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성패는 전통문화와 세계조류의 흐름을 어떻게 잘 조화시키고 유지하느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화라는 이름아래 우리의 전통문화가 사라져 간다면 우리 민족을 지탱하는 정신도 없어지게 된다.

황태일 기자 hti@

전통문화를 계승하는 것은 우리 조상의 지혜와 전통을 보존하는 것이기에 가치 있는 일이다. 때문에 우리는 계속해서 들어오는 외래문화 속에서도 전통문화의 가치를 계승할 필요가 있다. 세계가 좁아지고 가까워질수록 민족의 정체성 확립을 위해서도 전통의 보존은 더욱 필요한 일이다.

▲ 김순옥 대표

3년 연속 ‘대한민국 주류대상’ 수상한 ‘오서주’
코로나19 발생 이후 집에서 술을 즐기는 ‘홈술’ 문화가 유행하면서 온라인 통신판매가 가능한 전통주산업이 크게 성장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전통주 출고액은 2019년 531억 원에서 2022년 1629억 원으로 207% 증가했다. 최근 정부도 관련 규제를 해소하는 등 전통주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전통주 가운데 청주·탁주를 ‘원산지 간이확인 대상’으로 정해 수출 절차를 간소화했고, 양조장 소재지·인접지로 제한된 지역특산주 원재료 조달지역을 확대할 방침이다. 지난 4월 초에는 ‘전통주 산업진흥 협의체’를 발족해 다양한 정책 과제를 발굴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태령주조장의 행보가 재조명되고 있다. 충남 홍성군 광천읍에 소재한 태령주조장은 최근 ‘2024 대한민국 주류대상’ 약주·청주 부문 대상을 수상하며 3년 연속 대상을 거머쥐는 쾌거를 거두었다.

올해로 11회째를 맞이한 대한민국 주류대상은 대한민국 대표 주류 품평회다. ‘국내의 좋은 술을 발굴해 널리 알리고, 건전한 주류 문화 형성을 지원한다’는 목표로 지난 2014년부터 매년 개최된다. 특히 올해 대한민국 주류대상에는 1061개 브랜드를 출품하며 역대 최대 규모를 경신했다. 전통에 기반한 주조 방식으로 담그는 오서주는 멥쌀을 빻아 설기를 쪄서 소량의 누룩으로 밑술을 빚고, 30일 후 찹쌀로 고두밥을 쪄 5개월 정도 발효시켜주는 이양주 기법을 거친다. 발효가 끝나면 대나무 용수를 사용해 맑은 술을 떠내는데, 술이 숨을 쉴 수 있도록 금속 용기가 아닌 항아리에 담아 발효를 시키거나 압착해 술을 짜지 않고 대나무 용수를 사용해 술을 떠낸다. 특히 화학적 첨가물을 일체 넣지 않고 ‘쌀, 누룩, 물’로만 만들어진 ‘오서주’는 유기농·친환경농법의 선진지인 홍성군 홍동면의 ‘홍동쌀’을 이용하며 물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물 변환 시스템으로 만들어 낸 활성수만을 사용한다.

김순옥 태령주조장 대표는 “오서주는 전통 방식 그대로를 고집하는 장인의 마음과 정성으로 일체의 첨가물을 넣지 않고 쌀, 누룩, 물만을 사용해서 이양기법으로 빚어 저온 발효, 숙성한 고급 백미 약주”라며 “오서주가 한 잔의 술이 되기 위해서는 약 7개월의 시간이 필요하다. 오서주는 냉장 보관하고 시원하게 마셔야 더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서주의 완성을 위해 다각도의 노력 기울여
서울에서 사업가로 승승장구를 거듭했던 김순옥 대표는 예기치 못했던 사업 부도로 인해 고통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렇게 2008년 부모님을 봉양하고자 고향으로 돌아왔던 그는 요양보호사로 일하며 2014년 우연히 충남농어업6차산업화센터 전통주 아카데미에서 2년간 교육을 받고 2016년 태령주조장을 열었다. 처음에는 큰 욕심이 없이 자신이 만든 술을 지인들에게 나눠주고 일부는 팔며 ‘용돈벌이’ 정도만 되도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지난 2017년부터 서울에서 많은 물량을 주문하는 고객들이 늘어나면서 본격적으로 사업 안정화에 힘을 쏟았다.

김 대표는 이와 함께 좋은 술을 빚기 위한 좋은 물을 찾아 연구하며, 단골들이 추천하는 좋은 쌀로 술을 담가 보며 재료를 개선하는 등 오서주의 업그레이드를 위한 노력도 이어가고 있다. 김순옥 대표는 “최고의 재료가 최상의 술을 만든다. 제대로 된 술 맛을 위해 기교가 아닌 기본에 충실했다”면서 “전통을 재현하기 위해 100% 수작업으로 만들고 있다. 내 마음이 술에 전달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늘 즐거운 마음으로 술을 빚고 있다”고 전했다. 김순옥 대표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저온 발효한 술의 풍미가 우수했다는 점에 주목해 저온 발효의 오서주를 상품으로 만들어 공급하고자 태령주조장의 확장 이전도 고려 중이다. 김 대표는 “오서주는 아직 미완성품이다”면서 “앞으로도 끊임없이 고민해 언젠가 제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오서주를 빚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