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이 침몰한 지 55일 만에 민·군 합동조사단은 “북한 소형 잠수함정이 북한제 250kg 중어뢰를 쏴 천안함을 침몰시켰다”고 밝혔다. 다국적 조사위원들이 합류한 국제조사단이 천안함의 절단면과 연돌(연통), 사고해역 해저 등에서 어뢰 프로펠러와 알루미늄 파편, 화약성분 등의 증거물을 확보하여 정밀하게 비교분석 작업을 벌인 결과 내린 결론이다. 북한이 자행한 천안함 사건이 국제법적으로 명백한 침략행위이자 정전협정 위반이며, 용서할 수 없는 반민족적 범죄행위로 밝혀진 것이다. 
  북한군이 잠수함을 이용하여 은밀하면서도 비겁하게 기습공격을 한 것이다. 그런데 더욱 분노를 자아내는 것은 어뢰 공격을 감행하고도 모르쇠로 일관하며 사건이 ‘남측의 자작극’이라는 적반하장의 태도이다. 그러면서 국제합동조사단이 5월 20일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때에 맞춰 북한은 국방위원회 대변인 성명을 통해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국방위원회 검열단을 남측에 파견하겠으니, 우리(북한)와 연계되어 있다는 물증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천암함 사건으로 한국이 “대북 제재를 단행한다면 전면 전쟁 등 강경조치로 대응하고, 서해 북방한계선(NLL) 등에서 작은 사건이라도 생기면 강력한 물리적 타격을 가할 것”이라고 협박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북한이 이처럼 천안함 사건 발표에 ‘전면 전쟁’ 운운하며 강경대응 입장을 천명한 것은 우리 측을 압박하여 대응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일종의 전술이다. 자신들의 무관함을 주장하기 위한 억지인 것이다. 우리 측을 위협해 안보 정국으로 유도하면서 남남갈등과 내부 분열을 조장하고, 북한 내부적으로는 전쟁 분위기를 조성하여 주민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이다.
  북한은 이미 천안함 침몰사건이 발생한 지 22일 만에 조선중앙통신사 군사논평원의 글을 통해 이번 사건과 무관함을 주장했다. 5월 17일에는 양형섭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이 연설에서, 19일에는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의 고발장을 통해 “천안함 침몰 사건을 북한과 연계시키는 것은 남측의 모략”이라고 강조했다. 처음부터 천안함 사건을 ‘남측의 집권세력이 지방선거에서의 승리를 위해 날조해낸 자작극’으로 결론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그럼에도 속이 들여다보이는 검열단을 파견하겠다는 것은 우리 측이 검열단의 파견을 수용하면 수용하는 대로 자신들의 결백을 주장하고, 이를 거부하면 날조라는 주장에 힘을 실을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말하자면 사건의 진실과 여론을 호도하기 위해 국제적 쇼를 벌이려는 속셈이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 내부에 있다. 천안함 사건의 진상 조사 결과가 발표되기 전까지 일부 정치인이나 친북 좌파 언론, 그리고 종북주의자들은 처음부터 침몰 원인이 미군의 오폭이다, 암초에 부딪쳐 좌초했다, 피로 파괴다, 증거가 없는 데도 일방적으로 북한을 범인으로 몰고 있다, 현 정부가 대북 강경정책을 고수함으로써 남북관계가 경색됐다는 등 무책임한 주장을 일삼았다.
 

지난 10년간의 햇볕정책에 길들어져 북한의 도발에는 저자세로 일관했던 이들 세력들의 관습은 천안함 사건에서도 예외 없이 적용됐다. 이들은 북한과 관련한 사건이 일어나면 진실이 무엇인지 파악하기보다 정치적 편견과 좌파논리를 앞세워 무조건 북한의 입장을 먼저 옹호한다. 북한 문제를 있는 현상 그대로 보지 않고 편향된 목적성과 방향성을 가지고 북한의 입장만을 고려하는 것이다. 그래서 반세기가 넘는 동안 종북 좌파세력들은 북한이 도발하면 늘 응징론 대신 ‘전쟁의 위험’을 언급하며 북한 편에 섰다. 그들에게 ‘악’은 오로지 남측의 집권세력과 여당이고, ‘선’은 언제나 김일성 부자와 북한 정권이었던 것이다. 이들은 KAL기 폭파 사건도, 1996년의 강릉 무장공비 침투사건 때도 북한 편을 들었다. 북한이 자신들의 소행임을 자복했음에도 정작 국내에 거주하는 친북·좌파 세력과 매체들은 맹목적으로 북한의 거짓말을 진실이라고 주장했던 것이다.
  어쩌다 자신들이 살고 있는 나라의 정부를 못 믿고 언론의 자유조차 없는 북한의 프로파간다(선전)를 신뢰하게 됐는지 참으로 딱한 노릇이다. 이들은 북한 문제가 화두가 될 때마다 거짓을 진실로 위장하고 남조선 혁명 내지 북한에 의한 통일을 주장하는 자들이다. 진보를 민주화 세력으로 미화하고 두둔함으로써 대한민국의 국가 정체성을 스스로 짓밟아 왔던 것이다.
  정치권도 예외는 아니다. ‘안보에는 여야가 없다’고 강조하면서도 조사 결과 발표 시기나 격식을 문제 삼아 국방부의 조사결과에 대한 사전 브리핑을 받지 않겠다고 한 것은 또 다른 정략으로 비칠 수 있다. 지금은 지혜를 모아 대비책을 강구해야 할 때다.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국가적인 후속 대책 마련에 동참하는 게 집권 경험이 있는 제1야당의 위상에 부합하는 자세이다. 지방선거에서의 승리가 중요하나 천안함 사건은 국가적 비상상황이다. 국가적·국민적으로 비극적인 사건을 여야가 정략적으로 이용해서는 안된다. 당리당략에 의한 분열과 대립은 오히려 북한의 도발을 부추길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천안함 침몰 사건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명백한 증거가 나온 뒤에도 일부 정치인과 좌파매체와 단체들은 조사단의 조사활동에 근거 없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북한이 저질렀다는 사실을 믿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동안 이런 괴담성 주장의 결론은 오직 하나였다. 북한과 무관하다는 것, 북한의 소행설 자체가 음모라는 것이다. 이제 명백하고도 결정적인 증거로 천안함 침몰의 원인이 북한의 어뢰공격에 의한 것임이 밝혀진 이상 지금까지 괴담을 유포했던 일부 정치인과 교수, 친북 세력과 좌파 언론 등에 대해서는 철저히 조사하여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한 언동으로 사회혼란을 부추긴 세력이나 개인에게는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가르쳐 줘야 한다.
  또한 경제난에 허덕이며 체제유지에 급급한 북한이 이처럼 용서받을 수 없는 만행을 저지른 데 대해서는 강력하고도 단호한 대응이 필요하다. 강력하고 단호한 조치는 무엇보다 국민적 의지를 결집시키는 것이 우선이다. 서울에서 불과 50km의 거리에 언제나 우리를 노리는 적이 기회를 엿보고 있다. 대한민국의 안보상황이 얼마나 위중한 상태에 있으며, 안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 번 분명히 깨닫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천안함 사태가 6·25전쟁 이후 북한군에 의한 최대의 군사공격임이 밝혀진 이상 대한민국은 군사·경제·외교적 차원의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하고도 단호한 응징에 나서야 한다. 도발의 대가를 반드시 치러야 한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주지 않는 한 또 다른 도발을 막기 어렵다. 우리가 군사적으로 작은 승리에 도취되어 북측으로부터의 특수전 공격에 대한 대비가 소홀했음을 인정하고, 천안함 사건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철저한 대비태세와 안보의식을 강화한다면 이번 사건은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것이다.
   국회는 여야가 합의 하에 대북 규탄성명을 낼 수 있도록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국회의 단호한 대북결의안은 온 국민의 뜻을 하나로 결집시키고 대한민국의 강력하고도 단결된 의지를 국제사회에 보여주는 징표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외교적 역량을 집중하여 아직도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를 설득해야 한다. 중국 정부는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서 대북 제재에 동참해야 한다.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이 중국의 태도에 달려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정부와 군은 유사시 상황별 매뉴얼을 재점검하여 철저한 대비책을 강구해야 한다. 국가안보에는 한 치의 소홀함도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천안함 사건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