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는 사회 전 분야에 걸쳐 융·복합이라는 새 흐름을 몰고 왔다. 문화예술도 예외는 아니다. 인공지능(AR)·가상현실(VR) 등의 과학기술을 만나 앞으로 문화예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기 위한 현장의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어서다.
황인상 기자 his@
공간과 콘텐츠·기술을 유기적으로 결합한 수준 높은 문화기술 교육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에 김재평 대림대학교 방송음향영상과 교수의 행보가 화제다.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김재평 교수는 2000년대 초반부터 국내 최초의 ‘음향·영상 전문학과’ 개설에 총력을 기울여온 인물이다. 김재평 교수를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었다.
문화콘텐츠의 핵심 콘텐츠로 ‘음향’ 선택
(사)한국방송장비진흥협회장을 역임하고 있는 김재평 교수는 일찍부터 “21세기는 ‘문화기술’(Culture Technology·CT)의 시대가 될 것이다”면서 “20세기를 주도한 ‘정보통신기술’(Information Technology·IT) 열풍이 하드웨어 기반 마련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이제 그 위에 문화콘텐츠라는 소프트 파워를 얹어야만 미래의 주도권을 쥘 수 있다”고 강조해왔다.
|
▲ 김재평 교수 |
그 핵심 콘텐츠로서 ‘음향’을 선택했던 김재평 교수는 지난 2002년 정보통신부 특성화사업으로 대림대에 음향전문 과목을 처음 도입했다. 인간의 오감(五感) 중 하나인 청각은 다른 감각에 비해 가장 민감하고 섬세한 분야다. 음악은 물론 배경음도 인간의 잠재의식에 영향을 미쳐 각인 효과와 암시 효과가 크다. 이에 따라 소리는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수단으로 쓰이며 다양한 비즈니스 분야에서 기업·브랜드·제품·서비스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활용된다. 하지만 이러한 음향에 대한 인식이 불과 수 년 전부터 확산되기 시작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김재평 교수의 선구안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새삼 놀라게 된다. 2002년 당시 컴퓨터기술과의 음향 관련 과목 두 개로 출발했던 학과를 2009년, 2010년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의 음향·영상 특성화 사업을 잇달아 수주하며 대림대학교 방송음향영상과 개별학과로 독립했다.
또한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스피커·앰프 등의 장비에 적용되는 ‘전기음향’ 기술, 공간의 반사음과 잡음을 제어하는 ‘건축음향’ 기술, 3D 영상 융합에 이르기까지 현재 음향전문과목만 30여 개에 이르는 국내 최초이자 최고의 음향시스템 설계·영상융합 전문 교육기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중이다. 당시만 하더라도 국내에서는 체계화된 음향 전문 교육기관이 없었던 시절, 국내 최초의 관련 학과를 만들다 보니 참고할 만한 선례가 없어 김 교수는 혈혈단신 외국의 자료를 찾고 수차례 업계 관계자를 만나 이야기를 들으며 교육 과정을 만드는 등 철저하게 발로 뛰며 지금의 방송음향영상과의 초석을 마련하고, 국내 음향산업의 질적 성장을 이끌어내는 인재양성 시스템 구축에 성공했다.
국내 방송·음향 분야의 기술 발전 견인한 선구자
1987년 극동방송에 입사해 방송장비 엔지니어로 실력을 쌓았던 김재평 교수는 한국음향협회 부회장, 기술표준 신제품인증(NEP) 심의위원, 경기도 중소기업청 성능인증 심의위원, 한국정보화진흥원 기술심의위원,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과 2015년 광주 유니버시아드 대회에 방송·음향 자문위원, 2018 평창동계올림픽 방송·음향 자문교수를 역임한 바 있다. 김재평 교수는 “좋은 소리를 만드는 것은 절대적으로 고가의 방송음향 장비가 아닌, 종합적으로 고려한 최적화기술”이라며 “좋은 소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음원도 좋아야 하고, 이를 다루는 방송음향 시스템도 좋아야 하며 이를 듣는 환경도 좋아야 한다. 즉 귀에 들리는 모든 소리를 검토해야 하고 서로 간에 최적화되게 구성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문화산업 시대에 큰 역할을 하는 것 중 소리 산업은 매우 중요하다. 김재평 교수는 “지금부터라도 체계적으로 우리나라 방송음향 산업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개선책을 마련하여 대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새로운 성장 동력인 방송음향 산업의 체계적인 준비와 발전으로 방송음향 산업의 국가 자생력을 갖추어 유통 중심이 아니라 기술 중심의 방송음향 산업 자주독립국가의 발판을 마련해야 할 절실한 시점이다”고 촉구했다. 특히 현재의 스피커 출력기준의 재난방송음향시설 기준을 선진국처럼 소리명료도 기준으로 재난방송음향시설 법제화가 절실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유는 소리명료도가 나쁘면 소리가 커도 거의 알아들을 수 없고, 소리명료도가 좋으면 소리가 작아도 알아들을 수 있고, 재난방송 시 국민생명보호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NM
|