴 새 없이 주고받는 이야기는 어르신들뿐만 아니라 젊은이들까지 웃음 짓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거기에 송해는 유독 활발하거나 튀기를 좋아하는 일반인 참가자 앞에서는 ‘몸개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큰 리액션을 보여주기도 하며 무대를 바라보는 관객들에게 큰 웃음을 주고 있다.

<나를 돌아봐> 통해 장수의 비결 공개
35년. 강산이 변했으면 세 번이 변하고도 남을 그런 시간을 한결같은 위치에서 처음과 똑같은 모습으로 지켜낼 수 있는 힘은 과연 어디에 있을까. 아흔을 앞둔 원로 방송인 송해는 그런 비결을 KBS TV프로그램 <나를 돌아봐>를 통해 얼핏 드러냈다. 지난 9월19일 밤 방송된 <나를 돌아봐>에서는 송해와 그의 매니저를 자처한 조우종 아나운서가 '전국 노래 자랑' 여수 편 녹화를 위해 준비하는 과정이 그려졌다. <전국 노래 자랑> 녹화를 위해 하루 전에 여수에 도착한 송해. 송해는 여수에 있는 한 여관에 방을 잡아 <전국 노래 자랑>을 오랜 시간 함께 해 온 심사위원, 악단장, 작가 등과 함께 사우나를 하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했다. 35년 장수 프로그램 MC의 위엄은 찾아볼 수 없었고, 손자 같은 조우종에게 자신의 등을 맡기는가 하면 아무도 없는 탕 안에서는 어린 아이처럼 수영을 즐기는 모습도 보여줬다. 송해의 이후 일정은 숙소로 돌아와 대본을 보는 것이었다. 그 와중에도 조우종과 투닥거리는 모습과 조우종을 쥐락펴락하는 강약조절로 센스넘치는 입담까지 보여줘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줬다.

송해의 자기 관리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송해는 피곤함도 잊은 채 다음날 새벽 5시 30분에 정확히 기상을 해 사용했던 침구정리는 물론이고, 또다시 대본을 숙지했다. 그렇게 만발의 준비 끝에 드디어 <전국 노래 자랑> 녹화를 위해 녹화장으로 향한 송해. 이 과정에서도 송해는 먼저 숙박업소 주인에게 “잘 쉬다 갑니다”라며 허리를 굽혀 꾸벅 인사를 했고, 버스에 올라타면서도 기사를 향해 먼저 활기찬 인사를 건넸다. 아주 사소한 모습이지만 항상 먼저 웃는 얼굴로 인사를 건네는 송해의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이후 송해는 조우종에게 “지금부터 현장에 가서 오늘 녹화에 참여하는 출연자들을 모두 만나볼 것”이라며 “사람이 늘 하던 일도 멍석을 깔아주면 못 한다는 이야기가 있지 않느냐. 이런 식으로 일반인 출연자들에게 마음의 여유를 심어줘야 실제 녹화에서 그 사람들이 자신의 재능을 모두 발휘할 수가 있다” 덧붙였다.

오는 12월 송해의 90수 기념한 헌정공연 열려
지난 9월10일 송해는 서울 마포구 가든호텔에서 열린 ‘웃자 대한민국 90수 송해 헌정 공연’ 기자회견에서 “얼마 전에 책을 내며 이름을 많이 고민했는데, ‘나는 딴따라’라고 지었다. 국민들과 호흡하면서 영원히 딴따라의 길을 가겠다”고 말했다. 송해의 90수를 기념한 헌정공연은 대한민국방송코미디언협회가 주최하며 오는 12월6일 서울 장충실내체육관에서 열린다. 이 헌정공연에는 <개그콘서트>, <웃찾사>, <코미디빅리그> 등 대한민국 대표 코미디 프로그램의 주역들이 총 출동한다. 7080 가수부터 K-POP 가수들까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뮤지션들도 참여할 예정이다. 송해는 “코미디협회가 주관이 돼서 저에게 헌정을 올리겠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기뻤다”며 “해놓은 것도 없고 후배들에게 탄탄한 길도 물려주질 못했다. 재작년에 구봉서 선배님께 저희가 헌정 공연을 올렸다. 제가 이번에 두 번째로 후배 여러분들의 마음을 받게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송해는 “여러분들의 사랑을 받다보니 내년에 90이라는 세월을 맞이하게 됐다”며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있었기에 우리 모두가 존재하고 여러분들의 관심 덕에 이 자리에 서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오랜 세월 동안 저를 아끼고 사랑하고, 부족한 저를 아끼지 않는 박수를 보내주신 여러분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날 송해는 ‘웃자 대한민국’ 캠페인 1대 추진위원장으로 추대됐으며, 이상봉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기념 티셔츠를 입고 사진을 찍으며 캠페인의 시작을 알렸다. 이 캠페인은 연예인들이 ‘웃자대한민국’ 태그를 웃는 모습을 함께 찍어 공식 애플리케이션에 올리면 국민들의 ‘좋아요’를 받는 만큼 기업이 기부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