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풍     

▲ 박무웅 시인

잔디 위에 무릎을 꿇고 
무덤 속의 어머니에게 절을 올린다 
영정 사진이 가을볕처럼 온화하다
죽음의 얼굴이 저와 같다면 그곳도 별반 다름이 없겠지만

야! 허풍아 밥이라도 먹고 사니? 
다른 세상의 어둠을 품은 눈길은 걱정이 묻어있다
인천의 변두리 좁은 길가의 변소도 없는 가계에 
자그마한 점포를 차렸을 때 
기뻐서 달려오신 쉰 해 전의 어머니, 
점포보다 간판이 더 큰 것을 보고 놀라
  
얘! 제발 허풍 떨지 마라  
말씀하셨다 
허풍이 별명이 되었지만 
허풍이 삶을 바람처럼 밀어주었다
바람보다 빠르게 뒤를 밀어주었다

어머니는 사철 아무 때나 오라고 하신다
노을의 저녁 상돌 차려질 때까지 
기억 속 그 얼굴에 웃음기 떠오를 때까지 
일어설 수 없는 성묫길
자주 오겠다는 허풍 한 마디 
또 남겨놓은 성묫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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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풍은 어머니가 지어주신 멋진 별명
어린 날 어머니는 아직 덜 자란 몸이었을 때 늘 있어도 없는 척하라고 하셨지만 매사에 건달 같이 있는 척하고 현실과 다른 엉뚱한 생각만 한다고 허풍이라는 멋진 별명을 지어주셨다 나는 1944년 5월 14일 생이다 해방과 전쟁으로 사회는 최악의 혼란스러운 상태였다 아버지는 고된 노동으로 잠을 자다가 새벽에 순간 돌아가셨다 지금의 심장마비 같은 것이었을 것이다 아버지는 어린 사 남매를 남겨놓고 33세에 세상을 뜨신 것이다 어머니의 나이 서른 해였다 땅 한 뙈기도 없고 시골에서도 집도 없었다고 하니 어머니는 어린 사 남매를 몸의 노동으로 키워야 했다 친척집 소막 방에서 보리 한 그릇을 맷돌에 갈아서 한 동이의 물을 붓고 끓인 죽은 보리죽이 아니라 보리알이 둥둥 떠다니는 물이 훨씬 많은 물죽이었다 오직 배를 곯자 않기 위해 끼니때마다 어머니가 눈물로 받쳐 들었던 물죽이었다 그 물죽을 한 그릇이라도 더 먹으려고 형제들의 눈빛은 뜨겁기만 했다 지상의 천국이란 따뜻한 쌀밥 한 그릇을 먹을 수 있는 곳이었다 주인집 마당에 나갔다가 고구마를 삶아 먹고 있는 주인집 식구들과 마주쳤을 때, 주인집은 조용히 문을 닫았다 그 때의 그 충격은 성인이 될 때까지 어제의 일처럼 생생하게 따라 다닌다 간신히 중학교를 졸업하고 대전고나 전주고는 가정형편상 진학을 못하게 되어 작은 자존심으로 진학을 포기했다 나의 살길은 ‘’고학이다‘’ 외치며‘’링컨의 사진이 붙은 고학광고’‘를 등에 지고 결심 하나로 무작정 상경하였다 그야말로 위험한 허풍이었다 돌아보니 1944년 고향에서 태어나서 떠나는 16년간 아무것도 자랑할 것이 없지만 공부는 잘했다는 평을 받았다 ‘100점 맞은 답안지를 보시고 어머니는 이것이 나의 ‘이문’이라고 기뻐 하셨고 국민학교 졸업 때 금산군 졸업생 전체 실력대회에서 3등을 하여 ‘문태수금산군교육감 상을 받은 것과 ‘금산 중학교 임학시험에서 3등 장학생’으로 합격한 것이었다 기죽지 않으려고 학교 웅변대회에 여러번 나가기도 했다 그런 것 들이 어머니에게 조금의 기쁨을 드린 것 같다 

성공은 상상력과 창의적, 허풍은 내가 채웠던 목표치, 
처음 보는 서울, 수많은 사람들이 눈이 번쩍거렸고 모두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잘 되는 것들을 따라하고 그것들의 차이를 갖고 놀며 즐긴다는 것은 경험이 높은 고수들에게나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길 없는 곳에 있다는 빛나는 곳들을 새로운 방법으로 죽을 각오로 노력 하다보면 정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선택의 여지는 없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패스브레이킹’의 길이다 조금이라도 다른 길, 매우 작은 것이라도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것은 하루에도 수없이 우주를 돌아오는 무수한 다짐들이 으르렁거리는 나의 몸짓이 되었다 남다르게 미래의 새로운 삶을 선택하고 싶다면 그것은 상상력과 창의적일 때만 가능할 것이다 허풍은 나에겐 채워야 할 목표치다 그걸 채우려고 진짜 모습이 되려고, 무엇인가 새로운 생각을 해야 했다 내가 살아온 변혁과 도전의 삶은 반쯤 갈라놓은 바위틈에 뿌리를 내리고 푸른 하늘을 머리에 인 풍란과도 같은 것이었다 허풍이 파 놓은 구덩이를 성실하게 메우면 되는 것이었다. 그건 모르는 것을 알고 싶다는 의지였고 신기하게 메워질 때 창의와 노력이라는  말이 매력으로 다가왔다. 따지고 보면 나의 삶은 새로움을 찾는 지칠 줄 모르는 끼와 허풍으로 시작된 것이며 세월의 파도를 헤쳐 나간 내 야심의 뗏목이 되었다 내 삶을 바람보다 더 빠르게 뒤를 밀어 주었다, 그 세월의 파도는 칼날처럼 내 안의 것들을 불러 일으켜 세웠다. 따지고 보면 ‘’개천에 용‘’이 10번쯤 나온 나의 삶은 허풍과 상상력과 창의력이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