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인권감시단체인 프리덤하우스가 1월 ‘2010년 연례보고서’에서 북한을 전 세계 194개국 중 인권 등급이 최악인 국가로 분류했다. 이 보고서는 북한 정권이 자생적인 민간시장을 통제하고 주민들의 경제적 자유를 억압하고 있는 점을 주요 이유로 들면서, 북한 주민들의 정치적 권리와 시민의 자유 두 부문에서 최저점을 주었다.

▲ 경기대 국제대학원 유영옥 학장

  이처럼 북한의 인권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한 편이다. 수백만 명의 아사자와 곳곳을 떠돌며 걸식하는 꽃제비들이며, 굶주림을 견디다 못해 어린 딸을 장마당에 내다 판 어머니의 이야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가족의 굶주림을 해결하기 위해 처녀가 100만원도 안되는 헐값에 인신매매를 당하는 것은 다반사다. 최근에는 화폐개혁이라는 명분으로 시장경제의 싹까지 잘라 버렸다.
  어디 그것 뿐인가. 정치범 수용소에는 20만이 넘는 주민들이 죽지 못해 목숨을 연명하고 있다. 정치범으로 분류되면 이들에게는 연좌제가 적용되어 3대까지 처벌받는다. 또한 북한은 2008년 말부터 2009년 초 사이에 과거 10년간 남북 경협에 몸담았던 주요 간부들을 대남 정세 오판과 남북관계의 경색된 책임을 물어 처형했다. 대남 사업을 담당했던 통일전선부 부부장 최승철 등 고위 인사들까지 무참하게 처형당하는 것을 보면 북한의 인권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가를 짐작하고도 남는다.
  국제적인 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 워치는 북한 김정일 정권을 세계에서 가장 억압적인 정권 중 하나라고 지적하면서 북한은 사실상 주민들의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삶의 모든 측면이 정부에 의해 통제된다고 하였다. 프리덤 하우스는 김정일이 언론의 자유와 북한 주민의 정보이용에 대한 접근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고 하였다.
  이와 같이 열악한 인권상황에도 불구하고 북한 주민들이 항거하지 못하고 침묵으로 일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다음과 같다. 첫째, 북한주민들은 인권통제의 심각성을 자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북한을 지정학적으로 볼 때 중국 등의 사회주의 국가들과 인접해 있으며 북한공안당국의 철저한 통제정책으로 인민들의 불만이 외부로 표출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셋째, 최고지도자의 교체경험도 없는 북한주민들을 주체사상으로 무장시켜 김부자 자신들을 신격화했으며 주민들이 추종하도록 상징조작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넷째, 북한은 다른 사회주의국가들과는 달리 단일민족으로 민족갈등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외국으로부터도 내정간섭을 받지 않아 김일성 통치방식에 저항할 조직이 없었기 때문이다.
  북한정치의 대표적인 특성은 김일성 1인 독재체제와 김일성·김정일 부자 세습적 체제를 구축하기위한 무자비한 숙청의 연속으로 규정될 수 있다. 김정일의 권력 승계 이후에도 ‘최고 지도자’에 대한 개인숭배는 더욱 강화되었고 김일성과 김정일은 현재 북한 주민에게 ‘신(神)’으로 간주되고 있다. 이러한 정치적·사회적 상황에서 김일성과 김정일에 대한 비판과 도전은 상상할 수 없이 많고 이에 불평을 토로할 경우에 처형 및 정치범 수용소로 보내진다. 이러한 개인숭배와 절대 권력의 강화가 엄청난 인권유린을 유발하는 토대가 된다.
  대북 인권정책을 추진할 경우 고려해야할 기본 원칙은 첫째, 대북 포용정책의 틀 내에서, 둘째, 인권정책의 상대적 자율성 확보차원에서, 셋째, 인권문제와 인도주의적 문제의 분리 및 인권상황의 개선에 대한 현실가능한 수준이다. 이러한 측면을 고려했을 경우 북한 인권문제개선을 위한 국내적 접근방법에 있어서 중요한 측면은 첫째, 인도주의적 문제영역의 확대에 따른 인권문제와의 연계성 및 대북지원과 인도주의적 문제와의 연계, 둘째, 대북지원 주체와 지원방식의 문제, 셋째, 탈북자 해결방안이다. 따라서 북한 인권문제 개선을 위한 국내적 접근방법은 이들 세 가지 측면을 상호 보충적, 유기적으로 연관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았을 때, 북한 인권문제개선을 위한 국내적 접근방법은 우선적으로 인도주의적 문제에 초점을 두고 이의 영역을 확대시켜 궁극적으로는 북한 인권문제와 연결시켜 나가는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인권문제개선을 위한 국제적 접근 방법에 있어서 중요한 측면은 첫째, 인권과 주권, 그리고 남북한 관계의 특수성을 감안하여 남북한 당사자원칙에 입각하기 보다는 남북한이 유엔의 회원국이라는 점과 인권의 보편성을 강조한다는 차원에서 인권문제와 관련이 있는 유엔의 다양한 기관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 둘째, 탈냉전 보편경쟁체제의 등장 이후 그 중요성이 보다 증대되고 있는 국제 비정부기구와의 유대 협력관계를 강화하는 방안, 셋째, 지정학적인 개념에 입각하여 동북아 및 동아시아 지역 국가들과의 지역적 인권규범 및 제도창설을 주도로 하는 방안, 그리고 마지막으로 대량 탈북자 사태에 대한 대비책 및 해결책을 강구하는 방안 등이다.
  북한 인권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국제적 접근방법에 있어서 첫 번째 방안은 남북한이 유엔의 회원국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인권문제를 다룰 수 있는 유엔의 다양한 기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북한 인권문제를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갈 수 있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두 번째 방안은 인권문제와 관련 있는 국제 비정부기구와의 유대·협력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다. 마지막 방안은 동북아 및 동아시아 지역에서 현재 작동되고 있는 다양한 다자주의적 제도들에서 역내 국가들의 인권 개념에 대한 상이한 입장 차이를 줄일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을 마련함과 동시에 동북아 인권협약체제를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북한의 인권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로버트 킹 미 국무부 대북 인권특사와 비팃 문타폰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이 최근 방한했다. 킹 특사는 2004년 북한 인권법 성안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킹 특사는 외교통상부 장관을 면담한 자리에서 “북한은 인권측면에서 최악의 나라 중 하나로 상황이 끔직하다”고 했다. 이는 북한의 인권 문제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으로서 “미북 관계 정상화 논의에서도 북한의 인권 문제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인권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 방한한 문타폰 보고관도 탈북자 정착지원 기관인 하나원을 비롯하여 북한의 인권 관련 시민단체를 방문하고 관계자들과 면담할 예정이다.
  킹과 문타폰의 잇단 방한은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도를 더욱 증폭시킬 것이 분명하다. 이렇듯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 개선에 대해 적극적인데 비해, 직접적인 당사자인 우리 정치권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어 매우 대조적이다.
  우리 정치권은 지역 현안에는 당운(黨運)을 걸고 투쟁하면서도 북한의 인권 문제에 관해서는 아예 관심조차 없는 듯하다. 국회에 북한 인권 법안이 발의되어 상정과 폐기를 반복한 지 벌써 수년이 지났다.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북한 인권 문제를 거론하는 것 자체가 남북한 간의 화해를 가로막는 반통일적 행위로 취급 받았다. 그런데 19대 국회에 들어와서도 별로 달라진 게 없다.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북한 인권 법안을 조정한 단일안을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소위원회가 의결하고도 더 이상 진전이 없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지금의 국회는 한나라당이 다수당을 점하고 있다. 북한 인권 법안이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한 것은 외통위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한나라당에게 그 책임이 있다. 미국이 2004년에, 일본은 2006년에 북한 인권법을 이미 가결했다는 사실을 한나라당은 상기할 필요가 있다.
  한편, 2010년은 김정일 정권에 위협이 될 정도로 북한의 사회불안이 심각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니트(EIU)는 “김정일의 건강 악화와 내부 분열 등 사회 불안 문제를 안고 있는 북한이 올해 세계 경제를 위협할 수 있는 아시아지역의 화약고이고, 예측할 수 없는 와일드카드”라고 경고했다. 북한이 6자 회담에 복귀해서 경제적 지원을 받는다하더라도 어려움은 지속된다는 것이다. 북한의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된다면 인권 상황은 더욱 나빠질 것이 뻔하다.
  전 세계가 북한 인권을 개선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서는데, 정작 당사자인 우리가 침묵하고 있는 것은 무언가 잘못되어도 크게 잘못됐다. 이제라도 우리 정부와 국회는 북한 인권 문제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인권은 국제사회의 보편적 가치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