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는 국민의 재산권을 보호하고 그 가치를 높이는 데 힘써야 한다. 이는 단순히 법적인 의무를 넘어, 경제 성장과 사회 안정,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재산권이 확실하게 보장되면 국민들은 경제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투자를 늘릴 수 있어, 이는 자연스럽게 경제 성장으로 이어진다.

차성경 기자 biblecar@

재산권 보호는 사회적 신뢰를 형성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만약 국민이 자신의 재산이 위협받거나 정당하게 성장할 기회가 막혀 있다고 느끼면 사회적 불안이 커질 수밖에 없다. 반면, 안정적인 환경이 조성되면 국민들은 미래를 믿고 경제활동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 또한 재산 가치가 높아지는 것은 국가 경쟁력을 키우는 요소이기도 하다. 국내외 투자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더 많은 외국 자본이 유입되고, 기업들도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국가 경제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는 기반이 된다.

현행 상속·증여세율은 최대 60%까지 과세
국가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적 요소로 정치·사회·경제제도가 결정적이다. 이는 같은 민족과 언어를 사용하고 같은 역사를 가진 남한과 북한의 야경사진을 비교해 보면 극명하다. 국가의 흥망성쇠도 장기적으로는 살고 있는 인구수와 보유하고 있는 재산가치에도 큰 영향을 받는다. 인구감소에 직면한 대부분의 OECD국가는 결혼·출산을 장려하면서도 국민의 재산권보전과 가치증대에 노력하며, 해외에 이민을 적극 개방장려하고, 우수인재유치에 많은 촉진책을 제시한다. 

▲ 안세회계법인 대표이사 공인회계사 박윤종

박윤종 안세회계법인 대표이사 공인회계사는 “동북아 끝자락의 한국은 자원도 빈약한데다 이민정책부재로 중국·일본·인도에 비해 인구당 역이민자가 매우 많다”면서 “여기에 한 몫 하는 것이 현행 상속세·증여세법의 비거주자 세금면제규정이다”고 지적한다. 현행 상속·증여세법 제3조(상속세 과세대상)는 피상속인(사망자)가 비거주자인 경우 국내재산은 과세되지만 해외재산은 과세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제4조의2(증여세납부의무)도 수증자가 비거주자이면 국내증여재산만 과세되고 해외증여재산은 과세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결국 기업경영자가 자기소유기업을 팔고, 자녀·가족과 함께 상속·증여세 없는 국가로 해외이주하면, 국내 상속세·증여세를 한 푼도 내지 않고 재산을 모두 자녀에게 이전할 수 있게 된다. 

박윤종 회계사는 “현행 상속·증여세율도 총재산평가액이 30억 원만 넘으면 50%로 과세되는데, 부동산소유권이전 취·등록세까지 합하면 53.5%가 되고, 중소기업의 경영권을 가진 과점주주지분권인 경우 여기에 10%가 가산되어 총 60%가 된다”면서 “가까스로 모은 재산의 반 이상을 상속·증여세로 내야 하므로 조세저항이 높다. 따라서 부유층 가족이 모두 한국을 떠나는 경우가 많은 반면에, 외국에서 한국으로 이민·이주해 오는 부유층은 없는 현실이다”고 부연했다. 주로 직접 근로소득을 벌어야 하는 노동서민층이 해외에서 유입된다. 따라서 한국의 국부는 이민수지측면에서도 적자이다. 해외이민 가는 인구의 인재·능력 차원에서 보아도, 부유층의 고학력 고급기술자자녀는 이민으로 빠져 나가는 반면, 후진국 중산서민층의 기초노동제공자가 외국이민으로 들어온다. 

국부 유지위해 높은 상속·증여세 대폭 낮추거나 면제해야
지정학적으로 보면, 한국은 거대한 중국과 러시아로 막혀 있고, 적성국으로 표방한 북한과 연접돼 있으며, 바다 쪽으로는 일본이 태평양을 막고 있다. 유일한 통로가 동중국해인데 중국의 견제가 매우 심하다. 따라서 유라시아 대륙의 극동 끝에 위치한 한국은 상속증여세율도 최고라서 영구이민이 들어 올 유인이 적다. 동남아시아나 방글라데시에서 오는 유입인력도 단기취업비자가 대부분이고, 그나마도 취업자의 부양가족이 외국에 머무르는 임시취업이 대부분이므로 장기·영구이민인력은 드물다. 반면 캐나다·멕시코·싱가포르·호주·뉴질랜드 등 대륙과 떨어져 있는 변방·주변·소국은 상속·증여세를 전면 면제하고, 한국의 부유층 가족에게 최상의 매력을 제공하여, 한국탈출을 유혹하고 있다. 

박윤종 회계사는 “국내 상속세율은 전 세계 최고로 높은 반면, 해외이민자의 해외유출자금은 상속세가 국제적으로 면제되는 현실에서, 국부유지를 위해서는 높은 상속·증여세를 대폭 낮추거나 면제하는 길 밖에 대안은 없다”면서 “상속·증여세가 없다면 국내자본가와 사업가는 국내거주하면서 창업하고 생산 활동하여 국부를 창출한다. 한국에 누적된 국부를 해외투자하면서도, 능동활동세금인 법인세, 소득세, 부가세, 4대 보험과 재산세, 취득세 등을 많이 납부할 것이다. 세수비중 3% 이하의 상속·증여세를 포기하면, 97% 이상의 전체세수가 자동으로 더 걷히며, 중산층 근로자 일자리도 더욱 많이 창출되고, 기업실질가치도 향상(value-up)될 것이다”고 상속·증여세폐지를 촉구했다. NM

▲ 안세회계법인 재경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