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감정과 의지에서 탄생된다. 우리들이 바라는 행복한 삶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것이 예술이다. 현대인들은 순수하고 아름다운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또 생각하는 즐거움을 주는 예술을 즐기며 누리고 있다.

김미주 기자 kmj@

예술은 자기실현을 경험하는 좋은 통로가 된다. 창작이든 감상이든 예술은 스스로 자신의 삶과 생각을 표현하는 방법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돈도 권력도 안 되는 예술이 필요한 이유이다.

▲ 최금란 작가

세필로 우리의 문화유산을 선명하게 재현해내다
서양화가 최금란 작가의 행보가 화제다. 최금란 작가는 지난 1월19일부터 2월 14일까지 종로 서경갤러리에서 <최금란展>을 열고 26점의 작품을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화폭 위에 세필로 모시, 광목을 똑같이 그려내고 있는 최 작가는 최근 <그리움>이라는 연작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는 중이다. 날실과 씨실의 작가, 물감과 붓으로 천을 짜는 작가라는 별칭처럼 그는 새하얀 모시천을 한 줄 한 줄 붓으로 지어내며 수를 놓는다. 토분 혼합재료로 밑바탕을 깔고, 배경과 주제를 나타낸 뒤 극세필로 선을 그어 천의 형상으로 만드는 최금란 작가가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100호보다 작아도 작품당 4개월 이상이 소요되며 밤샘도 일상이다.

특히 이번 개인전에서 선보인 <그리움> 연작들에서는 바탕을 깔고 모시를 표현하는 기법에 토기, 청자부터 다식과 기와, 저고리와 치마장식, 아리따운 단충무늬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물건들이 등장한다. 콜라주가 아닌 세필로 표현한 독창적인 ‘물감 베 짜기’ 작업에서 나아가 세필로 수를 놓고 우리의 문화유산을 사진처럼 선명하게 재현해내고 있는 최금란 작가는 사실 희귀암으로 투병 중 그림에 몰입하며 완치 판정 받고 현재는 고령의 시어머니를 간병하며 지내고 있다. 삶에 지쳐 붓을 잡을 여력도 없을 법 하건만 그에게 있어 그림은 구원과도 같은 존재다.

최금란 작가는 “조선 중기의 화가 이징이 어렸을 때 아버지께 매를 맞고 울면서 떨어지는 눈물을 손가락으로 찍어서 새를 그렸다고 한다. 어쩌면 나도 속으로 흐르는 눈물을 찍어 그림을 그렸는지 모른다. 원치 않는 질병으로 몸과 마음이 상하여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아 불 꺼진 예배당에서 무릎 꿇고 기도드리며 눈물만 흘렸던 아픔과 고통의 시절, 나를 햇살 고운 빛으로 이끌어 낸 것은 그림이었다”면서 “그것이 하나님의 손길이었음을 알았다. 붓을 잡고 그림에 몰두할 때면 그리움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었으며 위로와 평안을 얻었다. 세상 모든 것이 하나님의 선물이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리운 것들, 잊혀져가는 것들까지도 오래된 편지와도 같았다”고 고백했을 정도로 말이다. 그래서일까 최 작가는 그림을 그린 기간 동안 한 번도 힘들다거나 고통스러웠던 적이 없었고, 오히려 그림을 그릴 때만큼은 아픔은 잊고 행복해졌다고 단언한다. 

그리움으로 내재된 어머니를 회상하다
“대관령 기슭에 살면서 숲에서 만나는 작은 들꽃 한 송이, 변화무쌍한 날씨, 대자연의 경이로움, 이 모두 나에게 스승이요, 하나님이 주신 특별한 선물이었다. 그러기에 대자연 앞에 겸허히 숙연해짐을 느끼며, 하나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붓 놀이 물감놀이를 하며 캔버스와 종이 위에 담았다. 30여 년의 독창적인 기법으로 씨실과 날실로 한 올 한 올 직조처럼 그려내고 분청 다완을 곁들여 우리나라의 정서를 담아 그리움으로 내재된 어머니를 회상해 본다”고 고백하는 것처럼 최금란 작가에게 있어 작품 활동의 가장 강력한 모티브는 바로 ‘어머니의 삶’이다. 얽히고설키고 올이 나간 삼베는 어머니가 홀로 속앓이를 했던 모습일 것이다. 하지만, 전체적인 모습은 온연한 삼베의 매력을 그대로 지니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최 작가는 어머니의 아름다운 삶에 비유했다. 바쁜 시간을 쪼개 미리 끊어둔 옷감으로 자식의 원피스를 손수 만들어주시던 어머니와 동기화된 기억을 더듬으며 모든 선의 흔적을 어머니를 향한 아름답고 그리운 기억과 추억으로 새겨나가고 있는 그의 작품은 온화하며 고요하지만 뜨거운 정열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살아가며 자신이 감내해야 하는 고통을 그림을 통해 잊었듯, 최금란 작가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삶의 무게와 아픔을 잊는 치유를 나누는 것이 목표다.

최 작가는 “어떤 질책이나 비평도 사랑의 격려와 관심으로 받을 수 있다. 옛사람이 마철저(磨鐵杵)라는 말을 한 걸 기억한다”면서 “쇠로 만든 다듬이 방망이를 갈아 침을 만들려 한다는 말처럼 아직 무딘 나의 붓이 그렇게 날카로워지도록 갈고닦기를 다짐해 보며, 한 발자국 두 발자국 내딛는 심정으로 쉼 없이 정진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한편 지금까지 39회의 개인전과 300여 회의 국내외 그룹전 및 초대전에 참가하며 역량을 발휘하고 있는 대한민국 미술대전 초대 작가인 최금란 작가는 국회 외교통일 위원장상,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상, 대한민국 국가 미술 특별초대전 국가 미술대상, 국전 특선2회 입선 4회, 상해 국제아트페어 은상, 일본 삭일 회 우수상 2회, 대한민국 회화 대상전 우수상 2회, 강원미술대전 우수상 및 특선, 대한민국 기독교미술대전 특선 2회, 신사임당미술대전 특선 6회, 대한민국 여성미술대전 특선, 중앙회화 대전 특선 등 다수의 수상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