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은주 한의사

지난 세기에 인류의 역사는 비약적인 발전을 거두었다.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생존의 조건이 갖춰지지 않으면 인구는 번성하지 못한다. 그런 점에서, 단 1백년 사이에 세계인구가 10억 명 수준에서 80억 직전까지 늘어날 수 있었다는 것은 그만큼 생존환경이 개선되었다는 명확한 증거라 할 수 있다. 여기에는 인류 스스로의 노력이 큰 몫을 차지한다. 
그러나 지금 인류는 중대한 위기를 맞고 있다. 종족 번성의 한계점에 이른 것일까. 이러한 문제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 하나는 종족간, 국가간 갈등이 고조되어 생기는 전쟁과 폭력 등 정치적 측면이고, 또 하나는 기상 이변이나 지진의 증가 같은 자연환경의 측면이다. 

정치적 측면을 여기서 논할 바가 아니지만, 20세기에 인류의 공존에 기여한 몇 가지 위대한 발명에 대해서는 한번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첫째는 노벨상이다. 1901년 처음 시행된 노벨상은 당대 최고의 갑부였던 노벨이 죽기 전 자기 전 재산을 인류에게 기부함으로써 탄생했다. 해마다, 그 해에 인류문명의 평화발전에 가장 크게 기여한 사람을 찾아 시상하라는 것이 취지였는데, 해마다 기금 수익 수백억 원 정도가 시상식을 위해 지출될 만큼 막대한 기금이다. 그 해의 수상자가 과연 공평하고 적절했는가 하는 논란도 해마다 일어나긴 하지만, 어쨌든 한 세기가 넘도록 인류문명의 발전에 기여하려는 과학자, 의학자, 문인, 정치인들에게 노벨상의 영예와 적지 않는 상금은 분명한 동기부여가 되었다. 각 분야에서 성공을 거둘 때마다, 그것이 얼마나 최고의 수준에 가까워졌는가를 가늠하는 척도가 되었고, 인류문명이 ‘평화발전’이라는 공통된 방향을 가지고 발전하도록 하는 풍향계가 되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올림픽이다. 직접 전쟁을 통해 힘의 우열을 가리는 원시적 방법 대신 스포츠라는 건전한 수단을 통해 우열을 가늠하면서 국가간, 종족간 우의를 다질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역시나 여기에도 천박한 승리 지상주의가 자주 끼어들어 문제를 일으키곤 하지만, 지난 130년 동안 올림픽은 전 세계가 함께 즐기는 평화의 제전으로서 인류평화에 최소한 이상의 기여를 해왔다. 

이 밖에도 우리는 국제적십자사의 탄생과 국제연합(UN)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노벨상(알프레드 노벨)과 올림픽(쿠베르탱), 국제적십자사(앙리 뒤낭)가 모두 1900년을 전후로 거의 동시에 탄생하여 그 후 120년 이상을 꾸준히 지속되어 왔다는 것은, 가만히 생각해보면 놀라운 일이다. 이들에게는 모두 ‘인류애’라는 공통의 사상이 있었다. 어떻게 120년 전 그 시대는 각기 다른 여러 사람들에게 인류의 평화와 문명발전이라는 공통된 목적의식과 그러한 제도의 창안을 가능하게 했을까. 또 하나의 발명, 국제연합은 2차 세계대전 이후에 생겨난 기구이지만, 그 창안은 역시 1900년 무렵 구체화된 것이다. UN의 아이디어에 직접 기여한 대표적 인물은 20세기 천재로 불리는 앨버트 아인슈타인이다. 그는 ‘유럽전쟁’이기도 한 제1차 대전 직후 그는 세계평화를 연구하는 과학자 모임을 조직하고, 세계의 지도급 인사들에게 평화를 제도적으로 정착시킬 방도를 직접 묻고 다녔다. 아인슈타인에 앞서 세계 평화운동을 시작한 저명인사는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다. ‘톨스토이 운동’으로도 불리는 평화운동은 마트마 간디 등 세계 평화 운동가들에게 연대와 실천을 끌어냈다.
인류문명의 발전과 평화공존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지난 세기의 발명들을 새삼 펼쳐본 것은, 한 세기도 더 지난 지금이야말로 다시 한 번 이 같은 세기적 창안을 되새길 필요가 절실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정치적 위험성의 고조는 논외로 하더라도, 지구의 자연생태가 보여주는 변화에도 위기의 징후가 매우 짙어졌다. 생태환경을 복원하고 유지하려는 유무형의 노력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지만, 국가 정부 차원의 지원과 투자는 오히려 줄어들 위험이 높아졌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1992년), 생물다양성협약(1992년), 교토의정서(1997년), 파리협정(2015년) 등의 노력은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나라들의 탈퇴와 외면으로 힘겹게 유지되고 있다. 
반면 인류가 당장 직면할 수도 있는 위기의 징후들은 지금도 생생히 나타나고 있다. 더 많은 사례들도 있지만, 최근 2-3년 사이에 세계가 경험하고 있는 거대산불, 대규모 지진, 거대폭풍, 대폭설과 대홍수 등은 더 이상 ‘이변’이라 할 수 없을 정도로 흔한 현상이 되었다. 
범위를 조금 좁혀서 일본과 필리핀 사이에서 빈발하고 있는 큰 지진들에 주목해보자. 유라시아판과 필리핀판의 충돌이 원인이라고 하는데, 일본에서는 ‘거대지진’의 임박이라는 이슈가 이제 공공연한 사회적 이슈로 떠올라 있다. 과학자들은 2050년 이전(30년 이내)에 큐슈 남쪽 해저의 난카이해곡(海谷)에서 진도 8~10 수준의 초거대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을 기정사실로 여기고 있다. 그 확률은 공식적으로 80% 이상이며, 그 시기는 당장 오늘 내일 그 지진이 일어나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고 할 수 있을 정도라 한다. ‘과연 올해는 무사할 수 있을까’하고 두려워할 정도로 임박했다는 것이다. 지난 1월 13일에도 큐슈 남쪽 해상에서 진도 6.9의 지진이 일아나 거대지진의 그 전조(前兆)로 느끼는 이들도 많다. 또 다른 섬나라 타이완은 최근 열두 달도 지나지 않은 사이에 진도 6.0 이상의 지진을 몇 차례나 경험했다. 수백 년 이상을 사람이 살아온 섬이 마치 대양에 떠있는 항공모함 한 척처럼 흔들려 불안감은 고조되고 있다. 
다시 국제연대를 생각한다. 1백 년 전 천재적인 리더들에 의해 창안된 제도들이 한 세기동안 인류의 공영발전에 밑거름이 되었던 일을 돌아봐야 한다. 적대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사고는 늘 갈등과 전쟁을 불러왔지만, 평화공존을 향한 포용과 연대는 인류의 공영발전에 도움이 되었다.  
당장 일본의 난카이발(發) 거대지진이 현실화 되면 일본 전역에 큰 여파가 미치게 되고, 한반도 일부도 그 영향을 받게 된다고 한다. 일본 정부의 시뮬레이션에서는 최소 23만명이 죽거나 사망하고 건물 209만 채가 무너지거나 손상될 거라고 한다. 어쩌면 일본에서 발생하는 지진과 쓰나미 난민들을 한국 정부가 일부라도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과연 그에 대한 최소한 ‘마음의 대비’라도 한국인들과 정부는 하고 있을까. 아직 가시적인 논의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일어나지 않은 전란에 대비한 협력계획도 의미가 있겠지만, 이미 위험이 가시화된 자연재해에 대비한 잠정적 협력계획(Contingency Plans)도 구체적으로 고려할 시점이다. NM

[이은주 대화당한의원, 한국밝은성연구소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