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진출은 성공사업가의 꿈이지만, 인재와 자본의 해외유출은 한국인의 고민거리다. 더구나 합계출산율이 세계최악으로 치달아 국가존망 경고음이 연일 보도되고, 인구전략기획부를 신설하기에 이르렀다. 

차성경 기자 biblecar@

지난 30년간의 급속성장 후유증으로 한국경제의 활력이 많이 약화되었다고도 한다. 이러한 나쁜 조짐의 배후에는 한국의 과도한 상속·증여세가 큰 몫을 하고 있어, 상속증여세법을 폐지하거나 대폭 개편해야 한다. 국제화 정보화시대에는, 더 이상 애국심이나 국뽕주의만으로 한국의 인재와 재산을 붙들어 둘 수가 없다. 세계 어느 곳, 어떤 시간에서도 시공을 초월해 연구개발하고 사업을 진두지휘할 수 있기 때문에, 스마트폰 하나만 들고서 해외로 나가 6개월 이상 살면 국내비거주자가 되고, 약간의 자본만 투자하여 해외법인을 설립하면 외국시민권이나 영주권 취득도 쉬운 세금천국(tax haven) 나라가 많다.

상속·증여세법의 과잉·중복과세규정은 비일비재
한국의 상속·증여세법(제3조)은 “사망자가 비거주자인 경우 국내에 있는 상속재산만 상속세를 과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연로한 재산가가 죽음예상 6개월 전에 국내재산을 유동화시켜 해외로 온라인 송금 유출한 후 해외 현지병원에서 사망하면, 국내잔존부동산 등만 과세된다. 해외온라인 송금 유출된 유동자산은 현지국 비과세되거나 상속공제금액이 큰 나라가 많으므로, 과도한 상속세금을 벗어날 수 있다. 즉, 부유층의 한국원천재산이 해외로 합법유출되면, 부모와 함께 떠난 고급 두뇌 자녀상속인과 함께 다시는 한국으로 되돌아오지 않는다. 상속·증여세법 제4조의2제1항제2호는 “수증자가 비거주자인 경우 한국 내 수증재산만 증여세를 과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 박윤종 대표

박윤종 안세회계법인 대표 공인회계사는 “영리한 기업가가 인재자녀를 해외 유학시켜 현지기업에 취업시킨 후, 국내재산을 팔거나 유동화시켜 해외로 온라인 송금 후, 외국현지에서 증여하면 국내증여세를 전혀 내지 않는다”면서 “최근 한국대기업들이 미국의 공급망 재편강요로 미국현지법인을 설립하는데, 현지합작법인개인자본금은 국내재산이 아니다. 못 이기는 척 국부의 해외유출이다. 이런 경우는 자녀인재와 재산을 모두 해외로 유출시킨 결과가 된다”고 지적한다. 결국 상속·증여세법은 사망자와 수증자 모두 국내비거주자인 경우의 해외반출재산과세 제외로 인해, 고급두뇌인재와 국내재산의 해외유출을 장려하는 법이 되어있다.

한국국적자라도 이러한 국내 비거주자의 국내과세제외의 원칙 외에도, 국내재산의 해외유출을 유도하는 상속·증여세법의 과잉·중복과세규정은 비일비재하다. OECD국가 중 40%는 상속세가 없다. 상속·증여세법은 가족단위로는 단순히 부모에서 자녀로 명의만 이전한 것인데도 과세한다. 즉 미실현 재산이익에 대해 세대이전 때마다 연속중복(조부→부→자→손자녀 등) 과세하는 결과가 되어 기업의욕을 저해한다. 박윤종 회계사는 “가족이 해당 재산을 타인에게 매각하여 현금양도차익이나 금융이자소득 등 자본이득이 실현될 때 과세함이 조세정의에 부합된다”면서 “상속세를 내기 위해 국내기업이 해외자본가에 매각되거나 도산하는 사례가 많았고, 한국에는 세대를 뛰어넘는 장수기업이 드물다”고 일침을 놓았다.

전문면허증 직업에 상속공제 조세혜택이 적용되어야
현재 우리나라의 상속세율은 50%로 일본(55%) 다음이다. 더구나 과점주주의 재산평가액을 20% 할증하면 세율은 60%가 되어 세계 최고이다. 과점주주 경영을 하였기에 가업상속될 정도의 기업으로 성장했는데, 분산주주경영이었다면 벌써 몇 번은 망했을 것이다. 자본주의사회에서 과점주주경영이 기업 성공의 열쇠인데, 왜 20% 할증 과세할 정도로 차별 대상이 되었나? 박윤종 회계사는 “가업상속세율 60%라면 결국 죽기 살기 각오로 경영한 가업경영권을 정부에 넘겨주고 죽으라는 것인데, 승계자녀는 상속세 납부할 돈이 없어 해당기업의 지분으로 물납하면 해당 지분이 기업사냥꾼에게 공개입찰 불하되므로, 양호한 기업도 지분싸움에 휘말려 공중분해된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사업소득세와 근로소득세, 금융소득세 등은 신규 창출된 이익에 대한 세금인 반면, 상속·증여재산은 법인세·소득세와 4대보험 등 조세공과금과 부가가치세 등 소비세를 모두 납부하고 남은 잔액으로 취득한 세후순소득으로 취득한 재산이다. 여기에 최종적으로 50% 세금을 더 내라는 것인데 최초 창출된 소득의 모든 세금을 합사면 약 50% 정도이고, 이를 제하고 난 50% 재산에 대해 또 50%를 내니 결국 최종 75%를 내는 꼴이다. 박 회계사는 “열심히 사업하고 저축해온 한국인은 모두 순진한 애국자”라면서 “세금낸 후 순소득으로 조달한 취득 가액을 뺀 후, 시세초과하는 불로소득에 대해서만 상속·증여세를 과세해야 이중과세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현행 상속세법은 유산세 개념으로 총 상속재산에 대해 가족공제합계 약 10억원(자녀모두 5억＋배우자 5억)을 공제한 후 전체금액을 자녀 숫자에 관계없이 단일 과세한다. 따라서 다자녀인 경우 상속재산은 각자 소액으로 분배되는 반면, 상속세는 상속인숫자로 쪼개 과세되지 않고 하나로 과세된다. 현행 유산세 개념을 유산취득세로 변경하여, 다수자녀인 경우 각자 분할 계산된 금액별로 낮은 누진세율부터 적용하여야 응능부담원칙에 합당하며, 그나마 다자녀가족에 혜택주는 인구증진제도가 된다. 상속세는 자녀·가족공제 등 10억 원을 차감한 후 10억부터는 40%, 30억 초과부터 50%가 적용된다.

박 회계사는 “문재인 정부시 2배로 폭등한 주택가격과 물가상승에 반해, 공제금액은 너무 적으면서도, 누진세율은 10억부터 40%가 적용되는 등 매우 가파르다”면서 “웬만한 수도권의 중산층 1주택에도 상속세를 내는 가족이 급격히 증가했다고 한다”고 우려한다. 미국은 상속공제금액이 약 170억 원이다. 한국은 배우자 공제가 5억 내지 30억 원까지인데, 부부공동재산축적임을 감안하여 미국·영국·프랑스는 배우자공제한도가 없다. 상속재산이 배우자에게 승계되는 부분은, 세대간 이전이 아니므로 상속받은 배우자가 사망한 후 자녀에게 재상속할 때까지 과세이연이 타당하다. 가업상속공제(300억 내지 600억 원) 제도는 제조업 중심의 중소기업에만 적용되는데, 서비스업은 실제로 고용 인력도 많고, 일자리도 제조업보다 더 많이 창출한다.

박윤종 회계사는 “전문면허증 직업은 중소기업인데도 가업상속공제가 전혀 적용되지 않는데, 청년 등 많은 인력을 고용하는 변호사·회계사·세무사·변리사 업종에도 가업상속공제 조세혜택이 적용되어야 합당하다”면서 “의료분쟁의 중심에 있는 의사업종은 인정되는 반면, 전문면허증의 독점적 위치가 이미 붕괴되어 많은 인력이 쉽게 취업 진출하고 있는 타 전문면허 서비스업종에도 차별 없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현행 상속·증여세법은, 청년층의 창업의욕을 북돋지 못하고 있고, 고급인재와 재산을 해외로 유출시켜, 국가소멸을 촉진하는 악법요소가 매우 많다”고 피력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