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이라는 공간은 마치 다른 평행세계에 몸을 옮겨 놓은 듯한 색다른 감각적 경험을 선사한다. 작품과 만나고, 작가의 영혼과 마주하는 시간. 어떤 작품은 과거를 상기시키고 또 어떤 작품은 끝없는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한다. 

윤담 기자 hyd@

작가가 본인만의 경험과 가치관을 예술에 온전히 녹여내는 순간에 비로소, 예술가의 삶을 대변하는 작품이 감상자와 매개됨으로써 큰 감동을 불러일으킬 만한 가치를 지니게 된다. 한계를 시험해보려는 도전과 용기가 없는 자는, 결국 평생토록 자신의 가능성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아챌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개인전 <오월을 수놓는 붓의 향연> 성황리에 마무리
설파 안창수 화백의 행보가 화제다. 현재 일본전국수묵화 미술협회 회원, 양산시 평생학습관 강사, 국제중국서법국화가협회 이사, 한국서가협회 양산지부장 등을 역임하고 있는 안창수 화백은 한국과 중국, 일본의 동양화 기법을 섭렵한 후 자신만의 독창적인 동양화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2009년 서울 인사동 서울미술관의 첫 회의 화조화전을 시작으로 부산광복동 BS부산은행갤러리전, 서울 인사동 갤러리신상 초대전, 경남교육청 초대전, 춘천KBS닭그림전,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초청 호랑이 전시회 등 21 회의 개인전을 비롯해 일본, 미국 등 단체전시전에 참가하며 호평을 받고 있다.

▲ 안창수 화백

지난 5월에는 개인전 <오월을 수놓는 붓의 향연>도 성공적으로 마쳤다. 특히 이번 전시회에서 안 화백은 ‘사랑과 겸손’이라는 꽃말을 가진 동백꽃의 빛에 이끌려 동박새가 찾아든 모습을 표현한 작품 ‘설경동백’을 선보여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설파 안창수 화백은 “이 작품을 통해 붉게 타오르는 꽃 등불길을 걸으면서 동백꽃의 사랑으로 뭉쳐 경진년, 새해 만사형통하길 바란다”고 취지를 밝혔다. 화조화, 동물화, 산수화 등을 소재로 매화, 등나무, 포도, 목련, 독수리, 학, 호랑이, 코스모스, 해바라기, 진달래 등을 소재로 하는 안창수 화백의 작품은 전통적인 운필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화려한 채색과 현대미를 추구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안 화백이 즐겨 작업하는 화조화는 본래 특정한 의미를 지닌 장식화로서 존재했지만 안 화백은 이에 보다 조형적인 해석과 표현을 더하여 개별화하는 것은 물론, 농담의 변화가 풍부하고 색채의 화려함이 강조되어 나타나는 작업의 양태들은 전통적인 운필과 색채 운용 방법에 더해 서구적인 조형 방법까지 차용하고 있다.

안창수 화백은 작품 소재 중에서도 호랑이를 특히 좋아하는데,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에서도 유독 호랑이가 많이 등장한다. 그가 호랑이 그림으로만 개최한 개인전도 여러 차례에 달할 정도다. 2012년 일본 최대 수묵화 공모전 입상작도 ‘용호도’(龍虎圖)였다. 지난 2018년에는 한반도에서 종적을 감춘 호랑이 종 보존 필요성을 알리고자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서 <백두대간, 호랑이를 그리다>라는 초대전을 열고, 작품을 기증하기도 했다. 

끊임없는 노력으로 한국화의 대가로 거듭나
환갑의 나이에 미술계에 입문했으나 오늘날 국내 최고의 동양화가로 손꼽히고 있는 안창수 화백. 그는 30여 년간 몸담았던 한국수출입은행에서 정년퇴직 후 만 60세의 나이에 본격적으로 그림을 배우고자 중국 유학길에 올랐다. 이후 안창수 화백은 각고의 노력으로 6개월 만에 호모배 국서화대전 입선을, 이듬해 임백년배 전국서화대전 1등상, 중화배 전국서화예술대전 금상을 수상하며 예술성을 인정받았다. 안창수 화백은 “제가 한번 하면 지극히 몰입한다. 애초 6개월 정도 공부하려 했지만, 그냥 빠져들어 2년 동안 두문불출했다”면서 “아파서 살이 10㎏나 빠지고 했어도 목적의식이 워낙 강해서 그런지 고생스럽단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렇게 2년의 중국 유학을 마친 안 화백은 귀국한 지 한 달 만에 일본 교토조형예술대학으로 두 번째 그림 유학길에 올랐다.

일본에서도 뛰어난 예술성을 인정받은 그는 소화미술대전 입선을 시작으로 전일전에서 예술상, 장출판상 준대상 수상, 전일본수묵화수작전 갤러리수작상, 남일본신문사상, 일본전국수묵화미술협회가 학습용 교재로 발간한 룡화집인 ‘新 龍(신 용)을 그리다’의 작가 선정, 제46회 일본수묵화수작전에서 한국인 최초로 수상한 ‘외무대신상’에 이어 ‘제49회 전일본수묵화수작전’에서 ‘투계도’를 출품해 국제문화교류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거두었다. 이러한 성과에 대해 안 화백은 “재능이 있으면 빠르게 성장하지만 재능만 가지고는 안 된다. 집념과 불굴, 꾸준한 실천이 핵심이다”면서 “중국에서 공부할 때는 대상포진에 걸려 아내가 한국에서 약을 가져오는 등 고생하면서도 2년 동안 잠자는 시간 외 모든 시간에 그리고 또 그렸다. 62세에 일본에 갈 때는 비용이 없어서 노후 준비용 부동산을 처분하기도 했다. 높은 성과는 깊은 집념과 노력의 소산이다. 재능과 스승은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지만 본인이 노력해야 두각을 나타내는 경지에 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안 화백의 목표는 세계 무대에서 한국화의 진수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는 “사군자 위주로 정체된 감이 있는 우리나라 수묵화에 변화를 일으키고 싶다”면서 “은퇴하시는 분들은 다시 도전하는 청년의 삶을 살기 바란다. 앞으로도 30년 이상 세월이다. 호기심을 가지고 뛰쳐나가야 한다”고 독려했다. 동양화의 멋을 동양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서구로 확산하려는 노력을 이어 나가고 있는 안창수 화백. 그의 향후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