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회복에 도전하는 ‘녹색 만리장성’    
 
지난 연말을 앞두고 들려온 중국으로부터의 ‘녹색 만리장성 프로젝트’ 소식은 모처럼 신선한 뉴스였다. 1978년 중국 북서부와 북부, 북서부 등 13개 자치지역(자치구와 성)에서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북서부지역으로부터 진행되어온 사막화를 막고 최적의 생태환경을 복원한다는 목적을 표방하고 있다. 

인간의 힘으로 자연적인 사막화현상을 막고 거대한 사막을 초원으로 바꿀 수 있느냐 하는 회의론과 조롱도 없지 않았다. 그럴 만도 하다. 몇 개 나라의 넓이와 맞먹는 거대한 사막지대에서 묘목을 심어 정착시킨다는 것은 막연한 공상과도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봉사자들은 묵묵히 나무를 심고 살려내는 일에 몰두하여 서서히 성공률을 높여왔다. 그리고 40여년. 중국 정부와 UN 기구의 꾸준한 지원 아래 나무를 심고 살린 면적이 이제 3천만 헥타에 달한다. 이 면적은 한반도 전체 면적(22만3천㎢)보다 훌쩍 넓은 30만㎢에 해당한다. 중국 전체 영토 대비 10%이던 삼림비율은 이제 25%를 넘는다. 사막뿐이던 신장(新疆) 자치구에서만 1%의 삼림면적이 5%로 높아졌다. 지금까지의 성과만으로도 말만 앞세우는 회의론자들의 콧대를 충분히 누를 만하다. 

처음에는 척박한 환경에서 많은 묘목들이 모래에 묻히고 바람에 날려가 많은 실패도 경험했지만, 이에 맞서는 방법들이 개발되면서 묘목의 정착률과 녹화 성공률이 크게 향상되었다. 어린 묘목들이 사막 바람에 묻히는 것을 막기 위해 먼저 길게 울타리를 두르고 그 안에서 자란 묘목들이 바람막이 구실을 하면 다시 그 옆으로 새로운 묘목을 심는 방식으로 녹색벨트의 면적을 넓혀왔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지만, 이제 만리장성에 비할 만큼 확연한 녹색벨트가 형성되기까지 4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 것이다. 이 사업은 지구살리기 차원에서 유엔기구의 공식 후원도 받는다. 삼북 방풍림 사업(TNSP: Three-North Shelterbelt Program)이 공식 명칭으로 한반도 넓이의 20배에 달하는 4백만㎢가 대상이다.  

한 가냘픈 여인이 내몽골에서 혼자 힘으로 사막 위에 1천4백만 평이나 되는 숲을 일구었다는 미담도 있다. 내몽골의 마오우쑤 사막에 사는 인위전이라는 여인이다. 스무살에 아버지 친구들끼리의 약속에 의해 갑자기 풀 한 포기 없는 사막으로 시집을 가게 된 인위전은 몇날 며칠을 통곡하며 보내다가 문득 그것이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는 걸 받아들이게 된다. 하지만 그대로 살 수는 없었다. 꽃과 나무라도 좀 심으면 좀 낫지 않을까. 자기 운명을 다스리기 위해 인위전은 70리를 걸어가 백양나무 묘목 30그루를 사다가 움막 주변에 심고 물을 주었다. 하지만 며칠 뒤 모래바람이 불자 가엾은 묘목들은 뿌리째 뽑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 묘목을 새로 사다 심었다. 이런 보람 없는 싸움을 반복하면서 인위전은 점차 묘목을 잃지 않을 새로운 방법들을 시도했다.

7년째에 그녀는 풀밭이 있으면 묘목이 정착하기가 더 유리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모래바람이 어디서 불어오는지 방향도 알게 되었으므로 바람을 막고 풀씨를 뿌리면서 묘목을 심는 방법을 스스로 고안했다. 그리고 마침내 성공을 거두기 시작했다. 조금씩 풀씨들이 살아남아 싹을 틔우기 시작했고, 모래바람을 막는 울타리를 세워 묘목을 심었다. 다시 7년여가 더 지났을 때, 인위전의 나무들은 오아시스라 불릴 만했다. 숲이 형성되자 저절로 물이 솟는 샘도 생겼던 것이다. 사막의 여행자들을 통해 소문이 나고 기자들이 이를 세상에 알리자, 함께 나무를 심겠다고 찾아오는 사람들도 생겼다. 인위전의 오아시스는 10년 전에 이미 서울 여의도 면적의 10배에 이르렀다.    

중국 간쑤성 민친현에서 황무지에 나무를 심어 숲을 살린 취치홍이란 여인은 또 다른 사례다. 그녀가 2007년 시작한 소나무 심기 사업은 16년 사이에 1천만 평의 숲으로 결실을 맺었다. 그녀의 소셜 미디어를 보고 나무심기에 동참하는 사람들이 늘고 지원금이 답지했다. 지금은 간쑤성 정부가 그녀에게 2천만 평 이상의 황무지에 향후 18년간의 숲 조성사업을 맡기는 계약도 이뤄졌다.

지구촌은 대(大)한발, 대홍수, 대폭설, 대화재, 대지진, 대폭풍과 같은 자연재해가 벌어지고, 사막화와 쓰레기 공해는 지구의 미래에 대해 거의 좌절감을 느끼게 한다. 이런 가운데서도 멈추지 않는 전쟁과 폭동현상 등은 인류의 미래를 믿을 수 없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한켠에서는 묵묵히 죽어가는 지구를 살리려고 자기 삶을 바치는 진정한 전사(戰士)들이 있다. 누가 진정한 문명인이며, 영웅들일까. 중동과 아프리카 사막에서도 사막을 녹지로 바꾸기 위한 나무심기와 담수화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으며, 여기에는 대한민국의 기술 두뇌들도 한 몫을 거들고 있다. 문명의 정점에 이른 우리에게,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생각은 착각이다. 관심을 두면 보인다. 
물론 쉽사리 낙관할 일은 아니지만, 지금 이 시간에도 지구를 살리기 위한 소수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을 관심 있게 염두에 두어야 한다. NM 

▲ 이은주 한의사

[이은주 대화당한의원, 한국밝은성연구소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