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아파트 역사…1930년대 등장부터 1970년대 궤도 진입까지

한국에서 ‘아파트’는 공동주택인 아파트먼트(apartment)를 줄여 부르는 말이지만 엄연히 표준국어대사전에 올라있는 우리말이다. 국어사전은 ‘5층 이상의 건물을 층마다 여러 집으로 일정하게 구획하여 각각의 독립된 가구가 생활할 수 있도록 만든 공동 주택 형태’로 풀이한다. 건축법상으로도 아파트는 5층 이상이어야 한다.

1930년대 아파트(3층 이상)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아파트 공화국’으로 진입한 시기는 1970~1980년대였다. 그 결과, 한 통계에 따르면 1982년, 아파트 거주자는 전체 국민의 5% 정도였다. 하지만 2008년에 절반을 넘어서더니 2023년 58.3%에 이르렀다.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전체 주택 가운데 아파트는 63%에 달했다. 국민 10명 중 6명이 아파트에 살고 있으니 ‘아파트 공화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문가들이 인정하는 국내 최초 아파트는 1930년 12월 준공한 서울 남산동 미쿠니 아파트다. ‘경성의 아파트’(2021년)에 따르면 1930년대 경성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아파트는 모두 70여 곳이다. 1938년 11월 6일 자 매일신보는 서울 시내에 세워진 크고 작은 아파트가 30여 곳이라고 보도했다. 당시는 2층 건물도 아파트로 인정하는 경우가 있어서 이 글에서는 3층 이상의 주거지를 아파트로 분류한다.
현재 학계가 인정하는 국내 최고(最古) 아파트는 1930년 직원 숙소로 지어진 서울 남산동 미쿠니(三國) 아파트다. 놀라운 것은 이 아파트가 지금도 공동주택으로 사용된다는 것이다. 한 층에 18평짜리 2호씩, 3층 전체가 6호짜리의 아주 작은 규모여서 요즘 개념으로 아파트라고 불리는 게 민망할 정도로 소규모다. 현재는 내부는 물론 외벽 전체를 리모델링한 모습이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아파트가 94년의 역사를 가진 ‘국내 최고 아파트’란 사실을 모르고 지나친다.
1930년대 서울에 지어진 아파트 중 규모가 가장 큰 곳은 1934년 봄 광희정 이정목(현재 중구 광희동 2가) 217-2에 준공한 채운장 아파트다. 1927년 봄 착공해 1934년 봄 준공하기까지 7년이 걸렸다. 지상 4층에 82호였으니 아파트로는 최대 규모였다. 
전문가들이 사실상 우리나라 최초 아파트로 인정하는 아파트는 1935년 5월 31일 준공한 지상 4층 규모의 서울 내자동 미쿠니 아파트다. 본관 59호(4층)에 별관 10호(3층)를 합쳐 69호의 대규모 아파트였다. 준공 당시의 용도는 남산동 미쿠니 아파트와 마찬가지로 미쿠니(三國) 회사의 사원 숙소였다. 내자동 미쿠니 아파트는 1936년 10월 지상 4층, 36호의 신관도 지어 규모를 더욱 확대했다.
광복 후에는 ‘내자 아파트’로 불리며 미군 숙소로 쓰이다가 6·25 발발 후부터 1955년까지는 각국의 종군 기자를 위한 ‘외신기자클럽’으로 사용되었다. 이후 1958년까지는 유엔 한국통일부흥위원회(언커크), 1961년까지는 미 대사관 경제조정관실, 1970년 6월까지는 미 8군 문관 숙소로 사용되었다. 내자아파트가 ‘내자 호텔’로 용도가 변경된 것은 1972년 4월이었다. 미 8군이 2년 동안 호텔 전용 시설로 개보수를 마친 뒤 내자 호텔로 이름을 바꾸어 문을 열었다.
1980년대 들어 내자 호텔이 인근 사직동의 교통체증을 야기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서울시가 1990년 시설 이전비를 부담하고 용산 미 8군 영내에 미군 전용 호텔 신축 허가를 내주는 조건으로 주한 미군으로부터 양도받아 그해 9월 도로 확장을 위해 철거했다. 한국 근현대사의 주요 건축물은 이렇게 허무하게 사라지고 지금은 서울지방경찰청이 자리잡고 있다.
취산 아파트는 1936년 11월 회현동 2가 39번지에 준공된 아파트다. 지하 1층 지상 3층으로 지어졌을 때 용도는 아파트라기보다 여관업이었다. 1966년 아일빌딩으로 개명하고 1967년 5층으로 증축하면서 호실이 46호로 늘어났다. 지금은 평범한 임대용 사무실 건물로 사용되고 있는데 겉모습이 워낙에 현대식 건물이어서 이 건물이 90년이나 되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흔치 않다. 
서울 충정로역 부근에 초록색 벽으로 된 낡고 노후화된 지상 5층의 아파트가 있다. 1937년 8월 준공한 충정아파트다. 지금 주소는 충정로 30이지만 준공 당시 주소는 죽첨정 3정목이었다. 준공 당시 충정아파트는 4층 높이 철근콘크리트 건물로, 최첨단 주거지였다. 준공 당시는 건축주 도요타(豊田)의 이름에서 따 ‘도요타 아파트’로 불리다가 일제 말기 호텔로 전업했다. 1945년 해방 후 미군에 접수되어 ‘트레머 호텔’로 이름이 바뀌고 군용 숙소로 쓰였다. 6·25전쟁 포화 속에서도 충정아파트는 큰 피해를 입지 않고 건재했다. 서울 탈환 후 충정아파트는 미국 중앙정보국(CIA) 합동고문단 본부로 쓰였다. 4층짜리 건물은 1962년 5층으로 증축되었다. 1950년대에는 도요타(豊田)의 한국식 발음인 풍전 아파트로 불리다가, 1970년대에는 유림 아파트로 이름이 바뀌었다. 충정아파트라는 이름은 1980년대부터 이어지고 있다.

종암아파트(1958년)… 우리 손으로 지어진 최초 아파트

해방 후 우리 손으로 지어진 최초 아파트는 1958년 9월 준공한 종암아파트다. 이 아파트가 해방 후 우리 손으로 지어진 최초 아파트라면 준공 당시 큰 화제가 되었을 법도 한데 당시 신문 어디에도 준공 기사가 없다는 점이 의아스럽다. 단지 1958년 1월 초 이승만 대통령이 종암아파트의 건축 현장을 시찰했다는 정도의 기사만 소개되고 있다.
종암아파트는 미국이 자본을 대고 독일 회사가 설계했다. 중앙산업이 시공을 하고 대한주택영단(한국토지주택공사 전신)이 분양 관리했다. 17평 규모의 4~5층짜리 3개동 152가구로 구성된 종암아파트는 방 2칸에 거실, 주방, 창고, 여기에 발코니까지 딸려 있어 준공 당시만 해도 고급주택으로 인식되었다. 종암아파트가 특히 관심을 끈 것은 집안으로 처음 들어온 수세식 변기 때문이었다. 집 안의 쾌적한 공간에서 생리적인 욕구를 해결하는 ‘문명의 진보’를 맛볼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그것은 획기적인 변화였다.
하지만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연탄보일러에 사용되는 연통 하나를 10가구가 공동으로 쓰다 보니 연기가 잘 빠지지 않았고, 수세식 화장실은 하루에 10분씩 두 번밖에 물이 나오지 않아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5층에 사는 사람들은 수돗물이 나오지 않는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종암아파트는 1993년 철거되고 1995년 그 자리에 들어선 것이 현재의 종암선경아파트다.

▲ 1962년 준공한 마포아파트 전경. Y자형(1차)와 일(一)자형(2차)이 섞여 있다.

마포아파트(1962년)… 한국 아파트 단지의 원형

본격적으로 이 땅에 ‘아파트 단지’ 시대를 연 것으로 평가되는 아파트는 1962년 12월 1일 준공한 서울 마포구 도화동의 마포아파트다. 이 아파트는 1961년 등장한 5‧16 군사정권의 작품이었다. 박정희 군사정권은 자신들이 무능하고 부패한 기성 정치인과 다르다는 것을 입증하고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야 했다. 그래서 내놓은 복안이 '아파트 단지'였다. 5·16 쿠데타 주도 세력인 현역 중령을 대한주택영단(한국토지주택공사의 전신)의 이사장으로 보내면서 프로젝트는 급물살을 탔다.
군사정권의 당초 계획은 중앙집중식 난방에 수세식 화장실과 입식 부엌을 갖추고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10층 규모의 아파트 단지였다. 1000가구를 수용하는 대규모 아파트였다. 하지만 최신 설비를 갖춘 10층 아파트 설계는 당시 한국의 건축 수준으로는 쉽지 않다는 판단이 서고 “아파트보다 난민구호주택을 더 많이 지으라”는 한미경제협력위원회(USOM)의 반대에 부딪혀 층수를 6층으로 낮추고 엘리베이터는 포기했다. 
9~16평 크기에 Y자형으로 지어진 마포아파트는 당시로서는 최대 규모인 6층짜리 6개동 450가구로 지어져 ‘맘모스 아파트’로 불렸다. 국내 최초로 아파트 단지 주변에 담장을 설치하고, 최초로 연탄보일러를 탑재했다. 수세식 화장실, 샤워실이 자랑이었고, 서구식 조경과 Y자형의 독특한 외형, 어린이놀이터 등 공동시설이 마포아파트의 자부심이었다.
그러나 준공 초기엔 입주율이 절반도 안 될 정도로 인기가 없었다. 아파트가 희귀할 때라 “저렇게 높은 곳에서 어떻게 자느냐”는 걱정이 있었고 양변기를 보곤 “시아버지와 며느리가 볼기짝을 맞닿을 수 없다”는 불만이 나왔다. 임대료 또한 부담이 컸다. 하지만 아파트에 대한 평판이 점차 좋아지면서 곧 웃돈이 붙어 거래되었고 영화감독 유현목, 성악가 김자경 등 중상류층이 이곳으로 이사를 하면서 인식에 변화가 생겼다. 
그런데 마포아파트 건설과 분양을 맡은 대한주택공사(대한주택영단의 후신)가 자금난에 시달렸다. 결국 대한주택공사는 방향을 전환해 임대였던 마포아파트를 분양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한국의 아파트 건립 방식이 건설비용을 입주자에게 전부 부담시키는 분양 위주의 방식으로 바뀌는 시발점이 되었다. 이 전환은 한국의 주택공급과 아파트 역사에 결정적인 분기점이 되었다. 이후 한국의 거의 모든 아파트단지는 분양을 전제로 개발되었다.
마포아파트는 최초의 재개발 아파트단지가 되어 재개발 신화를 이어갔다. 마포아파트가 연차가 쌓여 낡은 아파트의 대명사가 되자 준공 25년차인 1987년 주민들이 국내 최초로 재건축을 논의했다. 그리고 재건축 첫발을 뗀 지 7년 만인 1994년 ‘마포삼성아파트’로 재건축했다. 국내 최초 재건축 사업이 성공한 순간이었다.
임대가 아닌 분양, 단지 내 인프라를 입주자가 부담하는 방식, 30년 후 재개발 등 한국 아파트 단지의 특징은 모두 마포아파트에서 시작되어 현재까지도 변하지 않고 있다. 그런 점에서 마포아파트는 현재 한국 아파트 단지의 원형이면서 한국인들 주거 형태의 표준이다.

동부이촌동 아파트, 시민아파트, 여의도 시범아파트

마포아파트가 1960년대 전반기를 대표하는 아파트라면 1960년대 후반기를 대표하는 아파트는 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에 형성된 대규모 아파트 단지다. 동부이촌동 단지는 1968년 공무원 아파트 단지, 1970년 한강맨션아파트 단지 및 외국인 아파트 단지가 건립되면서 확장되었다. 12~25평의 34동 1.300여 가구로 지어진 공무원 아파트는 당시로서는 비교적 큰 평수이고 학교, 상가, 은행, 동사무소 등까지 갖추고 있어 인기가 높았다. 1970년에는 27~55평 규모의 한강맨션아파트 23동 700여 가구와 외국인 아파트 18동 500여 가구가 건립되어 바야흐로 동부이촌동 시대가 개막되었다.
한국의 아파트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1968~1971년에 지어진 시민아파트다. 시민아파트는 한때 세운상가, 청계고가, 3·1빌딩과 더불어 박정희 대통령의 근대화를 상징하는 기념물로 각광받았다. 1966년 서울시가 벌인 전수조사에 따르면 당시 서울에는 13만 6,650동의 무허가 건물이 있었다. 서울시는 무허가 건물을 허물고 철거민 가운데 일부를 시민아파트로 입주시키기 위해 1968년 10월 회현동 시민아파트를 시작으로 1969년 4월 금화아파트 등 총 32개 지구에 434동, 1만 7,365가구의 아파트를 지었다.
그러나 1970년 4월 8일 와우아파트의 붕괴로 시민아파트는 부정해야 할 ‘과거’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후 시민아파트는 더 이상 지어지지 않고 개보수와 철거를 거쳐 하나둘 사라졌다. 마지막으로 철거된 것은 1969년 12월 30일 준공해 36년간을 버티던 서울 종로구 창신·숭인동의 삼일아파트였다. 회현동 시민아파트 중 먼저 지어진 아파트는 2003년 철거되었고 현재는 제2시민아파트(회현2시범아파트) 'ㄷ' 자 한 개 동만이 시민아파트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 아파트도 재난위험 시설 D 등급 판정을 받아 정리 사업이 추진 중이다.
이 아파트가 철거되지 않은 것은 와우아파트 참사 당시 준공 막바지여서 구조물 보강을 거쳐 1970년 5월 준공했기 때문이다. 애초 시민아파트로 계획되었으나 ‘와우아파트 비극’과 작별한다는 의미에서 시범아파트라는 이름으로 준공되었다. 시범아파트는 1970년 4월 와우아파트 붕괴사고 직후, 당시 김현옥 서울시장이 ‘앞으로 아파트는 이곳(회현시민)을 시범 삼아 튼튼하게 지으라’고 한 말에서 유래한다.
이후 건립된 공용아파트는 시민아파트가 아닌 시범아파트란 명칭을 사용하게 되었다. 회현아파트가 ‘마지막 남은 시민아파트’, ‘시범아파트의 효시’라는 두 가지 이름을 가진 데에는 이런 이유가 있다. 현재도 회현아파트 입구는 ‘회현 시범’, 입구 옆 창문은 ‘회현 시민’이라고 적고 있다.
시범아파트는 시민아파트에서 단순히 이름만 바뀐 아파트는 아니었다. 시민아파트가 철거민 대상의 시설이 열악한 아파트였다면, 시범아파트는 면적을 넓히고 보다 튼튼하게 짓는 등 중산층을 대상으로 했다는 큰 차이가 있다. 다만 시범아파트의 프로토타입인 회현2시범아파트는 시민아파트의 개량형이었지 최고급은 아니었다.
시민아파트에서 진화한 시범아파트의 대표적 사례는 당대 최고의 시설을 자랑하는 여의시범아파트다. 1971년 10월 15일 입주를 시작한 여의도 시범아파트는 오늘날의 여의도를 있게 한 일등 공신이다. 당시 서울시가 허허벌판이나 다름없는 여의도에 1,584가구분의 아파트를 지은 것은 시범아파트를 교두보로 삼아 여의도 택지를 순조롭게 매각하려는 데 있었다.
시범아파트는 엘리베이터, 중앙난방식에 15평, 20평, 30평, 40평 등 평수도 다양해 인기가 높았다. 시범아파트의 성공에 힘입어 민간 건설업자들이 여의도에 아파트를 짓기 시작하고 뒤이어 강남에도 개발바람이 불면서 수도 서울은 아파트 천국으로 바뀌었다.

강남 아파트 붐… 강남을 특별시로 신분 상승시켜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가 서울시로 편입된 것은 1963년 1월 1일이다. 그렇다고 뭐가 달라진 건 아니고 여전히 논밭으로 이뤄진 시골이었다. 한적하고 조용하기만 했던 이곳에 상전벽해의 변화가 시작된 것은 1966년이었다. 1월 19일, 제3한강교(한남대교)의 착공과 함께 강남이 꿈틀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마침 불도저 시장 김현옥이 1966년 4월 40세 나이로 서울시장에 부임했다. 김현옥이 진두지휘하는 서울시가 1966년 9월 건설부에 영동지구 토지구획정리사업 지구 지정을 요청한 것은 강남에 뉴타운 도시를 만들려는 도시행정상의 필요, 경부고속도로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목적, 제3한강교에서 남쪽으로 7.6㎞, 9만2000평에 달하는 고속도로 용지를 무상으로 확보하기 위한 목적 등 복합적이었다.
토지구획정리사업은 서울시가 자연상태에 있는 지주들의 땅에 길을 내고 공공시설을 만들어 구획을 정리해 주는 대신 개발이익의 수혜자가 될 지주들로부터 일정한 토지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방식이었다. ‘영동’은 영등포의 동쪽을 의미하는 것으로 반포동, 잠원동, 압구정동, 청담동, 도곡동, 신사동 등이 여기에 속한다.
제3한강교의 준공(1969년 12월 26일)과 경부고속도로의 개통(1970년 7월 7일)은 강남에 아파트 개발이 본격적으로 궤도에 올랐음을 알려주는 신호탄이었다. 제3한강교가 강남 땅값 상승에 불을 붙였다면 경부고속도로는 그 불에 뿌려진 기름이었다.
365만 평의 영동 1지구에서 토지구획정리사업이 시작된 것은 1968년 봄이었다. 472만 평의 영동 2지구는 이보다 4년 늦은 1972년부터 시작되었다. 허허벌판이던 영동에 도로를 내고 상하수도와 전기시설 등을 설치하는 토지구획 정리사업은 수년간 계속되었다. 그리고 1976년 8월 건설부가 구획정리를 마친 압구정지구, 청담지구, 도곡지구, 신반포지구 등에 아파트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강남에서 영동지구보다 먼저 개발된 곳은 구반포지구였다. 구반포지구 개발은 소양강 다목점댐 등으로 홍수 위험이 사라진 한강 하류의 유수지나 둔치 등의 공유수면을 매립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1970년 7월부터 1972년 6월까지 공유수면을 매립한 결과 지금의 동작대교 남단에 16만 평의 택지가 조성되었다. 주택공사가 이곳에 22~42평 규모의 5~6층 아파트 3,700여 호를 지은 것은 1973~1974년이었다. 지금의 구반포다. 
강남 개발의 또 다른 축은 잠실 개발이었다. 잠실은 오랫동안의 모래 퇴적으로 생겨난 하중도였다. 이곳 역시 다목적댐 건설로 홍수 걱정이 사라지자 1971년 6월부터 공유수면을 매립하는 방식으로 개발을 진행했다. 공유수면 매립지와 국공유 하천부지를 합친 땅은 340만 평이나 되었다.
주택공사가 잠실 1~4단지에 5층 높이의 7.5~17평 아파트 334개동(1만5250가구)을 짓기 시작한 것은 1975년 2월이었고, 잠실 5단지에 15층짜리 34~36평의 중형아파트 30동을 짓기 시작한 것은 1976년 8월이었다. 입주는 1978년 7월 1~5단지에서 동시에 진행되었다. 7.5~36평 아파트 364개동 1만9180가구분을 3년 9개월 만에 완성해 10만 명의 주거단지를 조성한 것은 한국 아파트 공사 사상 최대 규모의 공사였다. 세계적으로도 10위권 안에 들었던 대역사였다.
개발이 완료될 당시만 해도 강남은 전 국토의 0.1%에 불과한 서울의 강남이었다. 그러나 점차 땅값이 폭등하고 부와 권력이 집중되면서 강남은 서울의 강남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강남특별시로 신분 상승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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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민간 최초 무선전화방송(라디오방송) 실험 성공 100주년

1920년 11월 2일 오후 6시, 세계 최초의 라디오 정시 상업방송이 미국에서 시작되었다. 1924년 10월 일본에서도 도쿄방송국이 설립되는 등 주요 국가마다 방송국이 속속 개국하면서 우리나라에도 라디오방송 바람이 불었다. 1924년 11월 29일 조선총독부 체신국이 기자들을 상대로 체신국(현 광화문 KT 빌딩) 안에서 방송 실험을 하고, 1924년 12월 10일 일본전보통신 경성지국이 체신국에서 쏘아 올린 방송 전파가 미쓰코시 포목점(현 신세계백화점) 3층에 설치된 나팔형 전기확성기(스피커)를 통해 음악으로 울려 퍼진 것은 이 땅에 도래할 라디오 시대의 개막 팡파르였다. 
이것이 우리나라 최초의 라디오방송으로 기록되고 있지만 사실 방송 전파를 송수신하는데 그치지 않고 방송 형식을 갖춘 것을 기준하면 최초 방송은 1924년 12월 17일 민간방송국 설립을 위해 시도한 조선일보의 시험방송이었다. 그날 서울 관철동의 우미관 앞에는 아침부터 몰려온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조선일보사가 주최한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 무선전화방송 실험을 보고, 듣고, 느껴 보려는 사람들이었다. 
1주일 전 일본전보통신 경성지국이 체신국에서 방송 전파를 쏘아 올리고 미쓰코시 포목점 3층에서 이 전파를 받아 음악으로 들려준 바 있어 이날의 조선일보 방송은 ‘우리나라 최초’라기보다는 ‘민간 최초’라고 해야 맞다. 그럼에도 순수 한국인이 주관하고 방송 형식을 그런대로 갖췄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최초’라는 수식어가 과장된 것만은 아니다. 라디오방송이라고 하지 않고 무선전화방송이라고 칭했던 조선일보의 이 방송은 12월 17일부터 19일까지 하루 세 차례씩 이어졌다. 
3일간 아나운서 역할을 한 사람은 한국 최초의 여기자 최은희였다. 12월 17일 하루동안 독자(11시), 여성(1시), 일반인(3시)을 상대로 세 차례 방송을 진행한 최은희는 당시를 이렇게 회고했다. “조선일보가 수표동 납작한 기와집에 있을 적이었다.… 사장실이 송신기를 장치한 임시 방송실이었다. 벽과 창에… 광목 휘장을 들여서 방음장치를 하였고… 둥글넓적한 마이크가 방송실 복판에 놓였으며 안테나도 옥상에 세워져 있었다.” 
당시는 라디오 수신기가 보급되지 않았을 때여서 조선일보는 시내 우미관 극장에 대형 확성기를 설치해놓고 일반인들이 객석에 앉아 방송을 들을 수 있도록 했다. 조선일보 라디오를 들어보려는 인파는 서울은 물론 인천·수원·개성·의정부 등지로부터 수천 명이 몰려왔다.
첫날 1회 행사 때 조선일보 사장실에서 진행된 이상재 사장의 연설과 판소리 명창 이동백의 단가가 멀리 우미관에 설치된 스피커를 통해 들려오자 시민들은 신기한 듯 우레와 같은 박수로 첫 방송을 축하해 주었다. 오후 1시에 시작된 2회 행사 때는 윤극영의 동요 ‘반달’, 홍난파의 바이올린 독주, 정악 전습소원의 관현악 합주, 조동석 씨의 단소 독주가 이어져 청중의 흥분을 고조시켰다. 그러나 첫날 2회 행사가 용산에 있던 일본 육군 무선전신국에서 나온 강한 전파로 방해를 받게 되자 18일 저녁부터는 경성공회당(옛 소공동 서울상공회의소 자리)으로 장소를 바꿔 방송했다. 

▲ 신비한 소리에 놀라는 관중(좌)과 우미관 무대에 설치한 무선전화를 받는 확성기(우) 모습(조선일보 1924년 12월 18일자 석간 2면).

조선일보는 서울 성공에 이어 인천·수원·개성·영등포 등지에서도 방송 공개 시험을 했다. 1925년 11월 1일부터는 울산·경주·포항 등 영남권 30여 개 지역을 도는 대규모 순회방송도 했다. 조선일보가 이렇게 방송에 열심이었던 것은 어떻게 해서라도 민간방송국을 개국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그러나 일제는 조선일보를 포함해 11개 단체가 신청한 방송국 설립은 허가하지 않고 국영방송인 경성방송국만 허가해 우리나라 최초의 방송국을 꿈꿨던 조선일보의 바람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조선총독부가 설립을 주도한 우리나라 최초의 라디오방송국인 ‘경성방송국’은 1926년 12월 서울 중구 정동 1번지(현 덕수초등학교)에 2층 건물을 준공하고, 2개의 안테나 철탑을 설치한 뒤 1927년 1월부터 틈틈이 시험방송을 내보냈다. 그리고 1927년 2월 16일 오후 1시, 일본어로 “여기는 경성방송국입니다. JODK”로 시작되는 첫 라디오 전파를 쏘아 올리면서 한국 방송사의 첫 페이지를 장식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