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이성의 억압으로부터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영역이었다. 따라서 예술가들은 인간 정신을 자유롭게 하는 미술활동으로 표현·유희적 의미를 마음껏 표출했다.

차성경 기자 biblecar@

예술은 사회의 모습을 반영하기에 좋은 수단으로 문화를 이끌어가는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단순한 시각적인 아름다운 미술을 넘어 어떠한 목적과 의미를 갖고 적극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매개체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 허숙이 작가

빛의 화학적 재해석 통해 색채에 대한 강박을 떨치다
“나는 자연에서 조형의 원리들을 추상한다. 아직도 더 아름답고 더 아름다운 빛을 못 본 것이 더 안타까움에 끝없는 자연의 먼 곳에 눈을 둔다.” 작가 허숙이는 상당기간 실경을 바탕으로 하는 사생의 세계에 몰입해왔다. 사계의 풍광을 가슴에 안고 야외작업을 즐기며 자연이 조율해내는 오묘한 기교를 습득한 작가는 산란하는 빛의 다양한 색채 속에서, 자연의 상태 속에서 물질의 상호작용으로 시시각각 변하는 빛의 화학적 재해석을 통해 색채에 대한 강박관념을 떨쳐 낸다. 어두운 면과 밝은 면을 자유롭게 구성하며 작가 내면의 조형을 화학적 채색으로 표현하는 그는 마음의 길 같은 부지런한 초록을 유기적 통로로 삼고 있다. 중심 통로는 없을지라도, 어딘가로 연결되는 자연의 미로가 존재함을 확신하고, 자연의 색채는 세상을 받아들일 때,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상황과 심경, 심상을 내적 체험으로 조형화하는 그는 “작품 속에 인간의 욕심과 자만을 보여주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며 “자연의 강렬한 색채를 캔버스에 옮겨놓음으로 보는 이들로 하여금 마음 속 치유가 일어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다. 허숙이 작가가 주로 사용하는 색채는 그다지 걸러지지 않은 채 소박하고 차분한 뉘앙스를 띠며 담백하고 명상적으로 표현되는 방향으로 이어진다.

작가 허숙이는 자연이 준 사계에 강렬함이 피울 수밖에 없는 사계에 또 다른 육안(肉眼)에서 심안(心眼)으로의 변화, 찰나에 시간의 틈새를 비집고 튀어 나오는 물감의 표현을 통한 비구상속에 구상, 객관과 주관의 경계가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오로지 색채들의 언어로만 사계 속의 꽃잎을 담아낸다. 최근 허 작가의 작품 속에 묘사되는 작금의 사계는 몽환의 원색을 구사하고 있다. 특히 제5회 ‘조형아트서울 2020’에 출품한 작품들은 유화(Acrylic & Oil) 작업으로 모진 바람이 멈추고 빨리 지나가기를 간절히 희구하는 바람 이미지를 강조해 극찬을 받았다. 그의 작품들에서 점·선·면을 걷어내다 보면 동화적 추상성은 도드라지고, 밤나무골 소녀의 순박한 모습에서 머위처럼 푸른 유년, 연밥 따는 아낙의 모습들이 접사 되어 자리 잡고 있음을 알게 된다.

작품 통해 현대인들에게 마지막 휴식처가 되어주다
“아주 오래전 내가 스물을 갓 넘겼을 때, 친구의 화실에서 처음 본 그림. 캔버스 가득한 마법같은 색채에 대한 환상이 그날 이후 내 삶의 화두가 되었다. 그림을 그리고 싶은 욕구 하나로 설명되는 내 삶은 지난했어도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왔다.” 사계 속에서 차용해 온 작가 허숙이의 작품 속 강렬한 색채는 치유를 가져다준다. 일상 속에 작업하며 고단하고 힘든 순간에도 캔버스 위 강렬한 색채들은 작가 허숙이를 흥분시키며, 실망시킨 적 없이 부족함도, 비움도, 그 어떤 표현도 자연의 다양한 빛으로 보여준다. 숲속의 새들은 숲이 포용하고 있는 수많은 생명체들을 상징하며 발자국은 유구한 세월을 인간과 함께 해온 역사를 상징한다. 이렇게 허 작가가 선보인 사계 시리즈는 유기 생명체로 제 몸에 난 상처를 치유하고, 작품으로 기록한 것이 자연색, 그 색채는 시련을 극복하고 꽃을 피워내는 사랑의 공간을 보여준다. 그렇게 허 작가는 작품을 통해 오늘날 수천 년간 자연의 순리를 간직해온 숲을 통해 빠른 변화에 적응하느라 지친 사람들, 관계단절로 외로운 현대인들에게 마지막 휴식처가 되어주고 있다.

허 작가는 “흘러가는 세월 속에서 육체와 정신은 낡고 닳아 가지만 그 모습 그대로의 관심과 애정으로도 삶을 긍정적으로 회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서 “그것이 내가 만드는 캔버스 안의 서정적 세계에 오늘도 빠져들고 있는 이유이며 내가 살아가는 또 다른 삶의 이야기다”고 강조했다. 한편 백석대학 서양화전공, Frace Drouot Formation을 수료한 허숙이 작가는 지금까지 카프전, 한국현대회화전, 자연의관조, 사계전, 초대전 사계와 꽃 등 초대전 및 10회 이상의 개인전과 100회 이상의 단체전에 참가했다. 뉴욕 아트페어(뉴욕엑스포) 2회/ 루브루 아트페어(프랑스 루브르박물관)/ 핑크아트페어(코엑스)호텔/ 퀼른 아트페어(독일 퀼른) /앙데팡당전(그랑팔레 파리) 대구 아트페어(대구 벡스코)/ 소아프 아트페어(삼성 코엑스)/ 부산 아트페어(부산 코벡스)/ 서울 아트페어(삼성 코엑스)/ 조형 아트페어3회(삼성 코엑스) 등 국내외 유수의 아트페어에 10회 이상 참가하며 역량을 발휘하고 있는 그는 제36·30회 대한미술대전(국전) 특선 및 입선, 제12회 사단법인 인천광역시미술전람회 특선, 제10회 대한민국 환경미술대전 최우수상, 제39/40회 사단법인 구상전 특선, 제17회 대한민국 회화대전 특선 등 수많은 수상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한국미협, 서울미협, 상록회, ADAGP(글로벌저작권자보호협회) 등에서 활동 중인 허 작가의 작품은 단성갤러리/누벨백갤러리/G아르체갤러리, 은화(주), 하나ENC(주), 이명건설(주), 미진전공(주)에 소장되어 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