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유교 전통 사상의 영향으로 효를 중시해왔다.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몸을 소중히 여겨 함부로 손상시키지 않아야 한다는 뜻의 신체발부수지부모(身體髮膚受之父母)라는 옛말에서도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장정미 기자 haiyap@

선조들은 태어나서 사망에 이르기까지 한 생애에서 중요한 시기에 행하는 일생의례를 지냈다. 인생의 고비는 출생과 성년, 혼인, 사망과 같은 신체적 성장과 쇠망에 따라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것이라 믿었으며, 출생의례를 중시한 서양과 달리 사후의례의 하나인 제례를 중요하게 여겼다. 그중에서도 사람이 태어나 살다가 마지막으로 통과하는 관문인 죽음을 다루는 의례가 상례(喪禮), 그 일부분으로 장사를 치른다고 해 매장·화장 등으로 시신을 다뤄 처리하는 의례가 장례(葬禮)이다.

▲ 신성호 원장

우리나라에 맞는 가정의례준칙으로 장례문화 바꿔야
일제강점기하에 유입된 왜곡된 장례문화를 확인하고 바른 장례문화를 만들기 위한 총력을 기울여온 신성호 건전한 장례문화원장의 행보가 화제다. 오늘날 국내 장례문화는 아직 바로잡아야 할 부분이 많다. 삼베로 만든 수의와 유족 완장과 리본, 영좌의 꽃장식 등 장례 모습은 조선총독부가 제정한 ‘의례준칙’에서 비롯됐다. 조선총독부는 1934년 11월 10일 전통적인 사례에 근거를 둔 간략화 된 ‘의례준칙’을 제정·공포하며, 조선시대 상장례 규범서의 하나인 ‘사례편람’의 상례절차와 내용을 대폭 축소·간소화했다. 조선의 관혼상제례를 인위적으로 바꾸고자 한 조선총독부는 전통적인 장례 절차를 무시하고 상주와 상복, 습렴 등에 대해 새로운 절차를 제시했다. 이때 값비싼 비단, 명주 사용을 금지하고 삼베와 무명을 수의로 만들 것을 강제했다. 상례의 제한 내용은 성복의 절차를 생략하고, 염습이 끝나면 바로 상복을 입도록 했다. 상복에는 상장을 달도록 제한하고, 양복을 입을 경우에는 완장을 차도록 했다. 또 유족이 한복 등 전통복장을 입었을 때 왼쪽 가슴에 나비 모양의 검은 리본을 달게 했다. 고인의 영혼을 모시는 영좌 주변을 국화로 장식하는 것도 일제의 영향이다. 한국은 사람의 시신을 실어서 묘지까지 나르는 상여를 장식하는 종이꽃 수파련 말고는 생화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전통이었다. 이에 신성호 원장은 정부가 우리나라에 맞는 가정의례준칙을 만들어 위생적이며 청결하고 아름답고 건전한 장례예식이 될 수 있도록 법을 제정해서라도 장례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신 원장은 ▲장례식장은 영안실안치 냉장실은 빈소의 2배, 입관실은 6빈소당 1개, 빈소는 상주대기실과 분양소만 하며 접견실은 음식과 주류의 공급을 금지할 것 ▲부의금은 김영란법을 철저하게 지킬 것 ▲조화는 빈소 안에만 배치할 것 ▲상주 유족이 사용할 수 있도록 대중식당을 마련할 것 ▲상주의 편의시설로 장의용품점과 남녀 상복점 운영 등을 제언한다. 아울러 화원 꽃장식 장의용품 중 하나인 수의 상복과 그에 따른 장의품은 상주의 뜻에 따라 선택하고, 장의버스 리무진, 시신 운구용 차량 또한 연락처만 알선해 상주의 뜻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신 원장은 “특히 장례식장은 시신 냉장실안치 입관실 입관이나 임대 분양실 임대(빈소) 대중음식점, 간이매점 장례식장은 상주에게 최대의 편의시설을 제공해야 하며 절대 강매해서도 안 된다”면서 “또한 상주의 뜻에 따라 냉장실에 안치하고 입관실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냉장실을 빈소 2배수로 하는 것은 무연고자의 증가와 간편한 장례를 돕기 위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장례는 존엄하고 아름다운 행위로 승화시켜야 한다
신성호 원장은 일제 36년의 습관을 버리고 우리 조상들의 건전한 장례문화를 되찾아 민족의 긍지와 자존심을 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중이다. 신 원장은 “우리의 장례는 짐이 아니다”면서 “오직 존경함과 경건함으로 고인을 보내는 것이 늘어나는 무연고 장례를 줄일 수 있으며 자식이 부모를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서 시신인도를 거부하는 사례가 없어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고 강조했다. 건전한 장례문화를 조성하면 현재 부담되는 장례비용은 절반 이하로 줄어들며 장례식장에서의 빈부의 격차 또한 줄어드는 것은 물론, 졸부들의 허세도 사라져 건전한 사회, 공정한 사회를 이루는 길잡이가 될 수 있다는 것. 아울러 신 원장은 상주가 경건하고 건전한 장례를 치르고 부모에게 효도하며 사회에 본이 되고 이웃에서 칭송받기 위한 방안도 제언했다. 가능하면 부모님과 배우자의 임종은 집에서 고인이 안정하고 삶의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편안하게 보내드리고, 부고는 친인척과 가까운 친지에게 알리는 것은 물론, ‘나를 과시하는 장례식’이 아닌 경건하고 건전한 장례를 치르고, 장례 이후 장묘는 가능한 한 봉안당에 안치하여 절기에 따라 자녀들과 함께 참배하여 부모와 뿌리를 이어가야 한다는 것. 신성호 원장은 “이제는 고인의 시신 놓고 장사하는 부조금 그만두고 간편하고 엄숙한 장례문화가 필요하다. 장례는 망자와 산 자가 이별하는 과정으로 망자가 본향으로 편안히 돌아갈 수 있도록 존엄하고 아름다운 행위로 승화시켜야 한다”면서 “여생을 힘닿는 대로 장례교육을 해서 많은 사람이 장례의 소중함을 깨닫고, 장례봉사에 참여하도록 하고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편 40여 년 전부터 교회 경조팀에서 봉사하며 장례위원직을 역임하고 있는 신성호 원장은 지금까지 5천여 회에 걸쳐 장례식 현장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해왔다. 교회진흥원과 함께, 장례지도학교를 개설, 선진화된 장례문화를 선도 및 장려하는 일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그는 <준비된 장례의 축복>, <죽음에서 천국까지의 섬김>을 집필했다. 최근에는 장례 현장에서 보고 느끼고 경험한 중요 사례를 모아 집대성한 <교회가 꼭 알아야 할 장례지침서>를 출간, 국내 목회부문 우수상에 선정된 바 있다. 45년 현장 경험을 가진 신성호 원장은 “우리 조상들의 장례는 고인의 선덕을 베풀어 걸인들에게 잔치를 베풀고 일꾼들에게 밥과 술을 주었으며 지금의 장례는 조선총독부가 한국인은 대일본제국의 발아래 천민으로 여겨 만들어진 장례준칙이다. 더 이상 조문하신 분을 함부로 생각하지 말고 조의금으로 장사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이다. 하루속히 장례식장도 선진화되고 얻어먹는 관습을 버리자”고 일갈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