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성패는 전통문화와 세계조류의 흐름을 어떻게 잘 조화시키고 유지하느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화라는 이름아래 우리의 전통문화가 사라져 간다면 우리 민족을 지탱하는 정신도 없어지게 된다.

황태일 기자 hti@

전통문화를 계승하는 것은 우리 조상의 지혜와 전통을 보존하는 것이기에 가치 있는 일이다. 때문에 우리는 계속해서 들어오는 외래문화 속에서도 전통문화의 가치를 계승할 필요가 있다. 세계가 좁아지고 가까워질수록 민족의 정체성 확립을 위해서도 전통의 보존은 더욱 필요한 일이다.

▲ 강왕기 대표

최고 품질의 막걸리 만들기 위해 총력 기울여
강왕기 춘천양조장 대표의 행보가 재조명되고 있다. 춘천양조장은 1968년 춘천 지역 주조장 9곳의 합병으로 설립된 50여 년의 역사를 지닌 양조장이다. 한때 강원도에서는 잘 나가는 막걸리를 생산했던 이곳은 9곳의 양조장을 합병해 운영하다 경영부실로 폐업 위기에 처하게 됐으나 지난 2010년 강왕기 대표가 인수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강 대표가 춘천양조장을 인수했을 당시만 하더라도 술맛은 바닥까지 떨어진 상태였다. 이에 강왕기 대표는 그간 밀막걸리만 만들고 있던 춘천양조장에서 쌀막걸리를 생산하기로 결심한다. 양조장이 침체하게 된 데에는 쌀막걸리를 선호하는 시대적 변화에 따라가지 못했다고 생각했던 것. 이후 쌀막걸리 개발을 위해 양조장에서 살다시피 한 그는 가지고 있던 의문이 풀릴 때까지 양조장 발효실에서 한 달간 잠을 자며 24시간 관찰하고 연구하는 등 혼신의 힘을 쏟아 부었다. 한국 고유의 전통주의 명예와 그 풍미를 지켜내기 위해 역사와 전통을 고수하며 막걸리를 제조하고, 미생물에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는 발효실을 만들어 최고 품질의 막걸리를 고객에게 ‘진상’하기 위함이다.

강왕기 춘천양조장 대표는 “누룩과 막걸리의 품질을 높이기 위한 전통적인 방법을 연구하고 개발해 최고의 제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특히 왕수 막걸리 브랜드는 왕에게 바치는 마음으로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을 왕으로 생각하고 정성을 다해 막걸리를 빚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노력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지난 2020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선정하는 한국무형문화유산 전통 막걸리 명인으로 선정되는 쾌거도 거두었다.

현재 춘천양조장이 출하하고 있는 주품은 밀의 묵직함과 쌀의 산뜻함이 결합되어 상큼함을 느낄 수 있는 춘천생동동주와 밀로 빚어 맛이 묵직하고 단맛을 최소화하여 옛 향수를 좋아하는 마니아층이 형성된 춘천생막걸리, 전통 막걸리 명인이 직접 쌀누룩을 만들어 맛이 풍부하고 부드러운 춘천수제막걸리, 발효가 서서히 진행되면서 더욱 깊은 맛을 내어 대중적으로 다양한 연령층에서 선호하는 막걸리인 춘천왕수생막걸리다. 지난 5월 서울 양재 at 센터에서 개최됐던 ‘2024 막걸리 엑스포’에서는 참관객들이 춘천수제막걸리를 지목하고 시음을 즐기기도 했다. 강왕기 춘천양조장 대표는 “막걸리는 우리의 혼과 같다. 고사를 지낼 때 소주나 맥주가 아닌 막걸리로 지내는 것은 막걸리에 우리의 혼이 서려 있기 때문이다”면서 “그래서 막걸리를 빚는 일은 진실되고 정성을 쏟아부어야 맛있는 막걸리를 생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막걸리는 사람들과 어울리며 함께 나누는 술
서울에서 유제품 유통업에 몸담았던 강왕기 대표. 그는 매출 순위가 대리점 중 손에 꼽을 정도로 탁월한 역량을 발휘했다. 그러나 사업이 잘 될수록 그를 시기 질투하는 이들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강 대표는 우울감에 빠지고 공항장애까지 겪어야 했다. 이후 자신을 돌아보고자 일손을 놓고 5년여 간 전국을 유랑했던 그는 춘천양조장을 만나면서 제2의 인생을 꿈꾸게 됐다. 이제는 ‘명인’이라는 타이틀도 보유하고 있지만, 강왕기 대표는 요즘 유행처럼 번지는 이른바 고도수 프리미엄 막걸리에 대한 욕심을 갖고 있지는 않다.

그에게 있어 막걸리는 사람들과 편하게 어울리며 함께 나누는 술이기 때문이다. 막걸리 도수가 높으면 주거니 받거니 마시기가 곤란할뿐더러 만원을 훌쩍 뛰어넘는 가격도 부담이다. 이에 대해 강 대표는 “비싼 막걸리가 좋은 막걸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막걸리는 살아 있는 예술이다. 혼과 정성을 얼마만큼이나 담았느냐에 따라 제 맛이 나온다”고 일축했다. 이어 “춘천양조장은 유행에 흔들리지 않는 정신으로 춘천의 맑은 물로 빚어 마시고 난 후 감동을 느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장인정신을 유지해온 것처럼 대한민국의 새로운 대표 브랜드로 성장하여 앞으로도 한국 전통술의 참 정신을 세계에 알리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