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는 학문에 대한 탐구와 자기수양을 중요한 가치로 여겨 온 우리 조상들의 일상에 깊숙이 함께해 지금까지 내려왔다. 붓으로 글을 쓰면서 집중력이 향상되고 잡념도 사라져 정신을 갈고닦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서예다.

김미주 기자 kmj@

서예는 역사, 철학, 문학, 예술 등 다양한 장르가 어우러지는 총괄예술로 이들 장르에 대한 통찰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서두르지 말고 오랜 세월 쉼 없이 끈질기게 연구해야 하는 예술 장르다. 때문에 서예를 한다는 것은 단순히 글씨를 쓰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자기 수행과도 같은 것이다.

▲ 김종태 이사장

한국 서예의 미적 가치 전파하는 민간외교관 역할 수행
한국 서단의 거목인 김종태 (사)해동서예학회 이사장은 대중에게는 한글과 한문의 필법을 융합한 ‘선화체’(仙花體)를 창시한 인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자신의 고향 ‘선화리’에서 이름을 따온 그의 독자적인 서체인 ‘선화체’는 우화이등선(羽化而登仙)하는 신선처럼 자유롭고 활짝 핀 꽃처럼 화려한 글씨로, 무위자연의 사상을 담고 있다. 한글서예, 한문서예뿐 아니라 한국화, 서양화에도 능한 김종태 이사장은 각종 서예대회의 심사위원 등으로도 활동하며 모두에게 공정하고 심사를 통해 서예인의 품위와 위상을 바로 세울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여 왔다. 또한 1995년 한국서예인산악회를 창설한 그는 전국 320곳의 산을 찾아다니면서 조선일보사에서 발행하는 월간 잡지 <산>에 3년 남짓 그림 산행코너를 기고했으며, <해동문학>에 시인 등단해 시집과 에세이집을 출간하는 등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아울러 한국 서예의 세계화를 위한 노력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미국 메릴랜드대, 캘리포니아주립대가 각각 주관했던 ‘한자서법교육 국제회의’에 한국 대표로 참가해 한국서예의 발전과 변천 과정을 소개하고 서예시범을 통해 한국서예의 독자성을 알렸으며, 역대 대통령들의 해외순방 때 문화사절단 서예 대표로 참여해 한국 서예의 미적 가치를 널리 전파하는 민간외교관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 이미 여든을 넘긴 나이에도 김 이사장은 노익장을 과시하며 끊임없는 도전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지난해 2월에는  2월에는 방통대학교 일본어학과도 6년 만에 졸업했다. 평소 중국과 일본을 자주 오갔던 김 이사장은 더 늦기 전에 일본을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에 6년 전 방송통신대학교 일본어학과에 입학했다. 첫 1년은 자신이 배운 것이 손가락 사이의 모래처럼 빠져나가는 것 같아 깊은 회의감에 빠져 들었지만 어느 순간엔가 교재도 읽을 수 있고 해석도 가능하다는걸 알게 되고 난 후 그간 자신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게 된 그는 자신감이 생겼다. 이후 3,4학년 때는 장학금까지 받았던 김종태 이사장은 6년 만에 졸업하고 올 2월 졸업식에서 ‘우수 시니어상’도 수상했다.

특히 김 이사장은 매년 학과 후배들을 위해 150만원씩 장학금을 기탁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귀감이 되고 있다. 자신이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았던 시절 받았던 도움을 다른 방식으로 되돌려주기 위함이다. 김 이사장이 서예학원을 운영하던 시절, 장남이 의과대학에 진학했을 때 그의 형편을 안타깝게 여겼던 제자가 자신의 종친회로부터 장학금을 받을 수 있도록 주선한 적이 있다. 그 덕분에 장남은 의대를 마칠 때까지 전 학기동안 하동 정씨 종친회 장학금을 받을 수 있었다. 김 이사장은 “지금도 그때 생각하면 가슴이 찡하다. 뭔가 뜻있는 일을 생각하다가 그때 받았던 장학금 150만 원을 후배들에게 돌려주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자작곡 수록한 앨범 발매하며 음악인으로서의 역량 인정받아
지난해 1월, 김종태 이사장은 자신이 직접 작사하고 박건 작곡가가 참여한 ‘세월아 가거라’를 타이틀곡으로 자작곡과 가요 14곡을 수록한 앨범을 발매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음반까지 다룰 정도로 음악에 조예가 깊은 김종태 이사장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문민정부 때에는 문화사절단으로 미국 순방시 수행단으로 동참한 바 있다. 특히 이번 앨범에서 직접 작사한 ‘내 고향 경산’을 발표하며, 노래까지 직접 불러 그가 쏟은 열정을 짐작할 수 있게 했다. 김 이사장이 작사한 또 다른 곡인 ‘그리움’ ‘서예가’ 등에는 지인인 박건 작곡가가 참여했다.

특히 ‘내 나이가 어때서’의 경우 한국어와 일본어, 중국어로 나눠 부르며 더욱 화제가 됐다. 이 외에도 배신자, 추억의 소야곡, 님과 함께, 잊혀진 계절, 선구자 등을 리메이크해 수록했다. 김 이사장은 “방송통신대학 졸업 후부터 평생 공부하는 생각에 피아노 공부를 시작했다. 노래 작사에 힘을 기울여 120곡을 작사했고 50곡은 작곡가에 의뢰하여 작곡을 마친 상태”라면서 “요즘은 작곡과 연주에도 시간을 많이 쓰고 있고 본격적으로 가수로도 활동하고 싶다. 인생길에 아직 할 게 많이 남아 있으니까 하루하루가 재미있다. 계속 도전해보고 싶다”고 전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