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본질상 ‘음으로 즐거움’을 추구하는 예술이다.
예술가(생산자)뿐만 아니라 관객(소비자)에게도 K-클래식의 양극화 이슈는 오랜 시간 방치된 미해결 과제다. 양극화를 해소하고 클래식 산업이 지속 성장하려면 ‘관객과 소통’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아무리 감동적인 음악일지라도 함께 즐기는 관객이 없다면 사라지고 만다. 우리 전통문화를 비롯해 그동안 대중의 관심에서 소외되며 사라져간 예술은 수도 없이 많다.

차성경 기자 biblecar@

클래식 음악은 수백 년 전 유럽에서 시작된 음악이기 때문에 팝이나 록과 같은 현대 장르와 달리 현대인의 취향에 맞춰져 있지 않다. 대신 역사적, 문화적 맥락을 엿볼 수 있으며 다양한 시대의 풍부한 예술적 표현의 산물들을 만나보게 해준다.

다양한 사업 추진하며 클래식의 진정한 대중화 선도

▲ 윤여정 대표

윤여정 인뮤직협동조합 이사장의 행보가 주목된다. 지난 2020년 설립된 인뮤직협동조합은 예술가의 안정된 소득 창출과 공평한 클래식 향유 기회의 선순환 구조 만들기 소셜 미션을 추구하며, 무대가 필요한 음악가와 음악이 필요한 곳으로 찾아가는 연주회를 기획 및 실연하고 있는 사회적 기업이다. 윤여정 인뮤직협동조합 이사장은 “소득의 격차에 따라 음악의 향유 계층도 다른 것 같다.”면서 “지역사회에 음악이 필요한 곳이 많고 또 무대가 필요한 연주자들이 많은데 이들을 매칭하여 안정적으로 연주하고 레슨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내는 것이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고 취지를 밝혔다. 클래식의 진정한 ‘대중화’는 클래식을 가요처럼 변형하고, 틀을 완전히 바꾸는 것이 아닌 대중과 ‘가까워지자’는 뜻이다. 클래식이 갖고 있는 가장 큰 벽은 ‘접해보지 않은’ 대중이 클래식을 어려워하고 지루해하는 것이다. 클래식에 대한 선입견과 장벽이 크기 때문에 접해본 경험도 없이 어려워하는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것이 가장 큰 해결과제이다. 따라서 클래식의 진정한 ‘대중화’는 대중과 클래식이 만날 기회를 늘리고, 장벽을 낮추는 일이다.

윤여정 이사장의 행보가 주목을 받는 배경이다. 그간 인뮤직협동조합은 ▲음반/악보집 발매 ▲K-Pop보다 신나는 클래식, 도서관 북콘서트, 학교로 찾아가는 힐링 인 뮤직, 등굣길 음악회, 언어폭력 예방 콘서트, 흡연예방 콘서트 등 콘서트 기획 ▲인뮤직 국악앙상블, 우리가 사랑하는 한국식 클래식, 선생님을 위한 힐링 인 뮤직, 학부모 문화연수, 인뮤직의 진로 콘서트, 클래식과 국악의 만남 등 다양한 프로그램 기획 등의 사업을 추진해왔다. 지난 5월에는 새로운 실내악 편곡 레퍼토리 <순수와 열정>도 출간, 호평을 받기도 했다. 바흐, 베토벤, 슈베르트, 브람스, 안익태 등 명망 있는 작곡가들의 클래식 명곡과 한국 국악을 흥미로운 편곡으로 재탄생시킨 10개의 작품으로 구성된 이번 악보집은 전 곡 총보와 개별 파트보 외에도 음원사이트 및 QR코드를 통해 음원을 감상할 수 있다. 또한, 각 곡에 대한 작곡가 소개, 편곡 설명, 연주 팁 등이 포함되어 있어 음악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도록 도와준다. 단순히 음악을 감상하는 것을 넘어 직접 연주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여 클래식 음악과 국악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번 악보집의 다양한 편성으로 재구성 가능한 악보는 연주자들의 수준과 취향에 맞춰 공연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래서, 클래식 음악과 국악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인뮤직앙상블의 음악적 노하우와 경험이 담겨 있어 연주자들에게 유용한 정보와 자료를 제공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클래식 통해 지역의 문화예술 발전에 일익 담당

사회적 기업 인뮤직의 목표는 한 명의 예술인부터라도 안정된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윤여정 대표는 “클래식 음악의 아름다움을 누리기 위해서는 시간과 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한정된 계층만 누릴 수 있는 고급문화일 수밖에 없다”면서 “클래식 연주자들 중에서 안정된 소득을 누릴 수 있는 예술가도 1% 미만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지난 2019년 경기 양주시는 시립예술단을 해체하기로 결정하며 단원 60명을 모두 해촉해 논란이 됐다. 당시 양주시 예술단원들의 급여가 월 50~60만원 수준이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중소도시 예술계의 민낯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과거 지역음악 커뮤니티였던 ‘피아노치는 엄마들’에서 활동했던 윤여정 대표는 이 사건을 접하고 지역의 예술가들이 그 지역 내에서 정착하여, 다른 직업을 찾지 않아도 예술로 먹고 살 수 있어야 그 지역의 문화예술 성장/발달에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인뮤직을 설립했다. 이후 윤 대표는 인뮤직을 통해 어린 관객들이 클래식을 K-Pop보다 더 신나는 음악으로 느낄 수 있는 클래식 애호가로의 씨앗을 심는 한편, 전교생 50명 미만의 학교나 병원, 경로당 등 문화 소외 지역에 찾아가 클래식 음악의 아름다움을 전파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왔다.

윤 대표는 “관객들이 가까운 클래식 음악을 접하고 사랑하게 되는 경험을 통해 삶의 새로운 활력을 찾도록 돕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용인시 최초로 문화예술 분야의 사회적기업 인증을 비롯해 코로나 시기에도 공연분야 우수사례로 선정된 바 있는 인뮤직은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참가자 대상 콘서트, 용인동백 세브란스병원 개원3주년 기념행사, 2023 나눔과 사랑 엑스포& 성탄트리 점등식, 2023 사회적경제 종교계 공동행사 등 지난 한 해만 총 338회의 공연을 기획하고 실연하는 성과도 거두었다. 윤 대표는 “지역의 예술가들이 그 지역 내에서 정착하여, 다른 직업을 찾지 않아도 예술로 먹고 살 수 있어야 그 지역의 문화예술 성장/발달에 기여할 수 있다”면서 “예술 소비자/생산자의 양극화 현상을 이해하고, 공공 기관의 적극적 투자 지원을 통해 공평한 클래식/가까운 클래식을 추구해야 예술가들의 미래가 있다”고 피력했다. 음악적 소통을 통해 사람과 사람 사이의 훌륭한 연결 고리가 되어 줄 윤여정 대표와 인뮤직. 그 향후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